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에게 권하는 신세대 영어 공부 방법
논어(論語)에 따르면, 삼십이립 (三十而立), 즉 30세는 모든 기초를 세우고, 마흔이면 불혹(不惑), 즉 이미 세상 이치를 깨닫아 더 이상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으며, 쉰(50)이 되면 지천명(知天命)이라 하늘의 뜻을 알게되고, 예순(60)에 이르면 인생에 경륜이 쌓여서 사려(思慮)와 판단(判斷)이 성숙하여 남의 고언을 받아들이는 이순(耳順)에 이른다.
나이가 들수록 영어 공부의 어려움
30세가 넘으면, 외국어를 배우기에 어려운 점들이 많다. 일단 생업에 많은 시간을 뺴앗기므로, 당연히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는데다가, 자기가 아는 지식이나 경험에 대한 고집과 아집으로 사고와 행동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성인들이 영어를 배울 때, 너무 오래되어서 모두 잊어버렸다는 볼멘 소리를 자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예전에 배운 잘못된 영어 습관을 빨리 잊을 수 있다면, 오히려 나쁠 것도 없다. 영문 독해를 할때, 예전에 배운 방식으로 문법을 따지면서 해석을 하려는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독서 속도도 매우 느리고, 독서를 즐기기도 힘들다. 중고등학교때 입시를 준비하면서 단어도 외우고, 문법도 배우고, 독해도 배우고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지만, 막상 해외에 나가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 싶다. 영어권 국가에 이민가서 10년을 넘게 살면서 여전히 옛날에 배운 방식만을 고집하면 영어를 향상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30대 이후에 이민을 온 사람들 중에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중년과 시니어 분들에게 권하는 신세대 영어 공부 방법
- 뇌로 듣는 Listening
실제로 해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영어 학습은 어린이나 어른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음성을 통해서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 즉, 예전에 배운 영어 문법이나 독해, 작문 지식은 일단 접어두고, 무조건 리스닝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학생시절 문법을 생각하고 문장분석을 통해 해석하는 방식을 리스닝에 결부시켜서는 아무리 천천히 하는 말도 그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독서 속도는 말하고 듣는 것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빨라야 한다. 왜냐하면, 들을 때는 일단 상대방이 말하는 속도를 따라기야만 하는데 비해, 독서를 할 떄는 문자를 통해 직접 정보를 뇌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글에 집중하다보면, 벌써 뇌는 앞으로 나올 글의 전개에 대한 예측을 하면서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 점점 더 빠져든다.
그렇다면, 올바른 리스닝 (향상)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올바른 리스닝 방법은 가장 좋은 독서의 방법(속독)과 같다. 즉, 리스닝은 귀가 아니라 뇌로 들어야 한다.
외국어(영어) 리스닝을 할떄, 특히, 모국어(한국어)를 완전히 잊고 들어야 한다. 귀로 음성을 듣는다는 의식적인 행위 자체를 잊고 이야기에 빠져들어야 한다. 그냥 단어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면서 절대 한국말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듣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산만하게 아무 생각없이 들으라는 것은 아니다.)
2. 단계적 리스닝 학습법
아무런 의미도 모르는 말을 계속 듣기만 하면, 저절로 귀가 뻥 뚤릴까? 그렇지 않다. 최고의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Noam Chomsky) MIT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12살 이전 어린이는 태어날때 부터 지니고 있는 ‘언어 습득 장치'(LAD, Language Acquisition Device) 기능이 있어서 (어느정도 유의미한 힌트와 함께) 언어를 지속적으로 들으면 그 언어의 문법, 어휘 등이 저절로 학습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중장년이나 시니어 분들은 어린이와는 다르다. 즉, 오디오와 비디어를 통해서 영어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고, 이민을 와서 영어권 국가에서 살더라도,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첫째, 필수 영단어 학습이 우선 요구된다. 예전에는 단어장 스펠링을 외우고 영어사전의 발음기호를 보고 공부했다면, 요즘은 유튜브에 레벨별로 다양한 영어 단어 프로그램이 있으니, 네이티브 발음을 듣고 따라하면서 음성으로 단어를 공부해야 한다.
