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크루즈선서 한타바이러스 확산…3명 사망·150명 고립
캐나다인 4명 포함…WHO “대규모 확산 가능성 낮다”
서아프리카 인근 해상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의심 사례가 발생해 사망자가 나오고 승객들이 고립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가 관련 감염 사례를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6년 5월 4일 기준으로 서아프리카 해역에 머물고 있던 고급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례 7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중 2건은 실험실에서 확진됐고, 나머지 5건은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확인된 사례에는 사망자 3명, 중증 환자 1명,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 3명이 포함됐다.
해당 선박에는 영국, 미국, 스페인 국적 승객이 다수 탑승하고 있었으며, 약 150명이 여전히 선내에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캐나다인 4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는 네덜란드 국적 부부와 독일 국적 1명이며, 이 외에도 일부 승객이 병세를 보였다. 영국인 1명은 선박에서 하선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외교부는 현지 당국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캐나다인 중 직접적인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의 배설물이나 소변에서 나온 입자가 공기 중에 퍼질 때 감염될 수 있으며,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사람 간 전파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치료제는 없으며, 치료는 인공호흡기 사용 등 지지 요법 중심으로 진행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은 낮으며, 공포를 느낄 필요나 여행 제한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보베르데 당국은 예방 차원에서 해당 선박의 입항을 허용하지 않았다.
선박에 탑승 중인 미국 여행 블로거 제이크 로즈마린은 SNS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뉴스 헤드라인이 아니라 가족과 삶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불확실성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밝혔다.
선박 운영사인 네덜란드 기반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스는 승객들을 라스팔마스와 테네리페 섬에서 검사 후 하선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증상을 보이는 영국인과 네덜란드인 승무원 2명, 독일인 사망자 시신, 그리고 증상이 없는 사망자 관련 동승자 1명의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선내에서 엄격한 예방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크루즈선 ‘MV 혼디우스’는 2026년 3월 아르헨티나 남부 우수아이아에서 출항했으며, 남극 자연 탐사 여행 상품으로 판매됐다. 선실 요금은 1만4천 유로에서 2만2천 유로(약 2천만 원 ~ 3,200만 원 수준) 수준이었다.
선박은 남극 대륙, 포클랜드 제도, 사우스조지아, 나이팅게일섬, 트리스탄다쿠냐, 세인트헬레나, 어센션 섬을 거쳐 2026년 5월 3일 카보베르데 해역에 도착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는 사망자 중 2명이 네덜란드 국적이라고 확인했다. 70세 남성은 2026년 4월 11일 세인트헬레나에서 사망했고, 69세 여성은 이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쓰러진 뒤 몇 주 후 사망했다.
다만 이 네덜란드 부부의 사망 원인이 한타바이러스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인 환자는 2026년 4월 27일 증상을 보였으며, 독일인 사망자는 2026년 5월 2일 선내에서 사망했다. 독일인의 사망 원인 역시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감염 경로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한타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노출 후 1주에서 최대 8주 사이 피로감, 발열 등 독감 유사 증상으로 시작된다.
네덜란드 국립공중보건환경연구소는 이번 조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감염원이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선내 쥐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과 남미 기항지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모두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구엘프대학교의 수의학자 스콧 위즈는 다수 감염자가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동일한 감염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천 마리의 설치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한 마리라도 특정 상황에서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조사는 감염자들이 선내에서 머물렀던 장소와 서로 접촉했는지 여부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토론토 세인트마이클병원의 호흡기 전문의 사미르 굽타는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파가 쉬운 질병은 아니지만 가능하다”며 “공기보다는 체액 접촉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감염된 승객들이 크루즈 출항 이전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타바이러스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2~3주지만 최대 7주까지도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의 방문 교수 다니엘 바우시는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발견되는 안데스 바이러스의 경우 사람 간 전파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크루즈가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이번 사태가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