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원두값 50년 만에 최고치… 왜?

코코아 원두값 50년 만에 최고치… 왜?

“기후 변화·투기·생산 감소”

코코아 원두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으며, 초콜릿이 더 큰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글로벌 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벨기에 초콜릿 기업 레오니다스(Leonidas)와 초콜릿 연합체 초프라비스코(Choprabisco)의 대표 필리프 드 셀리에(Philippe de Sellier)는 “코코아 가격 상승은 2년 이상 지속되어 왔으며, 현재 매우 극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2022년 여름 톤당 2,000달러 미만이었던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12,000달러를 넘었으며, 현재 10,000달러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옥스팜 공정무역 그룹의 정책 자문 바트 반 베지엔(Bart Van Besien)도 “지난 50년간 이렇게 높은 가격은 본 적이 없다”며, 초콜릿 본고장인 벨기에의 280여 개 초콜릿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브뤼헤에 위치한 유명 초콜릿 브랜드 ‘더 초콜릿 라인(The Chocolate Line)’의 도미니크 페르소네(Dominique Persoone) 대표는 “운이 좋게도 멕시코에 직접 운영하는 코코아 농장이 있어 원두 수급에 어려움이 적지만, 많은 동료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공급망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아예 원두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격이 너무 올라서 발렌타인데이에 문을 닫는 초콜릿 가게도 있다. 이들은 부활절 시즌에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하며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페르소네는 “지난 1년간 초콜릿 가격이 20% 올랐다”고 밝혔다. 드 셀리에도 “제조업체별로 가격 인상 폭이 다르지만,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코코아 가격 급등은 기후 변화, 질병, 원자재 투기, 농민들의 생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반 베지엔은 “서아프리카 주요 생산지에서 강우량과 가뭄 패턴이 변화하면서 코코아 나무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페르소네는 “코코아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적도 인근 지역에서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심해지면서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코코아 나무 질병까지 겹치면서 수확량이 급감했다.

한편, 글로벌 경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등 신흥국의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초콜릿 소비가 증가했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또한, 코코아 가격이 장기간 저조했던 탓에 농부들이 코코아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이주하면서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드 셀리에는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농민들이 보다 나은 생계를 찾아 농장을 떠났다”며 “이제야 농민들이 공정한 가격을 받고 있지만, 정작 농사를 포기한 후라 생산량 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 베지엔은 “아이러니하게도, 농민들이 공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 농업을 포기한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가격이 유지됐다면 농민들은 지속 가능한 농업에 투자하고 자녀 교육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렇다면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구매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까? 반 베지엔은 “소비자들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공정무역 초콜릿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소비자가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법으로 생산 비용 이하의 코코아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

드 셀리에와 페르소네는 현재의 높은 가격이 지속되더라도 5,000~6,000달러 수준에서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페르소네는 “나는 정말 이 돈이 농민들에게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여전히 초콜릿은 많은 사람들이 부담할 수 있는 작은 사치품으로 남아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빅토리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