둘째, 학생때 배운 기본 영문법을 잊었다면,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장의 5형식과 가정법, 동사의 시제, 부정사와 동명사 정도만 복습해도 리스닝을 공부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세한 내용은 필요없고 큰 줄거리만 이해해도 된다.
셋째, 기본적인 문장의 패턴을 중심으로 영어 문장을 공부하는 것도 어느정도 필요하다. 기본 문법과 문형의 대표적인 문장 패턴을 외우는 것은 좋지만, 미국인들도 모르는 다양한 문법적 용법 같은 것은 공부할 필요가 없고 그 전에 공부했더라도 잊어버리는 것이 낫다.
넷째, 레벨에 따라 리스닝을 단계적으로 듣는다. 문장이 매우 짧은 것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긴 문장의 듣기 훈련을 반복적으로 한다. 유튜브를 통해서 기초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리스닝 프로그램을 공부할 수 있다. 즉, 회화, 소설, 시사(역사, 지리, 과학 등) 등, 다양하게 듣기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영어학습 목적과 관심에 따라 특정 분야를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공부 시간이 많지 않은 성인들은, 예를 들어서, 여행 테마 영어라든지, 일상회화에 집중해서 학습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섯째, 다양한 발음으로 리스닝 학습을 하는 것이 실제 상황을 위해서 필요하다. 어린아이부터 노인, 여자와 남자, 영국인, 북미인, 호주인, 심지어 비원어민 등 다양한 억양과 발음으로 리스닝을 학습해야 한다. IELTS 시험의 경우도, 다양한 민족의 발음으로 리스닝 시험이 나온다.
여섯째, 리스닝하면서 Shadowing (들으면서 따라 말하기)을 하거나, Dictation (받아적기)을 ‘가끔씩’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Shadowing이나 Dictation의 장점은 리스닝을 하면서 단어의 뜻을 한국말로 이해하려는 습관을 없앨 수 있고, 명사의 단복수나 동사의 시제는 물론, 전치사나 관사등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신경을 써서 정확히 듣는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긴 대화나 빠르게 말하는 영화대사보다는 자기 레벨에 맞는 수준으로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쉐도윙이나 딕테이션이 가장 확실한 리스닝 훈련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리스닝은 귀로 듣고 받아쓰는 것이 목표이 아니라 결국 뇌로 이해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이런 훈련에 너무 무리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보면, 바쁜 사람들은 얼마 안가서 결국 리스닝 공부를 포기하기 쉽다.
일곱째, 성인들은 뉴스로 리스닝을 공부하는 것도 좋다. 물론, 처음부터 뉴스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어느 정도 짧은 영어대화나 쉬운 레벨의 영어 story로 연습한 후에, 얼마나 내 영어 청취력이 좋아졌는지 ‘뉴스 듣기’로 확인해 보면, 본인의 리스닝 향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어 뉴스’ 듣기의 큰 장점은, 표준발음과 표준영어를 쓰는 아나운서와 앵커의 스피킹을 들을 수 있고, 특히, 중년들은 젊은이들이 즐겨보는 드라마(Fiction)보다 현재의 세상이야기를 전하는 뉴스(Nonfiction)에 더 흥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드라마에는 비속어(Slang)나 심지어 욕이 많이 나오고, 일부러 사투리(dialect)나 악센트(accent)를 쓰기도 하지만, 뉴스 방송은 그렇지 않다.
