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무역전쟁, 캐나다 경제 회복세에 위협… 캐나다 중앙은행 경고
“장기화될 경우 모기지 연체율 금융위기 수준 이를 수도”
2025년 5월 8일, 캐나다 중앙은행은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캐나다 경제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발표된 금융안정성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캐나다 가계와 기업의 재정 상태는 호전되고 있었으나, 최근 무역 갈등으로 리스크가 다시 커졌다는 분석이다.
티프 맥클렘(Tiff Macklem)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오타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는 지금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라며 “무역전쟁은 새로운 리스크를 유발하고 있다. 경제가 개선되는 중이라 해도, 앞으로 닥칠 파고에 대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아직 관세 인상 방향이 불확실하다고 밝히면서도, 관세가 오르고 장기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캐나다 국민들이 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맥클렘 총재는 “장기적인 무역전쟁은 캐나다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중앙은행의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모기지 연체율이 0.5%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치이며, 1990년대 초반 0.6% 이상의 연체율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겠지만, 어떤 방식과 규모로 지원이 이뤄질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포함된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는 더욱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IMF는 경기침체가 7분기 지속될 경우를 가정하고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 자체 전망치인 4분기 침체보다 더 길다. 이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은 5.1% 하락하고, 실업률은 9.2%에 달할 수 있으며, 주택가격은 26%, 주식시장은 최대 36%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맥클렘 총재는 “비관적 상황을 가정해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미국과 영국 간 무역진전 소식 등은 긴장을 일부 완화하는 신호일 수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또한 “무역 리스크가 당장 해소된다 하더라도, 그 여파는 지속될 것이며, 신뢰가 어느 정도 손상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만 해도 캐나다 가계와 기업의 재정 상황은 개선되고 있었다.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전년 대비 낮아졌고, 기업의 파산 신청 건수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금리 속에서 갱신을 앞둔 주택담보대출(mortgage)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2024년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하로 인해 상환액이 당초 예상보다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당수 주택 소유자들이 소득 증가 및 부동산 가치 상승을 경험하면서 부담이 완화된 측면도 있다.
중앙은행은 비금융 기업들도 대체로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 종료 직후 일시적으로 늘었던 기업 파산도 금세 안정됐으며, 4월 초 시장 변동성이 커지기 전까지는 신규 대출 발행도 활발했고, 자금 조달 비용도 낮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기지를 보유하지 않은 가계의 경우, 경제적 스트레스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의 경우, 6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으며, 역사적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모기지를 보유한 가계의 연체율은 여전히 역사적 평균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또, 캐나다 전체적으로 가계 부채 수준은 여전히 역사적 기준 대비 높은 상태라며,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특히 관세 영향을 받는 계층에 대한 리스크가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은 전체 자산의 약 15%가 무역 민감 산업 또는 지역의 가계 및 기업 대출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기 둔화의 연쇄효과가 더 넓은 산업과 노동계층에 파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앙은행은 캐나다의 금융 시스템이 높은 자본 완충 및 대손충당금 덕분에 손실을 흡수할 충분한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맥클렘 총재는 “전체적으로 보면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그러나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고,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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