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숲이다 – 숲속의, 테티스 레이크 공원 (Thetis Lake Park)

[기고] 캐나다는 숲이다 – 숲속의, 테티스 레이크 공원 (Thetis Lake Park)

지리

지구 북반구에 있는 캐나다는 울창한 산림으로 유명하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브리티시 콜롬비아주 (British Columbia, 캐나다에서는 간단히 줄여서 비씨주로 통한다)는 더더욱 그렇다. 러시아 다음으로 큰 땅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의 숲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드린다. 특히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주도(州都)인 빅토리아가 위치한 ‘밴쿠버 아일랜드 (Vancouver Island)’는 온 동네가 숲 속에 자리를 틀고 있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6개월 남짓 비 속에 지내야 하는 지루함이 주는 선물은 바로 이 튼튼한 나무들과 빽빽한 숲일 것이다. 이 곳은  어디에 숲이 더많다 적다 논할 필요가 없다. 가까이는 우리집도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숲을 논하려고 어디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소개하고자 하는 테티스 호수 공원(Thetis Lake Park)이 우리집 바로 옆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 보고 싶다. 캐나다 서부에 위치한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면적의 75%가 숲이다. 비씨주의 총면적은 약 9,500만 핵타르고 그중 64%, 즉 약 6,030만 헥타르 (1억 4천9백만 에이커)가 산림이다. 비씨주 소유 산림의 42%만 벌목이 가능하다고 하며, 자기 집의 나무라도 특이한 것은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고 반드시 시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비씨주와 대한민국의 영토와 비교를 해 보면 비씨주에 대한민국을 9번 그려 넣고도 땅이 조금 남는다. 캐나다의 가장 서쪽에 자리한 비씨주는 서쪽으로 태평양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동쪽으로 장엄한 록키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남쪽으로 미국과 마주하고 있다. 주립 공원 및 근린 시설, 자연환경 보호 구역, 그린벨트 등이 비씨주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목재 수출 세계 1위 

캐나다는 정부 주도의 지속가능한 자원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목재 생산이 그러하다. 거목들을 키워내는 캐나다는 2020년에 약 155억1000만 캐나다 달러 상당의 목재와 기타 제재소 및 목공 제품을 수출했다. 캐나다 목재 제품 수출은 2010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캐나다가 170억 달러의 목재 제품을 수출하여 세계 최고의 목재 생산국의 위치를 차지했고, 2019년에는 약 80억 3천만 캐나다 달러 상당의침엽수 목재들이 전 세계로 수출되었다. 이처럼 나무가 많은 캐나다는 나무를 베고 나면 반드시 그 자리에 다시 심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심어놓은 나무들이 일정 기간을 지나면 커다란 나무들로 자라나 이것들을 잘 키워 목재로 다듬어 외국으로 수출하게 된다.

숲 속의 호수, 테티스 레이크 공원 (Thetis Lake Park)

이제 내가 살고 있는 밴쿠버 아일랜드로 눈을 돌려 보자. 섬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큰코 다친다. 대한민국 영토의 32%에 맞먹고 서울의 53배에 달하며, 캐나다에서는 11번째로 큰 섬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상대적으로 온화한 날씨 때문에  캐나다 섬 중에서 인구밀도가 두번째로 높다. 역시나 빽빽한 숲이 섬 전체를 이불처럼 덮어싸고 있다. 

밴쿠버 아일랜드 최남단에 위치한 비씨주의 주도인 빅토리아의 이웃 도시, 랭포드 (Langford)에 자리한 테티스 레이크 공원은 호수와 숲이 잘 어우러져 사시사철 이곳 주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곳이다. 이 호수 입구에 발을 들여놓다 보면 인간은 아주 조그맣고 숲이 인간을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숲이 뿜어내는 산소가 온 몸을 휘감기 때문에 호수를 다 돌고 나오면 언제나 마치 산소통 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든다. 숲속에 들어서면 이 세상의 모든 잡다한 일들은 저 발아래 묻혀버리고 자연의 신비함이 나를 이끈다. 

한 걸음 한 걸음 구불텅거리는 산책로를  걷다보면 내 속의 복잡한 마음을 다 비워내고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 채운다. 촘촘히 맞닿은 나무들 사이로비치는 햇볕을 등에 지었다 앞으로 안았다 하며 걷는 즐거움과 함께 멀리서 눈을 꿈뻑 거리며 먹이를 찾는 사슴 가족을 만나는 날은 행복이 두배로늘어난다. 새들은 노래하고 꽃과 나비들은 춤추며 발아래 벌레들은 길을 비켜준다. 이처럼 숲과 함께하는 시간은 오롯이 순수함을 찾는 시간이다.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이 모두 하나가 되어 숨을 쉰다. 테티스 호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힐링의 시간이다. 

이 곳 숲에는 온갖 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 굵고 붉은 기둥과 빨간 베리 열매가 돋보이는 아뷰터스 (Arbutus) 나무는 캐나다에서 유일한 활엽상록수 이며 캐나다 서부 해안 8km 이내 지역해서만 자생하여 국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밴쿠버 아일랜드와 그 주변 섬에집중적으로 자생하고 있어 이곳 주민들의 자부심 이기도 하다.