3. 네이티브에게 배우는 스피킹 학습
어린이들은 리스닝을 통해서 말을 배울 수도 있지만, 성인들은 들은 생소한 문장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도 쉽지 않고, 흉내를 내는 것도 쉽지가 않다. (물론, 할 수가 있다면 이런 방법은 좋다.) 따라서, 이런 경우, 어느 정도의 문법지식과 패턴별 문형으로 통해서 스피킹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인들이 영어 스피킹을 공부할 때, 특히 중요한 것은 단어의 발음과 악센트를 정확히 배우는 것이다. 문법에 맞춰서 말을 해도, 발음이 어설프면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기 일쑤다. 반대로, 틀린 문법으로 말을 하더라도 정확한 발음과 악센트로 단어를 말하면 현지인들이 이해할 확률이 훨씬 높다. 영단어의 발음 중, 특히, 영단어의 악센트가 중요하다. 영국식 영어, 북미식 영어, 호주식 영어 등, 대륙에 따라 다른 영어의 발음(특히 모음)은 다르지만, 단어의 악센트(강세)는 다른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영국식 발음이든 미국식 발음이든, 정확히 영단어의 악센트를 공부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피킹 학습은 실제 네이티브와 대화를 통해서 공부해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리스닝은 일방형 비디오 교재를 통해서 원어민에게 배우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스피킹 연습은 원어민 선생님에게, 직접 대면이나 양방향 매체를 통한 상호 대화를 하면서 배워야 한다.
4. 리딩과 라이팅 학습 – 영어문장을 진짜 영어답게
유학 온 학생들이 한국인 유학생에게 영어를 배우는 경우를 간혹 본다. 이유는 아직 영어가 서툴러서 한국어로 영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한국식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왜냐하면, 영어 문장을 문법에만 맞춰서 쓰려고 하다보면, 현지에서 쓰이는 영어가 아닌 콩글리쉬식 표현이 되기 쉽고, 리딩을 배우면 ‘영문 리딩’이 아니라 ‘한국어 번역’을 배우기 쉽기 때문이다.
영어 에세이를 배울 때도 한국에서 영어 교육을 받은 한인 선생님에게 배운다면, 한국에서 익숙한 장르(Genre)로만 배우게 되는 경우도 많고, 한국식 유머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에피소드에 치우치기 쉽다. 다시 말해서, 현지인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글이 되고 만다. 즉, 한국 문학이나 한글로 쓰는 논술을 한국인 선생님에게 배우지 않고,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에게 굳이 배우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뭐가 잘못됐는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성인들은 초급 영어 작문을 배울 때 한국식 영어 교육 방법으로 잠시 배울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가고 배우는 문장이 복잡해지면서 점점 한국식 영어 표현을 배우게 되기 쉽다. 문장의 뜻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영단어를 쓰기도 하고, 한국식 영문법에는 맞는 것 같지만, 현지인들이 볼 때는 어법에도 맞지 않는 것 같고 실제로 쓰지도 않는 어색한 영문을 쓰기도 한다. 결국, 성인도 원어민 선생님에게 배워야 한다. 단, 라이팅은 원어민이라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므로, 눙력과 수준이 있는 선생님에게 배워야 한다.
영어 리딩을 영어에 능통하다고 하는 한국인에게 배우면, 어렵고 복작한 영문이 선생님의 해설로 속 시원하게 이해가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한국인에게 배울 때의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영어를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 한국어 공부를 더 많이 하는 것이다. 영문장을 한국어로 훌륭하게 번역하는 법을 배우다 보면, 영어 공부를 한 듯이 생각되지만, 사실은 한국어 번역과 해설을 열심히 들은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문법적으로 영어 문장 분석을 열심히 할 수록, 한국식 영문법 공부만 배울 뿐 영문을 읽으면서 그대로 이해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중년의 나이에 영어를 다시 공부하거나 처음 영어를 배우는 경우도, 유투브 등의 매체를 통해서 우선 영어 리스닝을 중심으로 영어학습을 시작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영어 스피킹은 물론, 영어 리딩이나 작문도 원어민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어를 공부한 다고, 한국말로 ‘영어 해설’만 열심히 배우면, 결국 수영을 말과 이론으로만 열심히 배운 후, 풀장에 가면, 물만 잔득 마시게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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