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엔

<문학회 시>12월엔

풍향 서희진 (시인, 시 낭송가/빅토리아문학회 회원)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마지막 잎새를 떠올린다

빈 말을 많이 했던
지난 날을 헤아리며
긴 사연들은 접어두고
그리운 이들에게 카드를 쓴다

몇 해나 더 보낼 수 있을까
함께 할 날들은 또 얼마나 남았을까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
선인장엔 빨간 꽃 불이 켜진다

주전자의 물이 끓고
오늘이 마지막 날 처럼
향긋한 차를 마신다

얼마만큼 지켜왔던 고독의 자리도
따스한 향으로 스며들고

이 고마운 시간들이여

잊을 것은 잊고
보내야 할 것은 떠나 보내자

그리고
용서를 빌자

Copyrights ⓒ 빅토리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