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폐지 결정과 외국 교육 평준화 사례

상산고 폐지 결정과 외국 교육 평준화 사례

글/사진 제공: 송시혁 <송학원 원장, 캐나다 빅토리아>

<송선생 교육칼럼 129>

한국은 오랫동안 교육 평준화 정책이 논란이 되어왔다. 특히, 최근, 전북 교육청이 평가 기준까지 바꿔가면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고, 교육부가 이를 승인하므로서, 교육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교육 평준화에 대한 장점과 단점은 공존하며, 찬반 논란은 늘 비등했다. 캐나다 등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교육 평준화 문제는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다. 정치적으로도 진보/보수, 좌파/우파에 관계 없이 평준화를 추구하기도 하고, 강력한 반대 논리에 시행이 주춤하기도 하고, 또 폐단적 결과에 따라 반대 정책으로 다시 바뀌기도 했다.

사립학교/공립학교/정부

 한국의 경우, 정부(교육당국, 교육청, 지방정부 등)가 공립교육기관은 물론 사립교육기관의 학교 정책과 행정에 적극 관여한다. 반면, 캐나다(외국)의 경우, 공립학교는 설립과 운영 주체인 교육청이 관리하지만, 사립학교는 어디까지나 법인의 ‘주인(들)’이 학교 운영 전반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립학교도 주정부에서 인정하는 커리큘럼과 학점관리 규정에 반하지 않고, 자격있는 교사 채용 등 기본적인 틀을 갖추면, 정부 재정의 Benefit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재정지원의 이유로,  정부가 사립 학교 행정 등에 간섭해서, 자칫 ‘사유재산 침해’로 오해받을 수 있는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최근,The Star (June 4, 2019, Vancouver)에 따르면, 캐나다 BC주 주민들의 약 80%가 사립학교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지원을 한다고해서, 사립학교의 등록금을 낮추거나, 입시 기준을 바꾸거나, 학교를 폐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의 상황으로 본다면, 사립학교인 ‘상산고’의 존폐를 정부나 국민들이 논한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든 점이 많다.예를 들어서, 빅토리아 지역의 대표적인 사립학교  St. Michael 과 GNS나, St. Andrew,  PSC와 같은 종교계 사립학교가 학생들을 어떤 방식으로 선발하고, 등록금이 얼마냐 하는 것은 정부와는 무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교육’ 평준화 문제와도 상관이 없다.) 

반면에, 지역내 공립학교에 한해서, 교육 평준화 또는 차별화에 대한 빅토리아 교육당국의 관심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서, 공립학교 중 Mount Douglas 고등학교의 경우,우수 학생들을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시험과 내신성적 등을 평가하여 별도로 입학생들을 선발해서 (최근 5:1 경쟁률), 다른 학교보다 심화된 아카데믹 Challenge 프로그램을 통해서 교육하고 있다. 만약에 교육 평준화 문제가 빅토리아에서 교육적 또는 정치적 이슈가 된다면, 이러한 Challenge 프로그램 운영이나, 몇몇 공립 초중고의 불어학교(French Immersion school)에 들어가는 국민 세금에 대한 것은 논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St. Michael학교가, 왜 (대부분) 부자 자녀들만 다니며, 일반 주민들이 감당하기에 비싼 등록금을 받으며, 캐나다 부모들이 부러워하는  스포츠 활동에 학교 예산을 많이 투여하고, 타학교에 없는 대학 과정 AP 과목을 많이 개설하며, 자기들 임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심지어 기부금 입학까지 하느냐 등의 문제는 (미리 스스로 정하고 공표한 그 학교의 학칙에 따른 것이라면,)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학교는, 교육당국의 지원을 상당히 받기는 하지만, 개인의 재산으로 설립되고, 비싼 등록금을 학부모로부터 받는 ‘사립’학교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의 세금에 관련된 정부의 재정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있다.)  

반면에, 지방정부의 100% 재정지원을 받고, 시교육청이 주체인 공립학교인 Mount Douglas 가 왜 별도로 학생들을 선발해서 우등반을 만드냐 등에 대한 논란은, 현황으로는 관심이 없지만, 최근의 뉴욕시의 사례를 본다면 향후에 논쟁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St. Michael 입시는, 학교 정원내에서 학생들의 학업 성적과 학업외 활동 등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숙사 T/O, ESL 별도 등록 여부, 기부금 등으로 학교(재정)에 도움을 주는 점도, 학업성적이상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 선발한다.)

뉴욕시 공립학교 평준화

최근, 뉴욕시 당국이 뉴욕시의 우수한 공립 고등학교(특목고) 입학시험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유는 뉴욕시내 공립 고등학교를 평준화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정확히 말해서, 여기서는 단순히 학력 평준화가 아니고, ‘인종간 학력 평준화’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물론, 뉴욕시 당국이 사유재산에 해당하는 사립학교에 대한 간섭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학업성적에 따라 선발하는 원칙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다. 입학 사정에서 입학시험은 없애지만, 학업 내신성적은 여전히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평가요소가 된다. 그런데, 어떻게 인종간 학력의 격차를 평준화 하겠다는 것일까?  

