캐나다의 Bilingualism과 French Immersion

<송선생 교육칼럼 32> 캐나다의 Bilingualism과 French Immersion

캐나다는 영어와 불어의 이중언어(bilingual) 국가이다. 특히, 연방 정부의 주요 책임자라면, 어느 정도 bilingual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영어나 불어 중 어느 한 언어에 대해서 거의 지식이 없다면 연방정부의 요직에서 출세하기가 어려우며, 반면에 영어와 불어를 모두 능통하게 한다면, 연방정부나 중앙은행 등에 취업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따라서, 현재 연방정부의 힘있는 자리에는 불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한 퀘백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재계를 잡고 있는 영국계 캐네디언들은 이런 사정에 내심 불만이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상은 비(非)퀘백 출신이면서 우리처럼 이민자들에게 또 다른 기회와 도전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불어를 잘하는 비퀘벡 출신(백인)이 많지 않으므로, 한인 자녀들이 영어와 불어에 도전한다면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Strive to enter through the narrow door. (Luke 13:24)”

자칫하면 죽도 밥도 아닌, 이민자 자녀의 언어 교육

사실, second language인 우리 자녀들이 영어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third language인 불어까지 잘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초, 중, 또는 고등학교를 불어로만 진행하는 French Immersion 프로그램에 진학 시키는 ‘열성적인’ 한인 이민자들이 있다. 필자도 그런 부모에 속한다. 필자의 둘째 아이도 중학교 6학년부터 8학년까지 Late French Immersion 프로그램에 다녔다. (French Immersion에는 거의 모든 과목을, 유치원부터 불어로 공부하 는 Early Immersion과 중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Late French Immersion이 있다.) 물론, French Immersion에 참여하면, 불어를 잘할 확률은 크지만, ‘기본 언어 능력이 발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기 외국어 교육이 좋겠느냐’하는 교육학 적 문제가 끊임 없이 제기되어 왔다.

사실, 한인 이민자 자녀들 중에는 한국어도, 영어도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따라서, 이중 또는 삼중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기는 커녕, 안일하게 생각하다 보면, 언어 능력이 남들 보다 평균적으로 뒤떨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캐나다 이민 부모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 애는 유치원 전에 캐나다에 이민 와서, 이제 영어를 완벽하게 잘 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과연 영어를 잘 한다는 판단 기준이 무엇일까? 초등학교 수준에서 영어를 잘 한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French Immersion에서 공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영어를 잘한다고 안심하고 불어에만 몰입하다 보면, 10학년쯤부터는 영어 때문에 고생 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French Immersion에 도전하는 것에 찬성

 

필자의 첫째 아이가 중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캐나다 중학 교육이 느슨하다는 것이다. 공립학교는 도대체 공부하는 양 자체가 너무 적고, 사립학교는 기초적이고 사소한 문제를 너무 반복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되어, 둘째는 중학교를 French Immersion 프로그램에 등록시켰다. 그런데, 등록하는 날 ( 1월 말) 캐네디언 부모들과 교직원들이 은근히 말렸다. 캐네디언 부모들도 자녀들의 영어 실력을 걱정하여 불어 학교 등록을 고 심했는데, 이민자 부모인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왜 캐네디언 부모들은 불어학교에 자녀들을 입학시키는가? 그들 부모들은, 자녀들이 French Immersion에서 공부하는 만큼, 방과후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도록 한다. 사실, French Immersion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대한 열의가 크다. 결과적으로, French Immersion 학생들이 심지어 영어를 포함한 모든 과목에서 영어 학교 학생들 보다 학업능력이 높다는 통계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은 ‘Vancouver Sun’ 등의 캐나다 언론에서 수시로 언급되고 있다.

“Statistics show that students in French immersion tend to outperform non-immersion students in reading while their English-language capabilities are not harmed. In 2008, an editorial in the Vancouver Sun criticized French immersion programs for having become a way for higher socioeconomic groups to obtain a publicly-funded elite track education. Since lower socioeconomic groups and children with learning and behavioural problems have lower rates of participation in French immersion, a situation has developed in which ambitious families prefer French immersion possibly more for its effective streaming than for the bilingual skills it gives to students.”

위의 내용에서 보면, French immersion에 보낼 수 있는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투자할만한 여유가 있는 특권층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rench Immersion 성공 사례

(망설이고 꺼려지지만, 필자의 사례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아이는 Late French Immersion에 입학하기 약 2개월 전부터 불어 과외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첫 학년 즉, 6학년 때는 영어와 불어를 섞어서 수업을 진행하므로 큰 어려움이 없었다. 7학년 때는 학교에서 갑자기 많은 불어 단어를 암기 시키면서, (물론, 개인 영어공부도 하다 보니,) 12시까지 공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견디지 못하고 Immersion 프로그램을 떠나면서, 8학년부터는 줄어든 Late Immersion 학생들을 Early Immersion 학생들과 합반을 했다. 당연히, 딸아이는 7학년 때보다 더 힘들다고 불만이 많았지만, 노력한 결과, 8학년 중반부터는 French를 비롯한 모든 과목에서 다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Late) Immersion 3년 동안 영어 (English Language Art) 수업 자체가 없으므로, 방과 후에는 매일 영어 공부에 일정 시간을 투자했다. 9학년에 영어학교로 진학하자마자, 불어는 12학년 레벨부터 공부할 수 있었고, 영어도 문제가 없었다. 대학(Columbia, N.Y.) 진학후, 1학년 첫 학기, 전공과 관계없는 중급불어 수업에서 2~3학년의 불어전공 학생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받았고, 영어 작문 수업에서도 그랬다. 사실, 대학지원 Application Essay에서도 중학교 French Immersion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도전에 대해서 적었다.

영어, 한국어, French 순으로 중요

캐나다의 Bilingual은 French와 English이지만, 한인이민자에게는 영어/한국어 능력이 더 중요하다. 불어를 잘하면 많은 잇점(advantage)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캐나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도 영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적 지적 능력이 우선이다. 여기에, 이민자가 영어와 모국어를 모두 잘할 때, 훨씬 더 많은 잇점 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 하는 이민자 자녀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민자의 경우, 영어/불어보다 영어/모국어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녀들이 영어, 한국어, 불어 3 개 국어를 잘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불어를 잘하지 못해도 캐나다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많으니, 불어교육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서, 캐나다 수상들의 불어 능력을 언급해 보자. 첫 캐나다 수상 McDonal부터, 22대 Harper까지, 22명 중 9명이 bilingual이거나 불어를 Fluent하게 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수상들은, 사실, 불어를 전혀 하지 못하던지, 상당히 서툴게 했다. 14대 수상 피어슨의 재미있는 실화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The Prime Minister, Pearson spoke very little French, and was far from fluent. In one incident in 1965, Pearson was giving a speech in Montreal in English when crowd began to shout “en français!” so Pearson switched to French, but the crowd continued to shout “en français!””

글: 송시혁 (송학원 원장)

빅토리아투데이 2012년 1월20일

Copyrights ⓒ 빅토리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