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론과 문송

인구론과 문송

글/사진 제공: 송시혁 <송학원 원장, 캐나다 빅토리아>

<송선생 교육칼럼 130>

인구론(=‘인’문계 졸업자들의 ‘구’십퍼센트(90%)는 ‘논’다)과, 문송(=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은, 인문계 전공자들이 취업을 하기 힘든 최근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3차 산업인 제조업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생산과 기술부서에서 근무하는 불루칼러의 상징인 기술자는, 행정부서에 근무하는 화이트칼러에 비해서 보이지 않는 ‘출세의 한계선’이 있었다. 반면에, 경영을 총지휘하는 본부, 즉 기획, 인사, 재무 등, 조직에서 가장 힘있는 부서에는 법학, 경영학, 경제학을 전공한 일류대학 출신들의 화이트 칼라를 주류로, 핵심 그룹을 이루었다. 

하지만,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고 해석하는 과정과 기능이 몇몇 소수 엘리트 집단의 직관적인 감(感)과 총괄적 경험에 의해 결론이 나던 시대에서, 대용량 데이타를 관리하고 해석하는 정보 과학자들이 구사하는 수학적, 과학적 방법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인문사회계 전공자들의 역할이 크지않은 ‘문송’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에는 생산기술과 제품을 이해하고 데이타 처리와 과학적 분석에 더 익숙한 이공계 졸업자들이, 생산은 물론 기획에서 영업까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회사들이 많아 졌다.

 566개 한국 상장회사들의 ‘2017년 하반기 채용동향 (취업포탈 인쿠르트)’에서, 전공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냐고 묻는 설문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공계(공학, 자연과학, 의약): 69%, 인문사회계(상경계 포함): 19%, 예체/교육(문이과 포함): 5%

인문학 졸업자들의 새로운 분야 진출          

 ‘전공보다 코딩 수강 열올리는 인문대생들’이라는 인터넷 기사(2019년 3월7일, edaily.co.kr) 를 읽은 적이 있다. 인문사회계 전공자들의 취업이 어렵다 보니,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분야인 IT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특히 프로그래머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공에 관계없이 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 졸업자들의 IT 진출은 단순 프로그래머에서 그치지 않는다. 보다 인문학 졸업자들의 지식과 소양적 특성을 살린,  ‘인문계열 융합직업 Big5 (2019년4월15일, edujin.co.kr)’를 소개한다. 

  1. Game 기획자는 영화를 제작할 때, 제작기획처럼, 새로운 게임을 기획한다. 업무에 따라 시스템기획자, 밸런스 기획자, 게임시나리오 작가로 나눈다. 
  2. UX (User experience) Designer는 제품 사용자가 별도의 학습없이도 유사 제품의 사용 경험과, 인간의 직관적 본성에 따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의 기능을 디자인하는 전문가이다. 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도 직관적으로어떤 것을 클릭해야 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디자인 한다. (다시말해서, 전통적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사용자 입장을 생각하고 메뉴버튼을 설계하는 User Interface 기법과 유사하다.) 

UX Designer는 사람의 습관과 심리를 잘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제품과 고객에 따른 마켓팅 전략도 이해해야 하며, 미적인 요소를 포함한 제품 디자인에도 많은 관여를 하게 될 수 있다.  

  1. 디지탈 콘텐츠 제작자는 주로 (동)영상을 통한 광고 등에서, 고객의 흥미를 끌어 드릴 수 있는 스토리 텔링을 하고, 내용 곳곳에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배치한다.
  2. 감성 공학전문가는 인간의 심리적 생리적 감성적인 면을 고려하여 기술과 제품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운전중 부주의나 졸음으로 중앙선을 넘는 경우나 앞차와 충돌 직전에 있는 거리에 접근할 경우, 경고음이나 멈춤 등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자동차의 기능을 기획하는 것이다. 
  3. FGI (Focused Group Interview) Moderator는 소수의 사용자를 심층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진실된 반응을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전문가이다. 보통 마켓팅 리서치 회사에서 일을 하며, 직접 집단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심리적 분석력, communication 능력과, survey 데이타와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조사전문가로서의 능력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인문계 전공자들의 지식, 소양, 재능을 요구하는 분야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위의 직업은 대체적으로심리학이나 문화사, 사회학, Communication 과 같은 인문학적 지식과 함께,  최근 ICT기술에 관한 이해와 정보(통계)처리와 분석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문학이란

인문학(人文學,humanities)은 인간의 근원,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과학(자연과학사회과학)이 실험과 경험에 의한 귀납적 논리를 사용한다면, 인문학은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수학은 많은 면에서 과학보다는 오히려 인문학(人文學)에 속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수학은, 탐구 대상이 자연이 아닌, 인간이 상상하는 추상적 공간이며, 적어도 과학에서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과학적 증명 즉, 실험이나 경험적 증명을 전혀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문학에는, 크게 철학, 역사학, 문학, 언어학, 종교학으로 분류되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탐구하는 사회과학(社會科學, social science)과는 다른 분야이지만, 인류학, 정치학, 법학, 심리학, 사회학, 인문지리학 등은 인문학과의 경계가 뚜렷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학과 응용사회과학 (경영/행정 등)은 인문학과는 거리가 먼 사회과학이다.) 

