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지구 끝의 온실’

추천인 : 김도아(빅토리아 온라인 독서클럽 회원)

 코로나 1년, 여러분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마스크 착용,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까지… 가까운 일상부터 변화시킨 코로나는 무인 물류, 디지털 유통과 같은 기술 산업까지 발전시키며 가히 ‘코로나 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바꾸어버린 코로나, 이 시대는 언제쯤 완전히 끝이 날까요? 모든 게 끝난 뒤,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이 어려운 질문에 어렴풋이 답을 내어주는 소설이 있습니다. 2020년대 주목해야 할 작가로 뽑힌 김초엽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입니다.

 『지구 끝의 온실』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한 차례 멸종 위기를 겪은 이후의 먼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지구에 갑자기 나타난 나노 단위의 먼지, ‘더스트’로 인해 인류의 87%가 희생된 지 70년이 지난 시점이죠. ‘더스트폴 시대’라 일컬어지던 70년 전, 안개 형태인 더스트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기체는 피를 토하며 고통스럽게 죽어갑니다. 식물 또한 생명력을 잃고 힘없이 바스러졌죠. 죽음의 분위기가 만연하던 이때,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도시 위에 돔을 씌운 ‘돔 시티’를 건설합니다. 그러나 살고자 하는 사람에 비해 돔 시티의 수용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각 도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돔 시티에 입주한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돔 바깥의 사람을 살해하기 시작하는데요. 시간이 지나자 죄책감을 잊어버리기도 하죠. 그 중 더스트에 노출되고도 죽지 않는 사람들을 ‘내성종’으로 분류하고 실험하기 시작합니다. 실험실에 가둔 채 고농도 더스트에 노출시키는가 하면, 매일 그들의 피를 뽑아내 치료제를 연구하는 데 쓰는 것이었죠. 결국 약한 사람들은 돔 시티에서 밀려나거나, 탈출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스트의 농도는 짙어지고, 인간의 가진 희망은 옅어지는 가운데, 돔 바깥에 아무도 죽지 않는 마을이 생겨납니다.

 나의 삶을 보존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죽음을 목도해야 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저는 책을 읽는 내내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택했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N번 확진자’, ‘슈퍼 전파자’, 또는 ‘대구 코로나’등 인물이나 지역을 특정한 혐오, 의료진에게 침을 뱉은 환자,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자 폭행을 행사하던 중년 남성까지. 저는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생각할 때 늘 한 발짝 떨어진 태도를 취하곤 했는데, 사실은 일상 속에서 언제나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 앞에서 인간은 자주 인간다움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김초엽 작가는 이를 현실적이고도 덤덤한 문장으로 풀어내죠.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만이 돔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오직 그런 이들이 최후의 인간으로 남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희망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표현으로는“수년 뒤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삶만을 생각하는, 그러나 그 내일이 반드시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데에서 오는 매일의 성실함”을 가진 사람들이죠. 이는 인간 본성과 의지에 대한 찬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분별한 진화와 발전으로 나타난 더스트라는 변종 먼지, 그로 인해 멸망으로 치닫는 인류와 법과 질서가 무너진 세상. 그러나 책의 제목처럼, 지구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이 밀려난 사람들에게도 ‘온실’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더스트는 종식되고, 살아남은 인류에 의해 새로운 문명이 재건됩니다. 그러다 더스트를 모르는 세대가 태어나죠.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주인공이자 식물학자인 ‘아영’이 속하는 세대입니다. 문명의 재건 이전과 이후의 식물을 연구하고 그 관련성을 입증해야 하는 논문을 작성 중인 아영은 어느 날, 한국 일부 지역에서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는 덩굴 식물 ‘모스바나’에 대한 제보를 받게 됩니다. 모스바나를 통해 아영은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어느 마을을 발견하고, 대멸종 시대의 참혹했던 진실을 마주하며 전개가 흘러갑니다. 

 책은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에 집중합니다. 끔찍한 종말과 전쟁, 생존 경쟁, 오해 속에서도 소멸하지 않는 것은 인간이 지닌 감정이었죠. 밀려난 사람들은 또다시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연대하고,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인간성이 사라진 세상에도 인간은 인간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까요.

 상상 속의 세계인 『지구 끝의 온실』은 끊임없이 현실을 떠오르게 합니다. 발전하는 기술과 세계적인 재난, 그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고요. 김초엽 작가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었는데요. 지구 끝의 온실이 그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스트폴 시대가 끝나고 문명이 재건되는 과정에는 세계를 구하겠다는 대의가 아닌, 사랑이라는 개인적 이유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결국 세상의 큰 변화는 늘 한 명의 영웅이 아닌 평범한 개인이 모였을 때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갈 여러분에게 책의 일부 문장을 전해드리며 책 추천을 마치겠습니다.

 “숲 바깥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의 삶 역시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었다. 밖으로부터의 위협은 시시각각 숨통을 조여왔다. 지수는 떠나는 사람들도 이 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지수 자신이 이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는 몰랐다.”

 “이제 아영은 이곳에 있었을 누군가의 안식처를 그려볼 수 있었다. 해 지는 저녁, 하나둘 불을 밝히는 노란 창문과 우산처럼 드리운 식물들. 허공을 채우는 푸른 빛의 먼지.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 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Copyrights ⓒ 빅토리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