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문신 전 확인 필수…위생·잉크 성분 따져야”
문신 시술은 규제 대상이며 대체로 안전하다고 여겨지지만, 최근 들어 문신 잉크가 알레르기 반응이나 특정 암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인과관계보다는 ‘연관성’만 밝혀졌지만, 문신이 일정 수준의 건강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신의 건강상 위험은 무엇인가?
달하우지 대학교 피부과 전문의 캐리 퍼디(Kerri Purdy) 박사에 따르면, 문신은 잉크가 담긴 바늘이 피부의 중간층인 진피층을 뚫고 색소를 침착시키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남는다. 이 과정에서 바늘이 잉크에 담겼다가 피부를 뚫는 방식은 결핵균성 감염(mycobacterial infections) 등 특정 감염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간염이나 HIV 같은 감염병 전파 위험도 존재한다.
퍼디 박사는 “그렇다 해도 실제 위험도는 매우 낮으며, 대부분의 시술자와 문신 시술소는 위생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의학 저널 ’랜싯 마이크로브(Lancet Microbe)’에 2025년 발표된 문신 관련 감염 연구에 따르면, 감염률은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 중 약 1~6%가 세균 감염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문신 부위가 약간 솟아오르거나 가려움을 느끼는 가벼운 증상이 흔하다.
감염 대부분은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로 보고됐지만, 드물게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감염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있다고 연구는 지적했다.
문신 잉크 자체에 포함된 화학 물질로 인해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웨스턴 대학교의 화학자 욜란다 헤드버그(Yolanda Hedberg) 박사의 2021년 연구는 70종 이상의 문신 잉크 샘플을 분석해 거의 대부분에서 니켈, 크롬 등 유해 금속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부 샘플에서는 비소, 수은, 납도 각각 1건씩 확인됐다.
이 잉크 샘플들은 스웨덴의 오프라인 및 온라인 판매처에서 수집되었으나, 제조국은 미국이며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유통되고 있는 제품이다. 이 중 93%가 유럽연합(EU)의 라벨링 기준을 위반했고, 61%는 “우려되는 색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다만 EU에서 규정한 금속 함량 제한을 초과한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헤드버그 박사는 “잉크 병에 표기된 성분이 실제 잉크 내용물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붉은색 잉크는 아조 염료(azo dyes)가 포함된 경우가 많아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더 높다. 아조 염료는 인공 합성 색소로, 일부는 변이원성과 발암성을 갖는다.
알레르기 반응은 문신 직후 며칠 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몇 주 또는 몇 달 후에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헤드버그 박사는 “몸이 문신 잉크를 이물질로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며, 일반적으로 3개월 이내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가벼운 알레르기는 국소 스테로이드 크림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부종이 동반된 경우는 스테로이드 주사나 경구용 프레드니손(prednisone) 등 강력한 약물이 필요할 수 있다.
암과의 관련성은?
일부 연구는 문신이 피부암(흑색종)이나 림프종 등 특정 암 발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2025년 덴마크에서 실시된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문신을 한 사람이 피부암에 걸릴 확률은 문신을 하지 않은 형제보다 1.62배 높았다. 이 연구는 1960~1996년 사이 출생한 2,367쌍의 쌍둥이와 대조군 316쌍을 비교했으며, 손바닥보다 큰 문신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다만 햇볕 노출이나 흡연량 등 중요한 변수는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2024년 ‘랜싯’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림프종 환자 약 1,400명을 비환자 약 4,200명과 비교해, 림프종 환자의 21%가 문신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연구 역시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를 제시했으며, 명확한 인과성 입증을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맥길대학교 피부과 전문의 엘레나 네치포루크(Elena Netchiporouk) 박사는 검정색 문신에 사용되는 핵심 성분인 ‘카본 블랙(carbon black)’은 석유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인체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의 연구는 카본 블랙을 ‘섭취’했을 때에 대한 연구이고, 피부에 ‘주입’했을 때의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검정색 문신은 기존의 점이나 피부 병변을 가릴 수 있어 피부암 조기 발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문신의 크기가 암 발병률을 높이는지에 대한 증거도 명확하지 않으며, 네치포루크 박사는 문신 잉크와 암 위험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신이 걱정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퍼디 박사는 문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문신 시술소를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 캐나다에서는 문신 시술소가 각 주 및 준주 정부의 관할 아래 있으며, 문신 잉크는 연방 식품의약품법(Food and Drugs Act)의 화장품 규정을 따른다.
캐나다 보건부는 “잉크 제품의 제조업체나 수입업체는 식품의약품법과 화장품 규정을 준수하고, 판매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헤드버그 박사는 캐나다의 문신 규제가 유럽보다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은 2022년 수천 가지 화학물질을 문신 잉크에서 금지했고, 이로 인해 일부 파란색·녹색 색소 사용도 제한됐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여전히 모든 색상이 허용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아무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문신 제거는 보통 레이저 치료를 통해 이뤄지며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네치포루크 박사는 아조 염료가 자외선이나 레이저 제거에 민감하게 반응해 피부 내에서 새로운 화학물질로 변형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더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러한 이유로 문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문신이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인 위험성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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