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고 싶어요!”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고 싶어요!”

신문 마감을 앞두고 정신없이 기사 편집을 하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아이고 여헌기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거의 1년 만이네요. 어떻게 지냈어요?

지난 1년간 카톡도 보내고, 전화도 여러 번 시도 했지만 도통 연락이 닿지 않았던 그에게서 반가운 전화가 왔다.

긴 시간 통화를 하고 마칠 무렵, 지난 몇 년간 그의 스토리를 신문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고 그는 인터뷰와 신문 기사로 써도 된다고 허락해 주었다.

며칠 뒤 그가 매주 목요일에 일을 하고 있는 랭포드에 위치한 Quality Foods 매장을 방문했다. 

다음은 지난 9월 5일 여헌기 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빅토리아투데이 구독자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해요

“저는 34세 여헌기라고 합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과 여동생, 네 식구가 빅토리아로 이민 와 살고 있습니다. 토론토 대학에서 4년간 공부를 마치고 빅토리아로 돌아와 살고 있습니다.

  •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데, 무슨 사연이 있었나요?

“지난 2015년 8월 어느 날 Quality Foods 매장 근무를 마치고 아내와 퇴근하던 중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발을 헛디뎌 시멘트 기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습니다. 하필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어서 몸의 하중이 고스란히 목에 전달되어 목이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제너럴 종합병원으로 이송됐고, 상태가 심각해 곧바로 헬리콥터에 실려 밴쿠버 제너럴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손상된 신경으로 현재 팔, 다리가 약간 움직일 뿐 전신이 마비 상태라 하루 대부분을 전동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고 후 4년이 흐르는 동안 회복과 물리치료를 병행했지만 큰 차도가 없네요.”

  • 그동안 어떻게 지냈고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고 후 1년도 안 돼서 아내가 한국으로 완전히 떠나버렸습니다. 사고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아내와 이별하게 되니 우울증이 찾아왔고 세상과 단절해버렸습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렀고 부모님과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분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를 시작했고 다시 세상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종종 연락을 하고 지내던 Quality Foods 총 매니저 데이먼에게 일하고 싶다는 말을 했고, 데이먼은 흔쾌히 일을 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습니다. 지난 5월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물리치료와 개인 사정으로 매주 목요일 하루만 근무하고 있습니다.”

  • Quality Foods 매장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사고 전까지 부 매니저로 일한 경험을 살려 매장 점검, 관리와 구매 목록 작성 및 상품 기획 등 전반적인 매장 관리를 돕고 있습니다.

  • 개인적인 질문일 수도 있는데, 활동보조인이 거의 하루 종일 붙어 있다고 들었는데 비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캐나다 정부에서 지급해주는 장애 연금과 회사 다닐 때 들어둔 보험 중 장기 장애 연금으로 모두 충당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주변 지인들과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항상 저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응원해주시는 그 마음 실망시키지 않게 재활도 열심히 하고 매장 근무도 열심히 하며 저의 두 번째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Quality Foods 매장 근무를 시작하며 자신감도 생기고 보람도 느껴 삶의 의욕이 생기네요. 하하. 앞으로도 씩씩하게 살며 사회 구성원으로써 당당한 인생을 살아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저를 배웅하며 끝까지 밝은 미소를 보여준 여헌기 씨를 보며 그동안 많은 분들의 응원과 기도가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여헌기 씨의 제2의 인생이 기대된다.

매장 물건 상태를 확인하는 어헌기 씨


마비된 두 팔을 대신해 입으로 전동휠체어를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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