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가 꾸는 호접몽(胡蝶夢)

번데기가 꾸는 호접몽(胡蝶夢)

글/사진 : 박상현(정원사• 빅토리아 문학회 회장)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하는 것 보다
며칠 동안 냉장고 안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있던
남은 밥 어떻게 하면 버리지 않을까 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됐다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참기름 두르고 뭉친 밥알 으깨 가며

 펴고 또 편다 누룽지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주말 저녁 영화를 보다 문득 번데기 안주에 맥주한잔 하자는 아내
깡통 따서 전자레인지에 데우다 퍽 하는 소리
흩어진 파편들 행주로 쓱쓱 닦아내며
‘번데기 한 마리가 터져서 나비가 됐네’ 한다

변태(變態)한 나비는 그녀의 명랑한 목소리를 타고 날아간다
설거지를 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9시 뉴스를 볼 때보다

이런 그녀가 더 사랑스럽다

‘철학하는 엄마’*가 그랬다
좋은 철학자는 멋진 답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다, 라고

블루 파피(Blue Poppy) 무더기에 새하얀 파피 꽃 몇 송이 

제멋대로 피었다 심은 적도 없는데
한참을 들여다 보다

 ‘돌연변이는 진화(進化)의 힘’ 이라는 

멋진 답을 내놓고 어깨를 으쓱한다

아뿔싸! 너 아직 멀었다
죽기 전에 좋은 질문하나 세상에 던지고 가려면

*’철학하는 엄마’-이진민,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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