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탄생… 로버트 프레보스트, ‘레오 14세’ 즉위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탄생… 로버트 프레보스트, ‘레오 14세’ 즉위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전 로버트 프란치스코 프레보스트 추기경)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목요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로지아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메니코 스티넬리스/AP 통신)

시카고 출신, 선교사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 지지자…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 강조

전 세계 14억 명의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새 교황에 미국 출신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가 선출됐다. 그는 ‘레오 14세(Pope Leo XIV)’라는 이름으로 제267대 교황에 즉위했다.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며, 세계 무대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이다.

현지시간 5월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프레보스트는 군중을 향해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Pace a voi tutti)”이라는 첫 인사를 전했다. 이어 스페인어로도 짧은 연설을 했지만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로버트 프레보스트는 69세로 시카고 태생이며, 대부분의 사제 생활을 페루에서 선교사로 지냈다. 2023년에야 추기경에 임명됐고, 미디어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적은 인물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전 교황(2013~2025 재임)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며, “현대 세계와 소통하는 교회, 평화와 자비를 추구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가까이 있는 교회”라는 전임자의 메시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프레보스트는 전통적인 교황복장을 착용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교황의 겉치레를 최소화하려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프레보스트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Chiclayo) 교구의 주교로 섬겼고, 같은 해 페루 시민권을 취득해 현재는 미국과 페루의 이중국적자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그를 바티칸으로 불러, 전 세계 가톨릭 주교 임명을 담당하는 부서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이후 다수의 주교 인선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로버트 프레보스트의 오랜 친구인 마크 프랜시스(Mark Francis) 신부는 “그는 항상 따뜻하고 실용적인 시각으로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중시해 왔다”며 “세상의 주목을 원하지 않는, 소탈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인물”이라고 평했다.

프레보스트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정치권과는 견해 차이를 드러낸 바 있다. 2025년 2월, 제이디 밴스(JD Vance) 미국 부통령이 ‘사랑에도 우선순위가 있으며, 가족-국가-타인 순’이라고 주장하자, 그는 “예수님은 사랑을 서열화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SNS에 올렸다. 같은 달에는 미국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글도 공유했다.

2017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리아 난민 입국 금지 정책을 비판한 예수회 신부의 글을 공유하며, “우리는 점점 비도덕적인 나라가 되고 있다. 예수님께서 우신다”고 적었다.

2024년 8월의 연설에서도 그는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다. 우리가 그것을 잊는 날은,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는지를 잊는 날”이라고 말하며, 이민자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그는 페루에서 베네수엘라 난민을 돕는 데에도 힘썼다. 치클라요의 가톨릭 단체 관계자인 헤수스 레온 안헬레스(Jesus Leon Angeles)는 “그는 매우 소박한 성격으로, 항상 남을 도우려는 사람”이라며,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들을 위해 많은 관심을 쏟았다”고 전했다.

교회 내에서 프레보스트는 복음화를 중요하게 여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바티칸 인터뷰에서 “우리는 종종 교리를 가르치는 데 집중하느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려야 한다는 본질을 잊는다”고 말했다. 같은 해 기자회견에서는 “교회는 천막을 넓히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며, 누구든 환영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보스트는 1955년생으로, 전 세계 50개국에서 활동 중인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일원이다. 이 수도회는 공동체적 삶과 평등을 중시하며, 약 2,500명의 사제와 수사를 두고 있다.

학력으로는 필라델피아의 빌라노바대학교 학사, 시카고의 가톨릭신학연합 석사, 로마의 성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 교회법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1985년 페루 선교사로 처음 파견되었으며, 1999년 미국으로 귀국해 수도회 지도자로 일했다. 이후 로마로 옮겨 아우구스티노회 총원장직을 두 차례 역임하면서 세계 각국의 공동체를 방문했다.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를 구사하는 그는 2023년 다시 로마로 복귀했으나, 바티칸 인사들이 자주 참석하는 사교 모임에는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레온 안헬레스는 “그는 리더십이 있으면서도 경청의 미덕을 지닌 사람”이라며 “가장 겸손한 사람의 의견도 경청하는 예의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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