대부분의 인문사회학 전공자들은 인간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있고, 그에 대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이공계 출신보다는 좀 더 깊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만일 필자가 대학에 다시 간다면,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다. 

인문사회계 전공자에게 꼭 필요한 ICT/정보처리기술

대부분 사람들이 자연과학이나 공학보다 인문사회계 학문에 접근하는 것을 더 쉽다고 느낀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문사회계 지식의 문제는 직접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적 노동생산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ICT 기술을 발달과 대중화로, 웹이나 유툽 등을 통해서 자기를 대중들에게 직접 표현하는 방식의 개인사업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위에서 언급한 ‘인문계열 융합직업 Big 5’을 비롯한 인문학적인 소양을 요구하는 전문적이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업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2019년 3월 29일 <니혼게이자신문>은 일본 정부가 AI 전문 인력을 매년 25만명씩 양성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중 7만명은 인문계 전공자를 선발해 AI 인재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일본의 대학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AI 관련 과목 (Algorithm, Deep Learning, Machine Learning, AI 경제학, 데이타 과학과 인문학 등)을 필수교양으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기존 대학이 배출하고 있는 AI 인재가 현장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만 해도 30만명 정도가 부족할 것이라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추산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전공에 편중하지 않고 다방면의 인재를 육성할 때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일본 경제산업성의 정책은, 최근 한국의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무원 증원이나 청년실업 수당에 의존하기 보다는, 4차 산업 관련 분야의 성장을 통한 질 높은 고용 창출의 한 방안으로 고려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지난 2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미과학진흥협의회(AAAS) 연례 회의에서 카네기맬런대의 데이비드 댄크스(철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인문학도 몸값이 최근 5년새 크게 치솟고 있다. 기술의 윤리적 측면을 간과하다가 역풍을 맞은 IT 기업이 잇따라 나오면서 철학·윤리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중이다. (중략) 실제로 최근 IT회사로 부터, 철학 전공자를 채용하고 싶으니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한 가지 단서가 있다. 당연히, 적임자는 최소한  IT 기초 지식은 갖춰야한다.”

성균관대는 전공 수업에 외국 대학이 올린 ‘무크’(MOOC·온라인 공개 수업)를 지난 3월 신학기부터 시범 도입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에 앞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실제 수업 시간엔 해당 과목 현장 교수와 토론하는 것이다. 소속 대학 강의만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이 대학은 앞으로 전공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능력을 갖추도록 만들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미 3년 전부터 모든 학생이 ‘문제해결·알고리즘’ 및 ‘컴퓨팅 사고·SW 코딩’ 두 과목을 필수 교양으로 정해놓고 있다. 모든 전공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관련 내용을 적용해 교수들이 강의할 때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영어 강의 듣고 어학연수 갔다고 온다고 미국 아마존이나에 취업이 될까요? 이제 영어뿐 아니라 AI 기술을 활용할 줄 알아야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성균관대 신동렬 총장은 말하면서, 또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수천만원의 등록금을 받고도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능력조차 가르치지 않은 채 학생들을 사회로 내보내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했다.’ (이상 발췌요약: 한미일 AI 스타트 업 전쟁 2019년 4월 15일, https://platum.kr/archives/119744)

캐나다 대학들도 4차 산업혁명을 리드할 인문사회학  융합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예를들어서, 워털루 대학의 ‘Global Business and Digital Arts’와 토론토 대학의 ‘Communication, Culture, Information and Technology’ 학과들이 좋은 예이다.   

미국이나 캐나다도 인문학 전공자의 취업은 매우 불리하다. 더욱이, 잡(Job)의 급여 수준과Quality면에서 모두, 공학 전공자 보다 뒤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7년 7-8월호)’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인문학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의 실리콘 벨리의 Venture Capitalist, Scott Hartley는 그의 저서 ‘The Fuzzy and the Techie (인문학 전공자와 공학 전공자)’에서,  ‘왜 인문학이 디지털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를 논하고 있다. William D. Adams (The 10th chairman of the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 US) 는, “이공계 기술은 입사 때 높은 평가를 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석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ICT 기술은 인간의 ‘지능’을 보조하는 역할에서 더 발전하여,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읽고 표현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이제, 고도의 정보화 기술은 과학적 지식과 기계적 지능을 넘어서, 인문적 지성과 윤리에 도전하고 있다. 따라서, AI/ICT 기술을 기획하고 구현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선도할 주인공은, 바로 인문학과 ICT 기술을 모두 이해하는 차세대 리더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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