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을 키우지 않고 대학에 간다면…

<송선생 교육칼럼 12> 실력을 키우지 않고 대학에 간다면…

“태국에서 시차를 이용해 문제를 빼내 미국으로 전송한 강사가 문제를 빼낸 직후 설명회를 갖고 ‘방금 태국에서 따끈한 기출(旣出) 문제를 갖고 왔습니다. 미국 대학에 고득점으로 합격할 수 있습니다’고 하자 학부모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한국의 블랙 코메디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최근 신문 기사(매경 2010. 1. 29)의 실제 내용이다. 최근, 잇달은 SAT 시험지 유출 사고를 읽으면서, 이 일들의 범죄 행위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미국의 대학 교육에 대해서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오해에서 비롯된 ‘촌극’일까?

“모두 미국 입학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한국은 수능 점수대로 줄세우지만, 미국에서는 SAT를 못봐도 하버드대에 갈 수 있어요. 입학사정관제가 잘 돼 있고, 자기 학교에 맞는 인재를 찾는 거죠. 학교에서 항상 1등만 해도 떨어질 수 있고, 때로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데도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의 기사 내용과 같이, SAT를 못보거나, 특별히 내 세울것이 없는데도 하버드와 같은 명문대에 합격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억지로 만든 Extra Curricular (과외활동) 이나 높은 SAT 성적만으로는 하버드와 같은 대학에 합격할 수는 없다는 얘기인 것 같다.

물론, 스포츠 등에 특별한 재능이 없고, SAT 점수나 학업성적이 높지 않더라도 합격하는 경우도 종종 뉴스로 알려진다. 예를들어서, 최근에 학업성적이나 SAT 점수가 다른 지원자들에 비하여 절대 좋을리가 없는 Homeless 출신의 미국학생이 하버드에 합격한 경우라던지, 몇년 전에 밴쿠버 아일랜드 출신의 원주민 학생이 절망적이고 어려운 주위 환경의 어려움을 딛고 프린스턴에 입학한 경우가 있지만, 이런 학생들은 별 볼일 없는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승리’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훌륭한 ‘인간 승리의 삶들’이 진정 보상 받아야 할 권리와 영광을 ‘시험지 유출’이라는 사기극으로 쉽게 훔치려고 했다면, 이들은 인생의 패배자(Loser)일 뿐이다.

하지만, 이와같은 인생론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미국 대학 입시를 잘 몰라서도 아닐 수 있다. 단지, SAT 점수가 높으면 합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대한 그릇된 생각이 SAT 시험 유출 사건의 발단이다.

일단 붙고 보자는, 일부의 잘못된 입시관이 부른 ‘촌극’은 캐나다를 비롯한 서구의 대학 교육 환경을, 입학하면 누구나 졸업하는 한국의 대학으로 잘 못 인식하는 한, 계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된다.
요즘 한인들이 캐나다에 이민오는 가장 큰 이유 또는 조기 유학을 오는 이유도 캐나다의 좋은 교육 시스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캐나다에서 공부하면서 과연 무엇이 좋은 교육 환경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대답이 조금은 애매한 것 같다.

캐나다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맘껏 놀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입시 지옥에 비하면 에덴 동산처럼 보인다. 캐나다에서의 고등학교 공부는 쉽지 않다고 하지만, 정식으로 졸업만 하면 (그리고 12학년 영어에서 ‘B’ 이상만 받으면) 왠만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보이지 않으니, 이정도는 거의 천국의 교육 수준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과 캐나다의 소수 명문대나 인기가 높은 몇몇 학과의 입학은 예외이기는 하다. 그래도 그런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전략적인 계획’만 잘 세우면 누구에게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에덴동산에서 나와서 천국으로 가는 길이, 잘 못 되면 악몽(Nightmare)이 되기 쉽다는 것을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강조하고 싶다. 한국의 경우 입학을 하면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세’를 부르면서 입시지옥에서 ‘해방’된 기쁨을 누릴 수 있지만, 자식들을 북미의 대학에 보낸 부모님들(필자 포함)은 그렇지 않다. 캐나다나 미국 대학은 천국이 아니라 이제야 (입시)지옥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자녀들이 대학을 입학한 후에 오히려 더 걱정하고 늘 기도한다.

실력을 늘리지 않고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비법?

어떻게든 대학에 붙고 보자는 생각에 편승해서, 학생들의 미래는 아랑곳 하지 않는 잘못된 상술이 SAT 시험지 유출과 같은 어이없는 일들을 만들어내는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대학에 입학을 하더라도, 졸업은 커녕 편입학도 못 할 것이라는 것을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잠시(?) 잊은 것일까?

현재도 미래도 SAT나 TOEFL 등 입시 시험을 ‘찍기’로 생각하는 한, 결국은 이런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소위, 쪽집게 강사나, 터무니 없는 고액 강사들이 정상적인 교육방식으로는 단기간에 효과가 없다는 자각에 엉뚱한 편법에만 열중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학생들 실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생각이라면 왜 이런 엉뚱한 방식을 찾아야 하겠는가. 심지어 실력이 없으면서도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시험지를 유출하여 답을 외우게 하는 방법’보다, ‘찍기’ 훈련에 시간만 더 걸린다는 것이외에는 결과적으로 별로 다른 점이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며, 찍기식 비법을 배운다고 해도 결코 고득점을 받을 가능성은 없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한인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강조하는 평범한 조언

대학 입학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캐나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없을 지라도,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한인 학생이라면, 지금 당장 실력을 늘려야 한다.

북미 대학에, 단지 입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곳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글: 송시혁 (송학원 원장)

빅토리아투데이 2010년 2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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