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 만트라

<서평> 세가지 만트라

한상영 소설가/문학평론가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인도의 고전 우파니샤드를 강의한 강성용 교수는 말한다.

한 달 간 인도를 배낭 여행을 한 후 세속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고 초월적은 것을 지향 하는인도의 문화와 정신을 보고 알았다며 용감하게 인도 여행기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리고 말한다.

인도는 1652개의 언어를 쓰는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를 가진 나라로서 우리가 아는 동북아  전통의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은 10년 동안 10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한 유시화가 쓴 여행기이다. 인도 서민들의 핵심을 찌르는 짤막한 말과 재치 있는 순발력, 번뜩이는 통찰력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들과 대화하며 그들 속에서 삶을 배웠고 세상을 알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가 만나 대화한 사람들, 즉 그에게 삶을 가르쳐 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는 100개에 달한다. 그것들을 유형 별로 간추려 보니 다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1. “난 널 만나기 위해 이번 생에 태어났다. 그러니 내 생활비를 네가 전부 대 주어야만하겠다.” 북 인도에서 만난 수도승이 계속 주장했고  한 달치 생활비를 주고 말았다.

   2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 버스 안에서 만난 괴상한 복장의 성자가 묻는다.“히말라야로 간다.” “아니다. 그대가 어디로 가고 있든 사실 신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신에게 이르기 위해 수많은 생을 윤회하고 있는 중이다. 신을 향한 그대의 여정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내가 그대 앞에 헌신한 것이다. “신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표 면적으로는 그대가 신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지만 신은 시공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대가 어디로 간들 신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을 만날 수 없다는 말인가.” “내 축복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 내게 축복을 해 줄 수 있나.” “물론이 다. 하지만 내게 돈을 내야 된다.”

   3.“ 그대는 내년에 부친을 잃을 것이고 내 후 년에 결혼을 해서 5년 뒤 첫아들을 낳을 것 이다.” 유명한 점성술사가 거금의 복채를 받고 그렇게 예언을 했으나 하나도 맞는 것이 없었다. 화가 난 작가가 돈을 돌려 달라고 하자 “내 점괘가 틀렸다면 그대는 지 금까지 자신의 운명에 역행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걸 내가 어쩌란 말인가. 아 비탐 수크라 사바레끼 강그라치. 가서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깊이 명상하라.” 그 말 은 아무 의미 없는 말이다.

   4.“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 젊은 릭샤 운전사가 인생의 고통 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한 말이다

1.2.3번 유형 어디에서 핵심을 찌르는 말이나 통찰력 있는 말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그나마  4번 유형이 핵심을 찌르는 말에 해당되리라. 그러나 그 걸 찾아 인도까지 갈 필요 있는가 우리가 흔히 하는 말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 는 격언을 안다면 ‘영혼에 무지개가 없다’ 라는 말이 그다지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

1번 유형은 따르는 제자가 없어 굶주린 수도승에게 찾아온 첫 제자에게 생떼 쓰며 부리는 억지 궤변 같고  2번 유형은 버스 값이 없어 대신 내 준 외국인에게 돈을 더 받아 보려는 성자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아 보이며  3번 유형은 사기꾼의 전형적 수법일 뿐이다. 21세기에 점괘로 자신의 운명을 알아보려고 한 작가가 화를 낸 것 자체가 부끄러운 행동이다. 

 공적인 숫자인지 알 수 없지만  인도에는 천 만 명의 성자가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서 만난 스승 싯다 바바 하리는 끈기 있게 간청하는 그를 결국 제자로 받아준다. 처음 얼마 동안은 제자에게 잡일을 시킨다. 그런 다음 제자에게 자신이 수행할 움막을 지으라고 명령한다. 넓적한 돌을 찾아 와 차곡차곡 벽을 쌓고 나뭇가지를 꺾어 와 지붕을 얹는 일이다. 히말라야 기슭이지만 낮에는 열대지방 못지 않는 태양 볕이 내려 쬐는 곳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움막을 지었더니 스승이 몰래 허물어 버린다. 두 번이나 그렇게 쌓게 하고  허물며 골탕을 먹이는 것에 화가 난 제자는 스승이 보이지 않자 열 이틀 간의 고생을 뒤로 하고 몰래 그 곳을 도망쳐 나온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 직전 홀연히 스승이 나타난다. 그리고 제자에게 세가지 만트라를 전수해 준다

  1.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그러면 그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2.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 오면 그 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 하지 않음을 기억하면 언제든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3.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면 신이 도와 줄 것이라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스승이 제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음…하고 주문을 외우니 온몸이 마비될 것 같은  환희가 밀려 온다. 제자는 왈칵 눈물을 쏟아낸다.

 무언가 1990년대 이전 영화나 만화 어디에선가 본 듯한 장면이고 스토리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제자가 고통을 인내하지 못하고 도망치는데도 불량 학생에게 깨달음의 요점을 정리해서 알려 주는 모양새인데 영화나 만화에선 제자가 고통을 이겨내며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스승은 자신보다 더 훌륭해진 제자에게 하산하라고 명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다.

 1번 만트라는  정직에 방점이 있든 타협에 방점이 있든 굳이 멀리 인도까지 가지 않았어도 90년대 이전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에게 너무 익숙한 교훈(敎訓)이며 문구다. 교장실에 걸려 있던 교훈(校訓), 각 교실에 걸려 있던 급훈(級訓)에서 한 번 쯤 정직(正直)이라는 단어를 보지 않았던 학생은 없었으리라. 대학 입시 공부를 하느라 외웠던 관인엄기(寬人嚴己)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는 4자성어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만나는 선비들의 대 쪽 같은 기질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자신과 타협하여 악의 편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2번 만트라도 마찬가지. 멀리 인도 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의 정치 사회 종교에서 너무 많이 회자되는 문구가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회자정리(會者定離) 생자필멸(生者必滅) 모두 다 영원하지 않다는 말이다. 기독교인이라면 고난 뒤의 축복이라는 성경 구절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고 불교 신자라면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태어남은 구름 한 점 일어 나는 것과 같고 죽음은 구름 한점 흩어지는 것과 같이 삼라만상이 공허한 것이라는 부처님의 법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1번 만트라 정직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사람 그리고 2번 만트라 모든 게 영원하지 않다는 진리를 깨우친 사람이라면 3번 만트라 베푸는 삶에 가치를 두는 사람일 것이니 멀리 인도까지 가지 않고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행은 내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던 곳 그 익숙함과 단조로움을 떠나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행위이다. 찾아 가는 곳은 내가 살던 곳과는  환경이나 경관  문화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여행자는 그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며 더하여 그곳에서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만약  여행의 목적이 파랑새를 찾아 가는 것이라면 떠나기 전에  내 집 처마 밑부터 살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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