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산 제품 관세 30일 유예… 국경 강화 조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와 전화 통화 후, 캐나다산 제품에 부과하려던 관세를 3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국경 보안 강화 조치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전화 통화는 2월 3일 하루 동안 두 차례 진행되었으며, 첫 번째 통화 이후 몇 시간 만에 25%의 캐나다산 상품 관세와 10%의 에너지 수출 관세가 예정되어 있었다.
트뤼도 총리는 SNS를 통해 캐나다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13억 달러 규모의 국경 보안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에는 새로운 헬리콥터와 기술 도입, 인력 배치 확대, 미국과의 협력 강화, 그리고 펜타닐 밀수 차단을 위한 추가 자원 배치가 포함된다.
트뤼도는 “제안된 관세는 최소 30일간 유예될 것이며, 그동안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펜타닐 대응 강화 및 국경보안 조치 확대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가 “조직 범죄와 펜타닐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정보 지침에 2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고,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며,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새로운 합동 타격대를 출범시켜 펜타닐, 조직 범죄 및 자금세탁을 단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트뤼도의 발표 직후 “이번 초반 결과에 매우 만족하며, 토요일에 발표한 관세는 30일 동안 유예될 것이다. 그동안 캐나다와의 경제 협정 체결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SNS에 게시했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멕시코도 같은 날 미국과 유사한 합의를 맺었으며, 이에 따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 시행도 한 달간 연기됐다. 두 국가 모두 미국과의 국경 지역에 약 10,000명의 추가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보수당, 관세유예 환영… 추가 경제대책 촉구
보수당 당수 피에르 푸알리에브르는 관세 유예 소식에 “안도한다”며, 하지만 의회를 소집하여 경제와 안보 강화를 위한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이 방관할 때가 아니다. 캐나다 경제를 강화하고, 이러한 관세가 절대 시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 유예 결정, 경제문제 보다 국경안보와 연관?
트럼프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 간의 협상 과정에서, 이번 관세 유예가 단순한 경제 협정 때문인지, 국경 안보 문제와 더 깊이 연관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위협을 펜타닐 및 불법 이민 문제와 연계해 왔다. 그의 무역 고문 피터 나바로는 “이것은 무역 전쟁이 아니라 마약 전쟁이다”라고 강조하며, 캐나다가 멕시코와 동일한 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경세관보호국(CBP)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유입된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 비율은 전체의 1% 미만이지만, 최근 몇 년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RCMP(캐나다 연방경찰)는 캐나다 내 대규모 펜타닐 제조업체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몇 주 동안 블랙 호크 헬리콥터 배치 등 국경 보안 계획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를 미국 정부에 보고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국경 담당 보좌관인 톰 호만은 미국 행정부와 협의한 캐나다 측 발표 내용을 아직 트럼프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은행의 캐나다 진출 문제제기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 은행의 국내 시장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문제도 거론했다. 캐나다는 금융 독립성과 규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빅5’로 불리는 주요 은행들이 국내 소유권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는 트뤼도와의 오전 통화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며, 향후 무역 협정에서 공정한 거래 조건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공정한 협상을 원한다.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들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관세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보복관세 대응계획 유보
캐나다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3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육류, 유제품, 카펫, 커튼 등 다양한 품목이 포함되었으며, 관세는 미국의 조치가 발효되는 2월 4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뤼도의 발표 이후, 보복 조치는 일단 보류되었다. 온타리오, 퀘벡 등 지방정부도 미국 기업과의 계약 취소를 검토 중이었으나, 현재로서는 유보한 상태다.
온타리오 주지사 더그 포드는 “캐나다와 온타리오는 여전히 관세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 관계가 불안정한 한, 대형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앞서 포드는 트럼프의 관세 발표 직후, 트럼프 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위성 인터넷 기업 ‘스타링크’와 1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밝혔으나, 관세 유예 발표 후 이를 철회했다.
알버타 주지사 다니엘 스미스는 “이번 합의가 외교적 승리”라며 “앞으로도 외교적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퀘벡 주지사 프랑수아 르고는 “트럼프는 여전히 캐나다를 공격하고 싶어한다”며, 캐나다가 무역 다각화와 생산성 향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
캐나다 주지사들은 다음 주 워싱턴 D.C.를 방문해 캐나다-미국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캐나다 기업협의회(BCC) 회장 골디 호이어는 “관세가 유예되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며, “캐나다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조치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캐나다의 보복 조치나 미국 내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며,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올바르게 협상한다면 캐나다가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은 100% 확실하다”며, “다만, 이를 실현하려면 고통이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