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세계 석유 20% 통로 흔들린다
주요 해운사 운항 중단…수천 척 선박 대기 상태
이란을 둘러싼 전쟁이 확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이 중단되고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중동의 좁은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란 전쟁이 확대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운항이 사실상 멈췄고 국제 유가도 급등했다. 이 해협은 세계 석유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통로로 평가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의 입구에 위치한 좁은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석유 물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에서 생산된 석유와 가스를 실어 나른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해상 교통이 차단될 경우 세계 석유 거래에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운용사 노이버거 버먼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하칸 카야는 “위험의 규모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조선 운항이 1~2주 정도 부분적으로 둔화되는 경우에는 석유 기업들이 이를 흡수할 수 있지만, 한 달 이상 완전히 또는 거의 완전히 차단될 경우 배럴당 75달러를 넘어서 거래되고 있는 원유 가격이 세 자릿수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구간이 약 33km에 불과한 굽은 형태의 해상 통로로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한다. 이곳을 통과한 선박들은 오만만을 거쳐 전 세계로 항해할 수 있다.
해협의 북쪽은 이란, 남쪽은 오만의 영해가 위치해 있지만 국제 해상 통로로 간주돼 모든 선박이 통행할 수 있다. 초고층 건물로 유명한 도시 두바이가 있는 아랍에미리트 역시 이 해협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교역로였다. 과거 중국에서 출발한 도자기와 상아, 비단, 직물 등이 이 지역을 거쳐 이동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에서 생산된 석유와 가스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들이 이 해협을 통해 이동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아시아 시장으로 향하며 이란산 석유의 주요 구매국인 중국도 포함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석유를 운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일부 존재하지만,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해협을 통과하는 대부분의 물량은 대체 운송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이 해협을 둘러싼 긴장과 위협은 국제 에너지 가격을 급등시키는 요인이 됐다. 특히 지난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당시에도 비슷한 영향이 나타난 바 있다.
현재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여러 선박을 공격했고,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대해 위협을 가하면서 사실상 항로를 봉쇄한 상태다.
이란 혁명수비대 준군사 조직의 고문인 에브라힘 자바리는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됐다”며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불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앞서 2월 중순 군사 훈련을 이유로 해협 일부 구간을 일시적으로 폐쇄한 바 있으며 이후 며칠 동안 국제 유가는 약 6% 상승했다.
과거 긴장 국면에서도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한 적이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양측이 유조선과 선박을 공격했고 해상 기뢰를 사용해 한때 항로가 완전히 차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이 해협 전체를 반복적으로 폐쇄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1980년대 이후 거의 없었으며, 지난해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공격했던 12일간의 전쟁 당시에도 해협 전체를 봉쇄하지는 않았다.
현재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도 잇따라 운항 중단을 선언했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2026년 3월 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 운항을 추가 공지 전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머스크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파그로이드, CMA CGM, MSC 등 다른 대형 해운사들도 유사한 공지를 발표했다.
테네시대학교 공급망관리학과 물류 책임자인 톰 골즈비는 “현재 그 항로를 통과하려는 선박은 거의 없다”며 “보험사 역시 그 지역을 통과하는 운송을 보장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페르시아만 안에 갇힌 선박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며, 교체를 위해 들어가려던 선박들도 현재 정박하거나 다른 항로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 데이터 분석업체 클락슨스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페르시아만 내부에는 약 3200척의 선박이 대기 상태로, 이는 전 세계 선박 톤수의 약 4%에 해당한다.
다만 이 가운데 약 1231척은 페르시아만 내부에서만 운항하는 선박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전 세계 선박 톤수의 약 1%에 해당하는 약 500척의 선박이 현재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연안 항구에서 페르시아만 진입을 기다리며 대기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