<아뷰터스 (Arbutus) 나무>

캐나다 최초의 자연 보호구역

약 922 헥타르에 달하는 테티스 호수 공원은 1958년에 캐나다에서 최초로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공원이다. 지역 자치 단체에서는 이 공원의자연 보호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고 주민들의 휴양지로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 곳은 숲과 호수를 탐험할 수 있는 레크리에션 트레일이 40km 이상펼쳐져 있어, 지역민뿐만 아니라 타 지방이나 외국에서 온 방문객으로부터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트레일 난이도는 보통에서 그 다음 등급까지로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산악자전거를 탈 수 있는 다용도 산책로도 상당히 길게 여러 갈래로 섞여 있다. 테티스 호수는 일출부터 일몰까지만이용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드물기는 하지만 어두워지면 쿠거가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역사

이 지역은 유럽인의 발길이 닿기 전부터 오랜 기간동안 태평양 연안에 거주해 오던 캐나다 원주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최초의 유럽인과의 접촉은1790년 거센 폭풍우에 휩쓸려 예정없이 밴쿠버 섬 서부 해안에 표류하게 된 스페인 Manuel Quimpe호의 선원들이었다. 테티스 호수는 1852년Haida Gwaii에서 발견된 금에 대한 영국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파견된 영국 해군함정인 HMS 테티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숲과 호수에서 하나된 사람들 

이 호수는 위 아래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위쪽과 아래쪽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경치 좋은 트레일은 항상 하이킹을 즐기는 이들로 붐빈다. 이 두호수를 다 돌려면 빠른 걸음으로 2시간은 족히 걸린다. 호숫가에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 위로 물놀이나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 한가로이 카누, 카약, 패들보드에 몸을 실어 호수 위를 떠다니는 사람들, 어느 한 구석에서는 낚시에 빠진 사람들, 주인을 따라오던 강아지가 호수속에 풍덩 빠져서 헤엄치는것을 구경하는 사람들, 이 모두가 테티스 호수와 사람이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호수와 주변 언덕의 탁 트인 전망이 보고 싶다면 Seymour 또는 Scafe 언덕 위로 난이도가 좀 더 높은 트레일을 따라가면 된다. 이 곳은 각종 새들과 곤충들의 서식지 이기도 하다. 애완동물과 함께 산책이 가능하지만 민감한 다른 동식물의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팻말이 여러 군데 쓰여있다.

호숫가를 따라 있는 한적한 후미에서 절벽 꼭대기의 전망과 웅장한 주변 숲에 이르기까지 봄에는 구릉 언덕에는 갖가지로 피어고있는 야생화가 지천에 깔려있다. 여름의 푸르름은 물론이요 가을의 단풍 그리고 겨울의 설경등 테티스 호수는 사계절 모두 특색있게 바뀐다. 푸른빛과 분홍빛이 어우러진 저녁 무렵의 하늘을 빛나게하는 별똥별의 움직임은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호숫가에 무리지어 피어나는 연꽃들을 보면 마치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하다. 딱따구리가 나무에 파 놓은 구멍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보는 것도 재미있고 물을 가로지르며 나르는 오리떼들의 움직임도 예사가 아니다. 사람들은 걷다가 뛰다가 힘들면 호수를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쉬어가기도 한다.

테티스 호수는 원래 하나의 호수였으나 소방도로 진입을 위해 제방을 설치하면서 둘로 분리되었다. 나중에 두 호수들을 더 자유롭게 다니기 위해배수구가 제방 아래에 설치되어 카누 타는 사람들이 두 호수를 모두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생태학

나무들이 좋아하는 토양은 과도하게 건조하거나 과도하게 습하지 않는 토질이다. 테티스 레이크 주변을 포함한 밴쿠버 아일랜드 지역의 토양은 이에 딱 맞는 조건을 가지고 있어 모든 나무와 식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자란다. Seymour와 Round Hills의 동쪽 공원을 걷다 보면 많이 보이는전나무군과 그  발아래에서 자라는 2~6피트 높이의 키 작은 관목수(salal)가 영역 다툼없이 조화롭게 자라고 있다. 얇은 토양층과 수분 조건 그리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서 발생하는 나무들이 이 곳에 많은데 참나무를 비롯하여 살랄 (Salal), 개리 오크나무, 개잎갈나무, 풀 군락, 더글라스 전나무, 삼나무, 오리나무, 서부 층층나무, 스컹크 양배추나무, 버드나무, 고사리등이 군집되어 있다. 

이 호수를 걷다가 보면 종종 낚시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가끔씩 무지개 송어 혹은 오션 선피시를 잡았다고 자랑하며 보여 주기도 한다. 이름을 다 열거할 수 없는 93종의 새들과 눈망울이 큰 설치류 5종 또는 도마뱀 같은 파충류가 4종이나 서식하고 있다. 그외 박쥐 8종, 설치류 5종, 나비 6종이 있으며 야생화는 38종이상이고 고유식물 12종까지 어우러져 있는 종합야생 집합지다. 

휴식의 공간

넓고 긴 숲속에서 카누를 즐기며 넓은 모래사장을 끼고 수영과 낚시, 애견과 함께 하는 산책과 자전거타기를 다 할 수 있는 곳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나는 이 테티스 호수를 자주 산책한다. 호수와 숲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염되고 퇴색되어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이 보다 더 좋은 힐링의 공간은 없다. 숲이 내 곁에, 내가 숲 곁에서 항상 함께한다. 숲은 결코 나와 떨어질 수 없다. 숲 속을 걷다보면 “헬로우, 비유플 데이!” 라며 처음 만나는사람들과도 정답게 인사하고 지나간다. 행복이 푸르름과 잘 어우러지는 시간이다.

글/사진-엘리샤 리 (수필가, 화가/빅토리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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