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사람 까칠한 사람

<문학회 수필>순한 사람 까칠한 사람

엘리샤 리 수필가, 화가/빅토리아문학회 회원

우리는 보통 남에게 좋은 소리만 하는 순한 사람을 착하다고 말하면서 바로 친해지고 까칠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멀리하려 한다. 과연 순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까칠한 사람은 나쁜 사람일까?

내가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말해보면 그러한 일반적인 논리가 맞지 않을 경우가 허다하다. 오래 전 미국에서 내가 일하던 사무실에서의 얘기다. 우리 회사는 두 명의 보스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매우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또 한 사람은 생김새 부터 부리부리하며 체격도 단단해서 직원들이 가까이 하기는 좀 까칠한 성격이었다. 이 까칠한 보스는 무슨 일이든지 정확하게 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게으르고 능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은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좀 무서운 사람이었다.

어느 해 여름 내 그림 전시회가 있었다. 내가 두 보스에게 전시회 초청장을 건네 주었는데 온화한 성격의 보스가 내게 당연히 참석 하고 그림도 한 점 구입하겠다며 굳게 약속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고 정말 고마워했다. 전시회 당일 날이었다.

전시회가 무르익을 무렵에 전시장을 성큼 들어오는 보스는 그 온화한 성격의 보스가 아닌 까칠한 성격의 보스였다. 그 보스와 나는 별로 자주 말도 안 해왔기 때문에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던 사이다. 내가 초청장을 테이블에 갖다 놓았을 때도 힐끔 쳐다 볼 뿐이었기 때문에 그의 출현은 과연 내게 충격이었다. 뿐만 아이라 그 보스는 내 그림 중에 두 개를 놓고 아내와 상의 하더니 수련 그림을 찜 하고 큰 돈을 지불하고 갔다.

그러나 전시회가 다 끝나는 시간까지 그 온화한 성격의 보스는 결코 얼굴을 내미지 않아 나를 정말 실망시키고 말았다. 그 후에도 한 번 더 나와 중요한 약속을 했는데 또 깜빡 했다며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서 나는 그 사람을 내 사전에서 싹 지우고 말았다.

그림을 사간 까칠한 보스는 내 그림을 소중히 다루면서 사무실 제일 좋은 자리에 프레임을 해서 떡 걸어놓아 주었는데 지금도 내 그림은 그 사무실에 걸려있다. 내가 그 직장에 머무는 동안 사무실을 오가는 사람들이 그림 좋다면서 칭찬해 주었고 나는 그 이후로 그 까칠한 보스에게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됐다. 그는 큰 회사를 끌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언제나 긴장되어 있어야만 했고 사사로운 부드러움을 나타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순한 사람은 지나친 남의 배려 때문에 남한테 싫은 소리 하기 싫어한다고 한다. 남들이 볼 때 ‘참 저런 사람 없어’라는 사람은 내가 그 순한 보스에게 실망한 것 처럼 실망할 때가 많다.

이만큼 살다 보니 처음 사람을 만나서 조금 얘기하다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에 대해 윤곽이 잡힌다. 착하게 보이는 사람보다 똘똘하게 보이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다. 그런 사람은 나중에 나를 실망시키지 않지만 순하게만 보이는 사람은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어쩌면 바보스러운 면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되어진다.

순한 사람 까칠한 사람의 비교는 항상 결과에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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