뉴욕시 특목고는 미국 최고의 공립고교Stuyvesant 등 8개 학교를 말한다. 이 중에서도 ‘Stuy’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 과학고에 해당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매년 비슷하지만, 2019년 기준으로 895명의 입학생들 중 아시안계가 66%, 백인 22%, 히스패닉 3.7%이며, 흑인은 0.8% 즉, 단 7명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미디어에서 이슈화하고 뉴욕시 정치권에서 대중들, 즉 소수 아시아계 유권자보다 월등히 많은 히스패닉과 흑인계의 인기에 영합하고자,  뉴욕시 특목고에 히스패닉과 흑인 학생 비중을 높이는 정책으로 특목고의 입학 사정 방법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시의 공립 중학교 학생들의 학업능력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는데, 이는 지역별로 인종별 주민 구성이 뚜렷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즉, 아시아계와 백인이 많은 지역의 공립 중학교의 학력은 높은데 반해서  히스패닉과 흑인들 거주 지역의 공립학교의 학력은 턱없이 낮다. 

따라서, 뉴욕시 특목고의 현행 입시 사정에서, 입학 시험 비중을 줄이고 3년 후에는 오로지 내신 성적으로만 학생들을 선발한다면, 당연히 학력의 높고 낮은 지역에 관계없이 학생들의 합격률은 평준화 되고, 자연스럽게 히스패닉과 흑인 학생비율이 상당히 높아지는, 반면 아시아계 학생들 비중은 매우 낮아지게 될 것이다. (백인 학생 비율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정부에서 특목고 학생의 인종 평준화/다양화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백인계 학생들에 대해서는 인종적 학력 평준화를 위해서 희생되는 부분이 전혀 없이, 결과적으로는 표수가 소수인 아시안계 학생들에 대한 차별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결국 고교교육 하향 표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국가차원으로 본다면, 인종에 관계없이, 미국 최고의 뉴욕시 공립 영재고교의 모든 학생들은 100% 미국 국적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교육 평준화를 내세우지만, 여러 장단점과 특히 교육 평준화로 어린 학생들에 대한 학업 지상주의를 없애야 한다는 좋은 의도도 있지만, 더욱 확실한 것은 상위 1~2 % 내의 우수한 학생를 자녀로 두지 않은 대부분 학부모들이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대중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치인들이 선택할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파리 대학 평준화와 한국 정치권의 대학 평준화 공약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국공립대 공동입학/공동학위제’ 등의 개념이 제시된 바 있다. 고교 평준화 제도처럼 대학간 서열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정책으로, 전국의 국공립대를 통폐합하고, 학과별로 분리하거나 계열별로 분리하거나 통합해서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학 평준화를 통해서 누구나 수준 높은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특히 한국에서는 학벌 차별을 없애고,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 모델로 프랑스의 파리대학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형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대학의 평준화는 실패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과거 소르본(Sorbonne)대학으로 알려진 ‘파리 대학’은  유럽에서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를 능가하는 명문 사립대학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1968년 노동자 총파업의 분위기 속에서 치열한 대학 입시와 엄청난 학부 공부에 시달리던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로 결국 소르본 대학을 포함한 명문 사립대학들을 국립 대학으로 전환하고, 대학의 고유 이름 대신에 파리 1 대학, 파리2 대학 등으로 대학 평준화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원대, 경북대, 경남대, 부산대, 서울대, 전남대, 충남대… 등을 국립 1 대학, 국립2 대학, 국립 3 대학… 이런 식으로 명칭을 바꾸고, 학위에 기재되는 모든 국립 대학의 이름은 그냥 ‘국립대학’으로 받게되는 식이다.

하지만, 결국 프랑스 명문 파리-소르본 대학의 명성은 평준화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최근 세계 대학순위 THE에서 세계 50위권 내에 들어가는 파리 대학은 단 1개도 없었다. 그나마, 여전히 대학 평준화의 풍파 속에서도 별도의 입시제도를 존속해온 ‘그랑제꼴’ 대학 중 ‘PSL Research 대학’은 41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그랑제꼴, Ecole Polytech와 파리고등사범 등은 여전히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덕분에, 평준화된 다른 대학 졸업생들과 달리, 더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서, 대통령제로 전환한 제5공화정부터, 프랑스 대통령들은 사르코지와 드골을 제외한 나머지 대통령이 모두 그랑제꼴 출신이며, 총리의 절대다수가 파리정치학교-국립행정학교 등 역시 그랑제꼴 출신들이다.

반면에, 대학 평준화 덕분에, 소수정예의 그랑제꼴을 제외한 대학에 입학을 하는 것은 너무나 쉬워졌다. , 심지어 의과대학일지라도 보통 학력의 학생이면 입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준이하의 학생들에게 의과대학 학위를 줄 수는 없기 때문에, 의과 대학 1, 2학년에 탈락하는 학생들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결국, 프랑스 국공립 대학의 학비는 모두 국가 세금으로 충당하므로, 최근에 와서야 국민들은 교육 평준화에 대한 환상에서 서서히 깨어나면서, 다시 경쟁을 통한 대학입시와 대학의 차별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교육 당국도 서서히 대응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 평준화는 분배의 평등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자칫하면, 단기적으로 국가의 예산을 더 낭비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켜고, 결국 사회 시스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대학 평준화를 시행한 독일이나 핀란드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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