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마중물

엘리샤 리 수필가, 화가/빅토리아문학회 회원

행복한 삶을 이어 가기가 쉬운가?

우리는 살면서 자주 이런 생각에 잠겨본다. 어쩌면 사는동안 내내 이런 질문에 시달리며 사는지도 모른다. 누구는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고 누구는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난다. 나는 그 후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어린시절이나 결혼한 후에도 늘 부족한 것들이 많았다. 아주 힘든 기간에는 정말 누군가가 내게 손 내밀어 도와주었으면 하고 생각 할 때도 많았다. 지나간 일 이었지만 참담한 시간들이었다.

상수도 시설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 올려 식수와 빨래등 모든 일을 해결했다. 내가 중학교다닐 때 까지 우리집에서도 이 펌프가 있었다. 지하의 물을 이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했다. 물 한 바가지를 펌프위에 부으면서 계속해서 펌프질을 하면 그 압력에 의해서 지하에 있던 물을 끌어올리게 된다. 이때 위로부터 먼저 붓는 물을 ‘첫물’ 혹은 ‘마중물’이라고 한다. 영어에서도 이 물은 ‘calling water’ 즉 ‘물을 부르는 물’이라고 불린다. 마중물은 단지 한 바가지 정도의 적은 양의 물이지만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샘물을 불러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중물은 물을 끌어 올려놓고 자신은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그것은 버려지는 물이 아니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마중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마름을 해결 받고, 생명을 유지하는지 모른다. 

이 처럼 다른 사람의 삶에 이정표가 되어 주는 일이라든지 그들의 고여있는 생각을 끌어내는 일 혹은 어떤 일을 하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등은 마중물 같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인해 절망속에서 속에서 살고있다. 시원한 일 보다는 가슴 답답한 일이 더 많다. 직장을 잃고 평생 일궈온 사업이 무너지고 있다. 자유스럽게 나 돌아 다니지 못해 집 안에 갇혀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럴때 살 맛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마중물이 될 것이다. 나 혼자 마셔도 모자라는 물이지만 누군가의 희생으로 마중물 역할을 한다면 이 시국에 힘빠져 가는 사람들이 시원한 생수를 마시고 다시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순간 만들기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작은 관심, 전화 한통, 메일 한 줄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위로를 받게된다. 먼저 나아가 손 내밀며 웃어주는 배려만 있으면 된다.

 오늘은 내가 마중물같은 사람이 되어 보겠다고 결심한 날이다. 아침에 구워놓은 근사한 스콘 몇개를 들고 몸이 불편한이를 찾아갈 참이다. 작은 기쁨을 맛 볼 그 분을 생각하니 나는 벌써부터 흥분된다.  

  참으로 오랫동안 잊어왔던 질박한 토박이말 ‘마중물’ 이 새삼 정겹게 들려오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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