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崒啄同時)

줄탁동시(崒啄同時)

글 : 자명

줄탁동시 사자성어를 되새겨 보게 되는 요즘이다.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부리로 안쪽 껍질을 쪼아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할 때 어미닭은 그 소리를 알아채고 밖에서 알을 쪼아 병아리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비로소 한 생명이 태어난다는 의미다. 불가에서는 제자의 집요한 노력과 스승의 때맞춘 적절한 가르침이 하나가 되는 순간 큰 깨달음, 즉, 해탈(解脫)을 의미하며 온갖 고뇌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알 속에서 21일간 탄생을 준비한 병아리가 아무리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해도 그 신호를 깨닫지 못하고 내 버려둔다면 그 생명은 소멸되고 만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청운의 꿈을 펼치고자할 때 그 남다른 이상과 생각을 알아채고 그를 조금만 도와준다면 그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찾을 수 있고 청운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의 금융시장에서는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일본 최고의 부자 중 하나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다시 쿠팡에 2조 원이란 거금을 투자한다는 것. 몇 년 전 남다른 아이디어와 신 개념의 시스템으로 한국 유통산업에 혁신을 이루겠다는 쿠팡 김범석 대표의 사업구상을 듣고 조건 없이 1조원을 투자 했었다. 그러함에도 쿠팡은 해마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2019년)는 폭발적인 매출증가가(7조1천억)있었지만 7천억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듯 적자가 계속 늘어나는 회사에 다시 거금을 쏟아 부은 숨은 뜻은 무엇일까? 고갤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스타트 업이나 수많은 기업들이 손 회장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를 해 줄 것을 요청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프레젠테이션과 사업설명을 시도했지만 손 회장은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손 회장은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자금난에 처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두말없이 거금을 투자한 적이 있었다. 그가 투자를 결심한 이유는 알리바바 책임자 마윈 회장의 눈빛을 보고 결정 했다고 한다. 그 눈빛은 막 부화를 앞둔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려고 껍질을 쪼아대는 소리였을 것이다. 손정의 회장은 우리나라 삼성과의 일화도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이 손정의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그의 됨됨이를 알아보고 미국 법인에 있는 사장에게 그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삼성이 적극적으로 세계의 인재를 찾고 있을 무렵이다. 미국에 근무하는 사장은 평범한 학생일 뿐이라고 보고 했다. 손정의와 삼성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삼성의 인재 욕심은 그 후로도 이어져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무조건식으로 영입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수퍼급 인재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들에서 발견 되고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스티브잡스가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막바지 출시를 앞두고 있을 때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한국을 찾아 왔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 2004년 그는 일반석 비행기 표를 구해 삼성 본사로 향한다. 청바지 차림으로 동료와 함께 거대한 삼성의 회의실로 들어선다. 경직된 표정으로 어두운 정장을 한 20여 명의 임직원들이 도열해 있다가 루빈 일행이 들어가고 마지막 삼성의 대표가 입장하자 착석하는 모습도 참 이색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안드로이드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본부장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당신들은 8명이서 그 일을 하고 있구먼, 우리는 그 분야에 2,000명이나 움직이고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당연히 딜은 이렇다 할 고민이나 검토 없이 허무하게 깨지고 말았다. 한국 최고의 기업 아니 IT하드 부분 세계 1위 그룹이 갖고 있었던 소프트분야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알을 깨고 나오려는 소리를 가까이에서 아무리 들으려 해도 심미적 울림이 없다면 들을 수 없다. 그 다음해 소문을 들은 구글은 루빈과의 미팅을 원했고 안드로이드가 원하는 가격 5,000만 달러(550억)에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인수 한다. 그리고 그 다음해엔 구글은 유투브를 1조7천 억 원에 사들였다. 안드로이드가 벌어들이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 값도 안 되는 가격에 그냥 주운 것이다. 그 후 스마트 폰이 본격적으로 세상을 바꾸면서 안드로이드는 아이폰과 함께 스마트 폰 시장을 양분하고 이 부분에서만 해마다 조 단위의 수익을 거둔다. 삼성이 스마트폰을 하나 팔 때마다 안드로이드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비로소 삼성스마트폰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누군가가 껍질을 깨고 나오려고 할 때 그 소릴 듣는 이도 있고 아예 듣지도 못하거나 듣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외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지금도 프레젠테이션이나 스타트 업 관계자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프로젝트 파일을 종종 받는다. 그들이 수년간 밤을 새우며 개발한 아이템이나 신 개념의 사업구상을 듣다 보면 정말 기발하고 대박을 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돌아서 보면 또 어떤 감동이나 여운이 남지 않음도 발견한다. 세계 투자계의 거장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도 꼭 어떤 결과나 돈을 벌기위해서만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줄탁동시를 곰곰 생각해 보며 느끼고 있다. 그 줄탁동시의 화음, 그건 어느 때 비로써 듣고 응답하는 것일까? 누구나 인정하는 스펙이나 이력, 화려한 업적들도 때론 사양되고 만다는 것을 수 없이 봐 왔다. 그 어떤 샤머니즘적인 동감과 감동, 어떤 철학적 교감이 있을 때 깨고 나오려는 자와 그 껍질을 적절한 시기에 쪼아주는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런 관계야 말로 진정한 줄탁동시의 인연이 아닐까.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최대의 화두는 청년실업문제다. 오늘도 수많은 청년들은 창업을 꿈꾸며 도전하고 있다. 거듭되는 시행착오와 좌절을 경험하며 갇힌 그 껍질을 빠져나오려고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모든 창업자들은 껍질을 쪼아주는 줄탁동시의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달리 그 소리를 듣기에 인색한 우리나라도 최근 귀를 쫑긋 세우고 껍질을 쪼아대는 소릴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의 암울한 시기에 줄탁동시 그 사자성어는 두고두고 새겨야할 오늘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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