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 해안 최초의 등대

캐나다 서부 해안 최초의 등대

<밴쿠버섬 10배 즐기기 6> Ford Rodd Hill & Fisgard Lighthouse

후안 드 푸카(Juan de Fuca) 해협의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그림 처럼 외롭게 서있는 하얀 등대가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 캐나다 서부 해안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피스가드(Fisgard) 등대가 바로 그곳이다. 이 일대 포트 로드 힐은 빅토리아 지역 해군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건설된 해안 방위요새로, 캐나다 국가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매년 캐나다데이에 다양한 핼사가 열리는 포트 로드 힐
매년 캐나다데이에 다양한 핼사가 열리는 포트 로드 힐

매표소를 지난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에스콰이몰트 하버와 해협 사이로 난 제방길 끝 바위섬 가운데 우뚝 솟은 빨간 지붕의 하얀 등대와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육지와 섬을 연결해 만든 제방길을 따라 등대 쪽으로 걸어가면서 보이는 바다물이 수정 처럼 맑고 깨끗하다.

피스가드 등대는 밴쿠버섬이 아직 영국의 식민지로 남아있던 1860년에 건설됐다. 1858년 프레이저 강 일대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밴쿠버섬이 요충 지역이 되자, 수 많은 상선들이 세계 각지에서 빅토리아로 몰려들었다. 당시 밴쿠버섬 총독이던 제임스 더글러스는 에스콰이몰트 항구를 빅토리아의 미래 관문으로 점찍고, 좁고 위험한 이 지역의 안전 운항을 위해 등대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는 밴쿠버 최남단 Race Rocks와 에스콰이몰트 항구의 입구 Fisgard 두 곳에 등대를 건설하기로 계획하고, 1860년 조그마한 바위섬인 피스가드섬에 벽돌집과 등대탑를 건설했다.

그 해 8월 조지 데이비스 가족과 조수가 영국으로부터 일곱 달간의 긴 항해 끝에 빅토리아에 도착, 최초의 등대지기로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가 랜턴을 비롯한 등대에 필요한 장비들을 영국에서 싣고 온데 이어, 탑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철제 게단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수입해 오는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등대가 불을 밝히게 된다.

등대지기의 꿈과 외로움 서린 곳

첫 등대지기 등장 이후 68년간 등대 관리인들은 매일 밤 탑 꼭대기로 올라가 오일 램프로 물을 밝혀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을 인도했다. 해가 질 무렵부터 동이 틀 때까지 램프를 지켜야 했으며, 때로는 성에나 눈으로 희미해진 창을 닦기 위해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다.

최초의 등대가 세워진 이후 50년 동안 밴쿠버섬 해안을 따라 많은 등대가 건설 됐고 , 등대지기 가족들은 갈매기를 벗삼아 지내는 고립된 생활의 외로움을 겪어야 했다. 자녀들은 통신학교로 대신하거나 먼 도시로 학교를 다녀야 했으며 , 해안 가까운 섬의 등대들도 궂은 날씨 때문에 마을에 오가는 것이 쉽지 않아 식량공급도 배에 의존해야 했다.

빅토리아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Race Rocks의 한 등대지기는 1870년 “우리 부부는 이곳에서 2년 9개월을 지냈는데 단 한번도 빅토리아에 가보지 못했다”고 불평을 남길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 시절의 평화로운 생활, 아름다운 바다와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감에 대한 향수를 사람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피스가드의 마지막 등대지기였던 조시아 고시는 낮에 부업을 가질 정도가 됐고, 1928년 자동 라이트가 개발됨에 따라 마을 주민들이 등대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등대지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다. 1951년에는 포트로드힐과 피스가드 등대섬을 지금의 제방길이 건설되고 전기도 연결, 전기로 등대의 불빛을 밝히는 시대가 시작됐다.

피스가드 등대는 지금도 여전히 이곳을 지나는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며 에스콰이몰트 항구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등대 위에는 올라갈 수 없지만 빨간 벽돌집 안에 전시된 사진과 비디오를 통해 등대의 장비와 역사를 보고 등대지기의 스토리도 들을 수 있다.

포대 안에 전시된 해안 경비용 대포.
포대 안에 전시된 해안 경비용 대포.

해안 방위를 위해 1890년대 후반에 건설된 포트 로드힐은 어퍼, 로워, 벨몬트 등 세 포대가 주요 부분을 이룬다. 어퍼, 로워 포대에는 해안 경비용 대포가 보관돼 있으며 벨몬트 포대는 수뢰정 방어용으로 건설됐다. 이들 포대는 본부, 병영, 전투 지휘소, 지하 탄약고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등대와 툭 트인 바다 전망이 더할 수 없이 시원하다.

<빅토리아투데이 2007년 8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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