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캐나다 서부서 급속 확산…전문가들 “지금은 확산 초기 단계”
전문가들 “천 명당 1~3명 사망…예방 접종이 최선” 경고
알버타주에서 홍역 확진 사례가 일주일 만에 급증하면서 보건 전문가들이 확산세에 대한 경고를 내놨다. 지난 5월 1일 기준 193건이었던 확진자 수는 5월 8일 기준 313건으로 증가했다.
확진자의 약 3분의 2는 레스브리지, 테이버, 메디신 햇 등이 포함된 알버타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알버타 주 전 보건책임자 제임스 탤벗 박사는 목요일 앨버타의사협회가 주최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홍역은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고 발진이 생긴 뒤, 검사와 보고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집계된 수치는 실제 감염 규모에 비해 상당히 늦게 반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캐나다에서 근절된 것으로 간주되던 홍역이 지금은 기하급수적인 증가 양상을 보이며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알버타주는 이미 온타리오주와 유사한 확산 속도로 접근하고 있으며, 온타리오에서는 지난 일주일간 197건이 추가되어 누적 확진자는 1,440명에 이르렀다.
온타리오에서는 지금까지 101명이 입원했고, 그 중 75명은 어린이였으며, 이 가운데 8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앨버타대학교 감염병 전문가 크레이그 제니 박사는 “알버타에서는 최근 3주간 거의 매주 신규 확진자가 두 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 주간 이런 확산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스캐처원주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주의 최고 보건책임자인 사킵 샤합 박사는 목요일 현재 총 27건의 확진이 확인됐으며, 이는 단 일주일 사이에 15건이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샤합 박사는 “확진자의 연령대는 생후 5개월부터 다양하며, 대부분은 미접종자이다. 특히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영아 주변에 면역력이 없는 가족과 지역사회가 존재하면서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의 78%가 어린이 및 청소년층이었다고도 밝혔다.
현재까지 사스캐처원에서는 2건의 입원이 보고됐으며, 샤합 박사는 “20명 중 1명꼴로 입원이 필요하고, 5명 중 1명은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탤벗 박사는 알버타주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것도 확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세 미만 영유아의 경우, 권장 접종량인 2회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평균 68%에 불과하다”고 밝히며, 이는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인 9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부, 남부, 중부 지역은 접종률이 50% 이하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알버타 주정부는 비판 여론에 대응해 5월 초부터 백신 접종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감염 집중 지역에서는 보건소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워크인(예약 없이 방문) 접종을 허용했다. 또한 생후 6개월부터 11개월 사이 영아를 대상으로 기존 접종 일정 외에 조기 접종을 추가했다.
아울러 정부는 14개 언어로 구성된 새로운 백신 홍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제니 박사는 “홍역은 단순한 소아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천 명당 1~3명의 어린이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체 확진자 중 약 10%는 병원 진료가 필요하며, 천 명 중 1명꼴로 중환자실 입원과 인공호흡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염병 전문가 리노라 색싱어 박사는 성인들도 백신 접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5세 이하 대부분은 홍역이 줄어드는 시기에 성장했고, 당시 기준으로 한 번만 백신을 맞은 이들이 많다”며, “이들은 다시 감염될 수 있는 위험군이며, 성인의 홍역은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색싱어 박사는 “홍역은 단순한 발진성 질환이 아니라 전신 질병이다. 폐 질환, 간염, 뇌염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회복 후에도 면역 체계가 일시적으로 약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드물지만 수년 후 발생하는 치명적 뇌 질환인 ‘아급성 경화성 전뇌염(SSPE)’ 역시 어린 시절 홍역 감염 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이라고 설명했다.
탤벗 박사는 “홍역은 감염자 천 명당 1~3명이 사망할 수 있으며, 이는 단 한 번의 감염 확산이 아니라 천 명당 반복되는 비용”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예방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