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만호의 보석’ 시용성 가는 길
<유럽 10배 즐기기 2> 로잔~트리에 크루즈
제네바호라고도 불리는 레만(Leman)호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호수로, 최대 길이 73km, 폭 14km, 면적 582 평방km, 최대 깊이 310m로 서유럽에서 가장 큰 호수 중 하나다. 레만호수를 끼고 스위스의 제네바, 로잔, 몽트뢰, 프랑스의 에비앙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시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중 로잔에서 몽트뢰까지 크루즈를 했다. 2시간 좀 넘게 거리는 시간 동안 반짝이는 레만호수와 경사 심한 언덕 위에 펼쳐진 포도밭과 그 사이에 지어진 붉은 지붕의 그림 같은 집들, 남쪽으로 펼쳐진 알프스 절경 등 스위스 마을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풍경들이 꿈결 처럼 지나간다.
찰리 채플린이 사망 전까지 25년을 살았다는 레만호의 휴양도시 브베이(Vevey)를 지나면 호수의 동쪽 끝자락에 전원 풍의 다른 마을들과는 달리 즐비한 고층건물이 눈에 띄는 몽트뢰(Montreaux)에 도착한다. 몽트뢰는 주민이 2만5천 명에 불과하지만, 연중 넘쳐나는 관광객들까지 포함하면 상주인구수가 평균 9만 명에 이르며 호텔과 카지노가 호숫가를 따라 들어선 인기 높은 휴양도시.
아름다운 호수와 언덕의 포도밭, 알프스가 빚어내는 신비로운 경치 때문에 수 많은 예술가와 스타들이 거쳐가서 더 유명해진 도시다. 18세기에는 루소, 19세기의 바이런, 20세기에는 헤밍웨이 등이 이곳을 무대로 글을 썼으며, 작곡가 스트 라빈스키부터 록그룹 퀸, 재즈싱어 바바라 핸드릭스 등 음악가들이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매년 여름에 열리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몽트뢰를 유명한 관광지로 만들어 주는 또 하나의 명소는 인접한 트리에(Terriet)에 있는 시용성(Chateau de Chillon). 시용성은 이번 크루즈의 종착지로, 몽트뢰에서 내려 트리에로 가는 배로 갈아타야 한다.
배에 타면 곧 눈부신 레만호반과 푸르른 언덕을 배경으로 호수 위에 떠 있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고성이 눈에 들어온다.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한 전략적 요새로 세워진 시용성은 암반을 이용해 그 위에 세웠기 때문에 호수 위에 떠 있는 성 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이 성은 12세기 중반부터는 사보이(Savoy) 왕가의 소유가 되어 13~14세기에 왕가의 여름별장으로 쓰였고 군사적인 요새, 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16~18세기에는 베른인들이 통치하던 보(Vaud) 주의 소유가 되는데, 1798년 보주가 독 립하면서 시용성은 그대로 보주에 속하게 된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쟝자크 루소,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 죠지 고든 바이런 등유명한 작가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함으로써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바이런의 ‘시용의 죄수(The Prisoner of Chillon)’는 특히 잘 알려진 시다.
속박할 수 없는 마음의 영원한 영혼이여!
자유여, 그대는 지하 감옥에서 가장 빛난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는 시용성의 지하 감옥에무려 6년 동안 갇혀 있었던 종교개혁자 프랑수아 보니바르의 이야기를 바이런이 대서사시로 읊은 것.
레만호 일대가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시절. 가톨릭 신자였던 프랑스의 사보이 공작은 평소 종교개혁을 주장하던 프랑수와 보니바르를 시용성의 지하 감옥에 가두었다. 이를 계기로 종교개혁을 찬성하던 많은 사람들은 프랑스와 보니바르를 선 각자로 추앙했고. 그가 고난을 당했던 시용성의 지하 감옥은 일종의 성지가 되었다.
여행을 즐겼던 영국 시인 바이런은 당시 스위스에 머물면서 이 작품을 집필했다. 성안에는 시용의 죄수에 나오는 지하감옥은 물론 성주의 방, 공작의 방, 백작의 방 등 당시의 모습이 보존돼 있다. 성안에는 외세 침입에 대비해 방과 방을 연결하는 비밀통로들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 비밀통로는 연인들끼리 사랑을 나누는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
시용성 부근 호숫가는 아주 낭만적인 산책로다. 산책을 하면서 바라보니, 멀리 알프스를 배경으로 물에 떠있는 성이 꼭 중세의 어느 마을에 와있는 듯하다.♥
이사벨 리
빅토리아투데이 2013년 3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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