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1만 년 전부터 개와 함께 세계를 이동했다

인류, 1만 년 전부터 개와 함께 세계를 이동했다

고대 개 73마리 유전체 분석… 인간 이동과 유전 변화 일치

새롭게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약 1만 년 전의 인간들은 세계 각지를 이동할 때 개를 동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이번 연구는 개가 수천 년 동안 인간 문화의 핵심 요소였음을 보여준다.

독일 뮌헨 루트비히막시밀리안대학교와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교의 고유전학자 로랑 프란츠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고대 개 73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 중 17개는 시베리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초원, 중국 등지에서 새롭게 채집한 표본이었다. 연구진은 이 지역들에서 지난 1만 년 동안 사냥채집인, 농경민, 유목민의 이동으로 다양한 문화 변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사용된 표본은 약 9,700년 전부터 870년 전 사이의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된 것이었다. 연구팀의 공동 저자인 고유전학자 라키 스카스브룩은 유럽과 아시아의 인간 유전 연구를 기반으로 주요 문화·유전 변화를 확인한 뒤, 이를 개의 유전적 변화와 비교해 이동 양상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가축도 길들이기 전에 인간에게는 이미 개가 있었다”며 “사람들은 개에 매우 애착을 느껴 어디를 가든 함께 데려갔다”고 말했다.

연구는 동부의 사냥채집인이 서유럽으로 이동하면서 인간의 유전자 구성이 변했고, 동일한 변화가 개의 유전자에서도 관찰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사람들이 이동할 때 개를 데리고 간 흔적으로 해석됐다. 스카스브룩은 특정 지역에 살던 개들이 시간이 지나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동쪽으로 향하는 수많은 유전적 변이가 인간의 이동과 동일한 방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약 4천 년 전 금속 세공인들이 유라시아 대초원을 가로질러 이동할 때 개들도 함께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지역은 만주, 몽골, 신장, 카자흐스탄, 시베리아, 유럽 러시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광범위한 지역을 포함한다.

북극 지역에서 발견된 개가 중국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의 개와 같은 유전 구성을 지닌 사실도 드러났다. 스카스브룩은 지금까지 중국의 고대 개 유전체는 공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고대 중국 개의 유전적 다양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딩고가 있다. 딩고는 다른 개들과 매우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약 5천 년 전 중국에서 살던 개와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과 개의 이동이 반복되면서 개의 계보가 뒤섞여 재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로마인들이 최초로 개를 길들여 반려동물로 키웠다는 통념도 뒤집는다. 스카스브룩은 “개는 최소 1만 1천 년 전부터 인간처럼 대우받았다”며 “이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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