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에 맞는 교육

연령대에 맞는 교육

글/사진 제공: 송시혁 <송학원 원장, 캐나다 빅토리아>

지난 칼럼에서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생각해 보았다. 루소의 ‘에밀’에서 언급한 연령대별 교육단계를 생각해 볼 때, 취학전 어린시절, 즉 유아기와 아동기의 초등학교때부터 이런 습관과 성향을 갖게 된다면, 중학생(소년기), 고등학생(청년기), 그리고 대학(또는 성년기)에 가면서 점차 바람직한 학습 자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학습하는 자세를 갖기 위해서, 연령대에 맞는 교육은 무엇인지 피아제의 이론을 통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1.조기(어린이) 교육의 중요성

“Play is the work of childhood.” ― Jean Piaget

학습능력, 즉, 언어나 수학은 물론, 운동, 음악 등 예술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능력계발(啓發)은  흥미와 열정, 그리고 스스로 발견하려는 습관을 어렸을 때부터 가질 때, 가장 효과가 좋다. 태어나서 12살때까지 ‘올바른’ 학습능력을 형성하게 되면, 청소년기를 거쳐서, 청년 및 성년기에 뛰어난 학업능력을 갖게 될 확률이 크다. 따라서, 유아기와 아동기때 부터, 지식이나 개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주지주의(主知主義)적 주입식 교육보다는 강압적 교육이 아닌 ‘소극적’인 교육을 통해서, 스스로 발견하려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올바른 습관을 바탕으로 청소년기에 점차 적극적인 학습단계로 발전하면, 학년이 올라갈 수록, 나이가 들수록 경지에 이르는 대기만성형 학생이 된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우월한 유전자 덕분에 천성적으로 재능을 타고나는 학생들도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우월한 체력이나, 별다른 훈련없이 타고난 노래실력을 보여주는 어린이들을 보면, 유전적인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 아카데믹한 분야에서도 남다른 학습 지능을 타고난 학생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전 칼럼에서 언급한 위인들을 보면, 머리가 늦게 틘 영재들이 세계적, 역사적인 천재로 거듭나는 경우를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어떤 특정 분야에서, 또는 다방면에서 뛰어난 학생의 성과가 선천적인 결과이거나, 후천적인 노력의 결과이거나, 아니면 둘 다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교육을 통해 후천적으로 얻는 결과가 크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현재까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물론, 선천적인 재능은 분명히 있기 때문에, 학생의 재능을 감안해서  지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단히 말해서, 다음과 같이 후천적 성과와 선천적인 재능을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습득한 기술의 측면에서 볼 때, 후천적으로 즉, 훈련을 통한 지속적인 핵심습관을 ‘역량’이라고 하며,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은 ‘재능’이라고 한다. 두 번째, 태도면에서 볼 때, 후천적으로 덕을 쌓은 것을 ‘성품’이라고 하는 반면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을 ‘성격 또는 기질’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역량과 성품’이 좋다고 평판을 받는 사람들이 ‘재능과 성격’이 좋다고 언급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재능과 성격적 기질’은 태어나면서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므로, 자신의 노력으로 바꾸기가 힘들다. 따라서, 교육의 대상과 목표는 인간의 ‘역량과 성품’을 함양하는데 있다. 따라서, 성인의 역량과 성품은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교육의 결과로 봐야한다.  그리고, 훌륭한 역량과 성품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재능이나 기질만으로는 결코 이루기 힘든, 사회적 성공으로 쉽게 이어진다. 

2.  장 피아제(Jean Piaget, 1896-1980)의 인지발달 4단계

장 피아제의 인지발달 4단계(認知發達理論, Theory of cognitive development)를 살펴보면, 조기교육(태어나서 12세까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대략 초등학교까지 교육이 이미 잘 되어있으면,  이후 중고등학교에서 대학, 심지어 성인들의 학습 능력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그렇다고 해서, 대략 12살이하의 어린이에게 주지적, 또는 강제적인 교육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신, 피아제의 ‘연령별 인지발달 단계’를 충분히 감안하여, 자녀들을 단계적으로 자연스럽게 교육하면 좋을 것 같다.

  • 0~2세: 감각운동기 (Sensorimotor stage)

감각과 운동으로 자신의 주변 세계를 탐색하고 이해하고 반응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무엇이든 만져보고 입에 넣어보면서 감각적 경험을 하며, 물건을 쥐었다 떨어뜨리는 운동으로 사물을 이해하려고 한다. 자신의 눈 앞에서 사물이 사라지면 영원히 없어는 것으로 생각하다가, 차츰(약 8개월무렵) 잠시 사라질 뿐 사물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을 깨닫는다 (대상 영속성Object permanence). 예를들어서, 엄마가 어린 아기 앞에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없어진 줄 알다가, 손을 치우고 얼굴을 보여주면 웃으며 좋아하는 경우이다. 

  • 2~7세: 전조작기 (Preoperational stage)

예를 들어서, 이 시기에는 가상놀이(인형놀이)를 하면서, 진짜(사람)와 가짜(인형)를 구분하지 못하여, 인형도 사람과 같이 고통이나 즐거움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물활론적 사고, Hylozoism, 物活論). 

또, 크기와 모양이 같은 컵에 담긴 물을 보여주면, 같은 양의 물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하지만, 아이가 보는 앞에서 그 중에 한 컵의 물을 좁고 길쭉한 다른 컵에 옮기면, 물의 높이가 높은 새로운 컵의 물 양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직관적 사고, Intuitive Thinking). 비슷한 실험으로 둥근 찰흙을 눌러서 납작하게 또는 길쭉하게 만들면, 양이 달라(대게 적어)졌다고 생각한다 (비가역성, Irreversibility).

