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와 연어

고추와 연어

박상현 <정원사, 빅토리아문학회 회장 >

이 이야기는 한국에 사는 광복동이 엄마와 캐나다에 사는 지천명 아들이 21세기 최첨단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네 트워크를 통해 4만년전 뷔름 빙기(Wurm Glacial Stage) 때부터 이어져온 모자의 정을 놀랍게도, 16시간의 시차 를 거뜬히 뛰어넘어 나눈 글입니다. 대화 내용이 오래된 LP판처럼 튀기도하고 순식간에 훅 지나갈 수도 있으니, 독자 여러분께서는 결코 당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세종대왕께서 그토록 어여삐 여기셨던 한 백성의 훈 민정음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원문 그대로 옮긴 것이다 보니, 큰 우리말 대사전의 그것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널 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필자 주)

엄마: 응암동에 내일 민어 한마리하고 갈 치 속젖 한통부처 들릴거야. 나만 잘먹고 다인것같아서 아들: 민어는 횟감인가?
엄마: 그럼 횟감이지.
아들: 고마워, 신경써줘서.

화단에 빨간 장미꽃이 한창이던 늦여름, 작은 아들 내외를 따라 목포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모처럼 핸드폰으로 문 자를보내셨다.여행길에맛있는음식을드시고난뒤팔순의내장인장모가사시는응암동에도횟감민어를보 내시겠다는 얘기였다. 당신의 큰 며느리는 처가에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이기도 하다. 멀리 떨어져 사 는딸과사위도제대로못한일을사돈인당신께서자청해주시니,그마음씀씀이에가슴이먹먹해졌다.그이유 도 분명하셨다.

엄마: 쓴 술 한잔도 되점못하고 돌아가시면 원될까바.
아들: 잘했네. 울 어메가 최고여. 살아생전에 대접하시는 게 낫지.

당신도 자그마한 원룸에서 혼자 사시는 처지다. 고맙고 또 미안하게도 동생들 셋과 계수씨들이 홀어머니를 정성 으로 모시고 있지만, 맏이인 내가 다하지 못하는 빈자리는 언제나 표가 날 법하다. 13년을 훌쩍 넘긴 이민생활은 이처럼 동생들에 대한 마음의 빚과 어머니에 대한 불효가 켜켜이 쌓여가는 세월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문자를 보 내신어머니는이국땅에서홀로사는큰아들생각에눈물을찍어내셨을터였다.그래서조금뜸을들인뒤보내 오신다음문자는얘기주제가확바뀌어있었다.

엄마: 어제 오다가 고추땃다. 많이땃지. 원륨 옥상 에다가 널엇다. 아들:고추농사잘지었네.보기만해도예뻐.
엄마: 고추가 올해 다타죽어서 비싸다고허야.
아들: 그렇구나. 잘 말려서 김치 맛있게 담궈나. 가서 먹게.

엄마: 그래 알았어

가까이사는둘째네가마련한텃밭을소일거리삼아하루가멀다하고오가시는어머니다.사진속에담긴빨간 고추들을보니가을이면이곳캐나다의모천으로돌아오는홍연어떼가떠올랐다.산란철이되면온몸이잘익 은 고추처럼 붉게 타오르는 연어들. 쉼 없이 헤엄쳐 고향의 강과 계곡으로 돌아오는 숭고한 생명들이다. 나도 이 들처럼올가을에는엄마에게날아가당신이담가주는맛깔난김치에밥한그릇뚝딱먹어치우고,한그릇더달 라며 빈 밥그릇을 쑥~ 내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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