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 기준금리 2.75% 동결…“미중 무역전쟁, 경기침체 유발 가능성”
캐나다 중앙은행이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 행진을 멈추고,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중앙은행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미국발 관세 조치의 불확실성을 지목하며, 경제 전망치를 제시하는 대신 두 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 중 하나는 캐나다가 깊은 경기침체에 빠지고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4월 16일 오타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티프 맥클렘(Tiff Macklem)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3월 결정 이후 여러 일이 있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어떤 관세가 부과될지, 줄어들지 아니면 확대될지, 또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평소보다 덜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금리 동결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동결이 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으며, 필요할 경우 중앙은행이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더글러스 포터(Douglas Porter)는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경우 중앙은행이 훨씬 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TD 증권의 금리 전략 책임자 앤드루 켈빈(Andrew Kelvin)도 “앞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면,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분기 GDP 약세 전망…탄소세 폐지·유가 하락으로 물가도 하락 예상
중앙은행은 단기적으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GDP는 1.8% 성장으로 예상되지만, 2분기에는 그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은 탄소세 폐지와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4월 중 약 1.5%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은 현재로서는 장기적인 경제 전망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맥클렘 총재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경제성장률 전망이 실제적인 판단 기준으로서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중앙은행,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공식 경제전망 포기…대신 두 가지 시나리오 제시
이번 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공식 경제전망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두 가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대부분의 관세가 협상을 통해 철회되는 경우다. 이 경우 2분기에는 GDP 성장률이 정체되지만 이후 점진적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물가는 1.5%까지 하락한 뒤 다시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 수준으로 회복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관세가 장기적인 세계 무역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이 경우 캐나다 경제는 1년간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지고, 2026년 중반에는 인플레이션이 3.5%까지 치솟는다. 맥클렘 총재는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가 캐나다의 잠재 성장률을 영구적으로 낮추고, 국민의 생활 수준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결과는 캐나다에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수출 기업들이 도산하고, 실업률이 오르며, 캐나다인들이 지출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경제 지표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경우, 중앙은행은 신속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무역전쟁 여파, 캐나다 경제에 타격…소비·투자 위축
지난해 대부분 불안정했던 캐나다 경제는 2024년 말 들어 안정을 찾기 시작했지만,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공세를 펼치면서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가 다시 위축됐다.
이는 최근 발표된 고용 정체, 높은 물가, 저조한 경제성장 수치 등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번 중앙은행의 결정과 전망은 캐나다 경제가 당분간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정책 유연성을 유지하며 대응해 나가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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