이때의 어린이는 자신의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자기중심적(Egocentrism) 사고를 하기 떄문에, 아빠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선물로 주고 싶어하기도 한다. 비슷한 예로, 이 시기의 어린이는 ‘세 산 실험(Three mountain problem)’을 통해서 조망수용능력(Perspective taking)이 아직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자기위치애서 바라보는 (제법 큰 모형) 산의 광경을 반대편의 사람도 자기와 똑 같은 광경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가 (모형) 산을 바라본 후, 짧은 시간내에 반대편 자리로 옮긴 후 즉시 물어보더라도…)   또, 모든 자연이 자신을 위해서 (사람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인공론적 사고, artificialism). 위에 언급된 실험들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흥미롭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특히 언어능력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 7~11세: 구체적 조작기 (Concrete operational stage)

이 시기에는 자기 중심성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조망수용능력과 함께, 가역성, 관계화, 서열화, 유목화(Categorisation, Classification process) 능력이 발달한다. 따라서, 언어와 (간단한) 논리로 지식이나 개념을 설명하는 교육이 점차 가능하다. 

  • 12세이상: 형식적 조작기 (Formal operational stage) 

이 단계에 들어서면, 가설적, 과학적, 체계적, 명제적, 결합적, 추상적 사고, 즉 진리, 정의, 행복, 미(美), 복잡한 연역적 사고력 등이 발달한다.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개인적 우화, 상상적 청중, 강한 자아의식등으로 심적 갈등을 강하게 느끼면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3. 피아제 이론의 실제 적용과 한계

피아제의 인지발달 4단계를 살펴보며, 태어나서 어린이들의 인지발달은 대체로 연령별로 구분되어 발달되므로, 전(前)단계의 발달이 늦어지면, 당연히 다음 단계의 발달도 늦어질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어떤 단계의 인지발달이 빨라지면 그 다음 상위 단계의 발달도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피아제는 ‘인지발달의 4단계 중 특히 3단계까지의 인지발달은 훈련, 즉 교육을 한다고 해서 각 단계별 인지능력이 더 빨리 발달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놀이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공부다’라고 생각했다. 이 것은, 어린이들은 ‘스스로 배우는 것’, 즉 루소의 ‘소극적 교육’이 필요할 뿐이라는 생각과 유사하다. 어쩌면, 타고난 재능에 따라 스스로 인지발달이 되기 때문에 자칫, 어린이에 대한 교육 효과를 부정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후에 많은 교육학자들은 교육을 통해서 인지발달이 더 활발해지고, 더 빨리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실험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즉,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마다 제시한 나이는 교육을 통해서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피아제의 인지발달 4단계가 무용지물이 된 이론은 아니다. 오히려, 각 단계에서 제시된 인지발달이 자연스럽게 될 수 있도록 부모가 환경을 만들어주고 도와주면, 나이에 맞게 단계별로 충분히 인지발달을 할 수 있을 뿐더러, 재능이 있는 어린이는 각 단계의 인지력을 (자연스럽게) 좀 더 빠르게 발달 시킬 수 있다. 

4.피아제와 루소 이론의 리뷰 (Review)

피아제와 루소의 교육이론을 구체적으로 요약해서 함께 정리해보면, 우선 유치원까지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발견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면서 조심스럽게 (소극적인) 교육을 시도해야 한다. (이 단계의 교육은 자연스럽게 교육이 되어야 하므로, 너무 아이들에게 무리가 되지 않도록 한다.) 그렇다고 자녀 교육을 방치하면, 태어나서 단계적으로 성장해야할 지능 발달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배움에 대한 흥미와 함께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도 갖지 못 하므로, 정작 본격적인 공부를 할 시기에는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없게 된다.  

  • 따라서, 태어나서 유치원까지 교육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어렵다), 다른 어떤 시기보다  중요하면서도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 시기의 어린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인지발달을 단계적으로 발전 시킬 것인가는 피아제의 이론을 참고하자.이 시기에는 엄마(부모, 혹은 조부모)가 어린 아이들의 가장 좋은 교사이다. 왜냐하면, 문자나 복잡한 이성적 논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눈을 맞추고 놀아주면서, 계속 아이의 신체와 뇌를 자극하여, 인식과 운동에 대한 흥미를 주면서 발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아이를 잠재우고 먹이는 보모의 역할로서는 이 시기의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 따라서, 어린이들의 교사는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해야만 한다.  
  • 초등학교 교육은 여전히 아이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소극적 교육 위주로 해야겠지만, 12세 이후의 적극적인 교육단계의 전(前)단계로서, 사실은 언어와 문자 해독 및 수리능력의 교육에 상당한 신경을 써야할 중요한 시기이다. 
  • 중학교때는 적극적 학습단계이므로, 형식적, 추상적, 논리적으로 학문에 입문하는 시기이다. 지적능력과 체력이 모두 급성장을 하고, 고등학교와 대학때까지 계속된 성장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사춘기의 시작이지만, 아직은 본인이 어른이 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므로, 부모와 교사가 잘 이끌어 주면, 큰 저항 없이 배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때가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 고등학교때는 지적능력이 최고로 발달하는 지적성장기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과 기회를 잃을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이다. 지력과 체력이 성인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하며, 특히, 운동 능력이 가장 뛰어난 시기에 이른다. 

하지만, 사춘기를 겪게으면서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자신과, 여전히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자신 사이에서 심리적, 사회적 갈등을 겪게되므로, 부모와 교사는 학업 능력을 발달 시키는 것 외에도 가능한 많은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할 시기이다.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과 사색 – 철학적, 종교적, 도덕적, 사회적 의미의 가치 정립과, 음악과 문학을 통한 정서적 함양 등이 최고로 요구될 때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교육의 구체적인 교육 내용으로, 언어와 수학교육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송시혁 (송학원장 250-818-1619, seahs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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