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벽 넘지 못한 한화오션…캐나다 잠수함 사업 독일행

나토 벽 넘지 못한 한화오션…캐나다 잠수함 사업 독일행

100조 원 이상 초대형 사업…캐나다 “안보와 경제 모두 고려”

캐나다 정부가 7월 6일 새 잠수함 함대 건조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방산업체 TKMS를 선정했다고 CTV 뉴스가 보도했다. 한국 한화오션도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캐나다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연계성 등을 이유로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한국 방산업계 입장에서는 대형 수출 기회를 놓친 아쉬운 결과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핼리팩스에서 TKMS가 최대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할 우선 공급업체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첫 4척은 2034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카니 총리는 TKMS가 독일과 노르웨이 주문 물량 일부를 조정해 캐나다 인도 시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캐나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군 조달 사업 중 하나다. 새 잠수함은 1998년 영국에서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한다. 기존 잠수함은 잦은 문제를 겪었고, 현재 4척 중 1척만 완전 운용 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카니 총리는 TKMS와 한화오션 모두 캐나다 해군이 요구한 높은 성능 기준을 충족했고, 캐나다 노동자와 기업에 대한 경제 효과도 제시했다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TKMS는 이번 협력이 캐나다에서 총 1,67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활동, 860억 달러 이상의 경제 효과, 65만 명 이상의 고용연수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계산의 적용 기간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잠수함의 수명은 보통 30년에서 50년으로 본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는 건조뿐 아니라 30년에서 50년에 걸친 유지·보수 비용도 포함된다. 전체 계약 가치는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로이터가 인용한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잠수함 발주 자체는 120억 달러 이상 규모로 평가된다.

카니 총리는 해외 투자 금액의 100%가 캐나다 내 투자로 상응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밴쿠버와 핼리팩스의 엔지니어들이 장기 유지 능력을 구축하고, 몬트리올의 첨단 기술 인력들이 승조원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제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토 연계성이 결정에 영향

이번 결정에는 나토와의 연계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TKMS는 비핵 잠수함 분야 세계 최대 제조사로, 나토 잠수함 전력의 약 70%를 공급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은 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와의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졌다.

반면 한국의 한화오션은 비나토 국가 기업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독일 측은 한화오션이 나토 회원국들과 같은 수준의 연결성과 상호운용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카니 총리는 TKMS 잠수함이 북극 해역에 적합하고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훈련, 정비, 부품, 기술, 승조원 운용까지 나토 동맹국과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트요르벤 벨만 주캐나다 대사는 이번 결정을 “중대한 전략적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캐나다와 독일, 노르웨이가 함께 생산·정비·훈련·운용하게 될 것이라며, 공동 함대의 상호운용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정부는 나토의 새 국방비 목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5% 달성을 약속한 상태다. 캐나다는 올해 기존 목표였던 2%를 달성했고, 2035년까지 새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절차는 계약 협상

TKM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아직 최종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계약 협상은 보통 6개월에서 18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고 카니 총리는 밝혔다.

협상이 실패할 경우 캐나다는 한화오션을 다시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하고 협상에 들어갈 권리를 갖고 있다.

TKMS 최고경영자 올리버 부르크하르트는 첫 잠수함이 2034년보다 더 빨리 인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가 이미 체결된 독일·노르웨이 계약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벨만 대사도 캐나다의 노후 빅토리아급 잠수함 교체가 시급하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독일 측 인도 일정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원래 계획보다 5년 앞당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니 총리는 이를 새 국방투자청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캐나다를 유럽연합과 나토에 더욱 밀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롭 휴버트 캘거리대학교 군사·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이번 조달 과정이 투명하고 혁신적이며 의도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당 국방 담당 비평가 제임스 베잔은 이번 발표가 실제 계약 체결이 아닌 협상 개시 발표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에 필요한 것은 발표가 아니라 잠수함의 조속한 인도라고 지적했다.

한화 캐나다의 글렌 코플랜드 최고경영자는 이번 결정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한화가 한국 방위산업 기반의 잠재력을 캐나다 정부와 국민에게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세계 4위 방산 수출국인 한국의 핵심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계속 입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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