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정부, 미분양 콘도 2,200채 매입 추진 논란

BC정부, 미분양 콘도 2,200채 매입 추진 논란

전문가 “주택 공급보다 금융시장 안정화 목적”

캐나다 연방정부와 BC주 정부가 미분양 콘도 2,200가구를 매입해 저렴한 주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 정책이 주택 문제 해결보다 부동산·금융 부문 안정화에 더 큰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고 캐나다 통신사(The Canadian Press)가 최근 보도했다.

마크 카니 연방 총리는 지난 2026년 6월 17일 발표한 주택 정책에서 “혁신적인 금융 수단”을 활용해 미분양 콘도를 확보하는 방안을 가장 효율적인 주택 공급 확대 방법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카니 총리는 “정부가 일정 가격에 콘도를 매입하고 자금 조달을 장기적으로 분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해당 콘도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할지, 다시 매각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2026년 가을까지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카니 총리와 데이비드 이비 BC주총리는 이번 계획이 향후 10년간 50억 달러 규모의 종합 주택 정책의 일부이며, 우선 2,200가구의 미분양 콘도를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사이먼 프레이저대학교 도시 프로그램 책임자인 앤디 얀은 이번 정책이 개발업체와 금융권에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의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어떤 콘도를 어떤 가격에 매입할 것인지, 그리고 왜 지금 개입에 나서는지 등 핵심 정보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세부 사항들이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그는 말했다.

얀은 1990년대 중반에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미분양 콘도가 존재했지만 당시에는 정부가 시장에 이처럼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소득과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주택모기지공사(CMHC)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BC주 전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5,849가구이며, 이 가운데 4,376가구가 메트로 밴쿠버에 집중돼 전체 미분양 물량의 75%를 차지한다.

얀은 1995년 12월 미분양 아파트 수가 3,331가구였다고 설명하며, 당시 메트로 밴쿠버 인구가 현재보다 훨씬 적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주택 가격이 소득 수준과 분리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크게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얀은 “아직은 추측의 영역이지만, 이번 정책은 미국에서 2007년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상황을 미리 방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가 밴쿠버 주택 가격의 새로운 하한선을 만들려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카니 총리는 지난 발표에서 금리 상승과 수요 감소로 인해 개발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하기를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BC보수당의 주택 담당 비평가 린다 헵너는 이번 정책이 “세금으로 개발업체를 인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콘도 가격이 너무 높아 팔리지 않는다면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은 결국 구매 가능한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며 “하지만 개발업체들이 충분히 오래 기다리면 정부가 구제해 줄 것이라고 믿게 되면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어지고, 결국 주택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얀 역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오랫동안 주택 공급 부족이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제 이런 신규 주택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만큼,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자연스럽게 하락하도록 놔두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이번 정책이 다른 산업에도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정부들 사이에서도 이번 발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BC지방자치단체연합회(UBCM)의 제나 스토너는 지방정부들이 아직도 정책의 구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공개된 내용이 너무 적어서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콘도를 매입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누가 이를 소유하고 운영할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지방정부들도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스토너는 또한 주정부가 왜 이번 예산을 기존의 지역사회 주택기금(Community Housing Fund)에 투입하지 않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금은 2018년 설립된 프로그램으로, 저렴한 임대주택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돼 왔다.

그러나 BC주 정부는 최근 해당 기금의 신규 지원 공모를 소급 취소했으며, 향후 공모도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스토너는 “주정부가 저렴한 주택 공급 프로그램에서 후퇴한 것은 지방정부들에 큰 실망을 안겼다”며 “이미 자금 지원을 기다리고 있던 많은 사업들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로 남겨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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