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정신 건강 악화, 자녀 발달에도 부정적 영향” 연구 결과

“아버지의 정신 건강 악화, 자녀 발달에도 부정적 영향” 연구 결과

아버지의 정신 건강이 자녀의 인지, 정서, 언어, 신체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전통적으로 어머니 중심으로 연구되어 온 양육과 아동 발달의 관계에 아버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6월 17일 미국 소아과학회지(JAMA Pediatrics)에 발표된 이 연구는 전 세계 수천 쌍의 아버지-자녀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아버지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자녀의 인지, 사회·정서, 언어 및 신체 발달과 약한 연관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우울, 불안, 또는 이 둘이 혼합된 증상이나 진단, 그리고 전반적인 스트레스로 정의했다.

특히 이러한 영향은 임신부터 출산 후 2년까지의 ‘주산기(perinatal period)’에 두드러졌으며, 이 시기는 태아에서 유아기, 유아기에서 아동기로 이어지는 민감한 발달 시기로, 부모 특히 어머니의 정신 상태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델라이즈 허치슨(Delyse Hutchinson) 호주 디킨대학교 SEED 평생연구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버지의 주산기 정신 건강과 자녀 발달 간의 연관성을 다룬 가장 포괄적인 글로벌 분석”이라며, “연구 결과가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자녀 발달의 다양한 영역 분석

기존 연구들은 주로 어머니와 자녀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왔고, 아버지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다뤄졌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버지의 우울, 불안, 스트레스가 자녀의 ▲사회·정서 발달 ▲적응력 ▲인지 발달 ▲언어 능력 ▲신체 성장 ▲운동 능력 등 6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사회·정서 발달은 또래와의 관계 형성, 정서 조절, 공감 능력, 애착, 자기 위안 능력 등으로 측정됐고, 적응력은 변화에 대한 대응력, 일상생활 처리 능력으로 평가됐다. 인지 발달은 기억력, 주의력, 학습능력, IQ, 학업 성취 등을 포함했다.

신체 발달에는 조산, 태내 성장, 키와 체중, 발육 지연, 복통, 수면 건강 등이 포함됐으며, 운동 능력은 글쓰기나 단추 채우기 등의 미세 운동, 걷기나 팔 휘두르기 같은 대근육 운동으로 나뉘었다.

조기 개입의 중요성

연구는 84편의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했으며, 모두 아버지의 정신 상태가 임신부터 출산 후 2년 사이에 측정된 장기 추적 조사였다. 단, 기존 건강 문제나 약물 사용, 음주 등은 제외되었다.

분석 결과, 적응력과 운동 능력 발달에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나머지 4개 분야에서는 미약하나마 일관된 연관성이 확인됐다. 특히 그 영향은 유아기, 영아기, 이후 아동기 순으로 점차 약해졌다.

또한 출산 전보다 출산 후 아버지의 정신 건강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출산 후 아버지의 정신 상태가 자녀와의 상호작용과 애착 형성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애너앤로버트 H. 루리 아동병원의 크레이그 가필드 박사 등 세 명의 독립 전문가들도 이번 연구에 대해 “아버지의 육아 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분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 소아과 교수 아르와 나시르 박사 또한 “부모의 양육이 자녀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을 확인한 연구이며, 향후 연구에서는 아버지가 자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식도 함께 조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의점과 한계도 존재

다만 이번 연구에는 일부 ‘회색 문헌(grey literature)’이 포함되어 있어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사 학위 논문, 미출판 자료, 직접 인터뷰 등을 포함한 일부 분석은 정식 출판된 데이터보다 검증력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674개 연관성 분석 중 286개는 미출판 자료 기반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출판된 자료와 미출판 자료를 비교한 결과, 대부분의 발달 분야에서 유사한 연관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나시르 교수는 또 “이 연구는 인과 관계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 연관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아버지와 자녀 모두가 동일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빈곤, 인종차별, 건강 불평등 같은 구조적 문제가 정신 건강과 자녀 발달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정신 건강, 정책적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아버지 정신 건강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리 아동병원 전문가들은 논평에서 “오랜 기간 진행된 산후 우울증 어머니 대상 스크리닝 전략을 아버지에게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며, “기존의 모성 정책 인프라를 활용한 아버지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허치슨 교수는 “아버지가 부모가 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감정적으로 도전적인 시기일 수 있다”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해야 할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가정의학과, 정신건강 클리닉, 또는 전문적인 산후 클리닉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인지행동치료(CBT)나 명상 기반 앱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자녀가 이미 성장했더라도 자신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데 늦은 시점은 없다”며, “모든 발달 단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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