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차기 총리로 선출
“캐나다가 변화할 시점”… 득표율 85% 압승
2025년 3월 9일, 마크 카니가 캐나다 자유당 대표 경선에서 새 대표이자 차기 총리로 선출됐다. 전직 중앙은행 총재였던 카니는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당내 지지를 확고히 했다.
카니는 연방 하원의원이 아니며 선출직 경험도 없지만, 전체 지지 포인트의 85% 이상을 확보하며 1차 투표에서 가볍게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는 전국 343개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하며 전국적인 지지를 얻었다.
자신이 선거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그의 캠프 내에서도 이처럼 압도적인 승리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재무장관이 8%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하며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프릴랜드가 지역구로 둔 토론토-센터에서도 카니가 승리하자 현장에서는 놀라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라이나 굴드 전 하원 원내대표는 3.2%를 얻으며 3위를 기록했고, 몬트리올 사업가이자 전 의원인 프랭크 베일리스가 근소한 차이로 4위를 차지했다.
“내삶의모든것이이순간을위해준비됐다“
카니는 3월 9일, 몬트리올 출신 가수 ‘Coeur de Pirate’의 노래 “Crier tout bas”가 흐르는 가운데 무대에 올라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승리 연설을 했다.
“두 달 전, 저는 강한 캐나다적 가치로 이끌어갈 수 있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 대표 경선에 출마했습니다.”
“제 부모님은 교사였고, 그들은 근면과 공동체의 중요성, 그리고 포용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제 코치는 팀워크, 야망, 그리고 무엇보다도 캐나다답게 겸손의 가치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는 이번 승리가 자유당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며, 동시에 연방 총선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카니는 연설에서 미국과의 무역 분쟁 문제를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이 우리를 존중할 때까지 캐나다의 보복 관세는 유지될 것”이라며 “관세를 통해 모인 자금은 캐나다 노동자들을 돕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싸움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장갑을 벗어던진다면, 캐나다인들은 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무역에서든, 하키에서든,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카니는 두 개의 G7 중앙은행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적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스티븐 하퍼 전 총리의 보수당 정부에 의해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되었다. 이후 금리를 인하하고 은행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후 2013년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로 자리를 옮긴 카니는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1694년 설립된 영국 중앙은행 역사상 최초의 비(非)영국인 총재였다.
카니는 연설 중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포리브르를 겨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자유 시장을 맹신하면서도 실제로 급여를 지급해 본 적 없는 전형적인 평생 정치인입니다. 피에르 포리브르는 우리 행성을 불태우게 내버려둘 것입니다. 이는 이념일 뿐 리더십이 아닙니다.”
포리브르는 같은 날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집회에서 카니를 겨냥해 “그는 미국을 더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니의 약점을 이용해 캐나다 노동자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니는 대표 경선 시작 전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아 왔다. 그는 가장 많은 당내 지지를 얻었고, 선거 자금을 가장 많이 모았으며, 보수당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트뤼도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이었던 탄소세를 옹호해온 그는 이번 경선에서 소비자 탄소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자유당 내에서도 중요한 정책적 변화로 해석된다.
이번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자신의 마지막 연설을 통해 “자유당은 언제나 캐나다를 변화시켜 왔다”며 자신의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이제 우리나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카니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트뤼도의 연설이 끝난 뒤, 장 크레티엥 전 총리가 무대에 올라 “캐나다 자유당은 캐나다 헌법상 권리와 자유를 확립하고, 두 개의 공식 언어 정책을 도입했으며, 엄격한 총기 규제 및 동성 결혼을 인정했다”며 당의 전통을 강조했다.
카니가 하원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가 직접 선거를 통해 의회에서 입지를 다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트뤼도가 공식적으로 사임한 후 총독으로부터 총리로 임명되면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한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와 카리나 굴드는 다음 총선에 출마할 의지를 밝혔다. 프릴랜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나에게 중요한 정책들을 설명할 기회가 되었다”며 경선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카니의 취임 이후 자유당의 향방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보수당과의 대립 구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기 총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