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

<문학회 수필> 영원한 사랑

한상영 소설가/문학평론가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한국에는 부모가 반대하여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하기에 결혼하고 싶은 자식과 부모간에 지루하게 펼치는 갈등의 원인이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된다. 반대이유는 다양하지만 돈과 권력의 차이가 대종을 이룬다.

그럼 서양은 어떤가. 현실에서나 가공에서나 그런 얘기 들어본 일도 없고 그런 일이 있을성 싶지도 않다. 아니다. 있다. 영국 왕실에서 이혼한 사람과의 결혼을 금지한 왕실법에 의해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버리고 미국인 이혼녀 Simpson 부인과 결혼한 세기적 스캔들이 있다. 또 있다. 문학 작품 속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앙숙인 두 가문때문에 생긴 이야기다.

그런데 문학속 이야기가 아닌 실화가 있다. 왕족도 아닌 평범한 집안에서의 일이다, 남자는 몰락해가는 유대인 사업가 집안의 미남 화가이며 여자는 철저한 Catholic 집안의 화가 지망생, 바로 그 유명한 모딜리아니와 잔느 에뷔테른느와의 눈물겨운 사랑이야기다.

1910년, 1920년대 우리는 일제하 식민통치에 신음하고 있을 때 파리에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모던이즘이라는 새로운 예술사조의 물결이 넘쳐난다. 각국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몰려와 에꼴 드 파리(파리파)의 무리에 합류하며 신사조의 예술에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창조하려는 노력들을 한다. 그 가운데에 한사람 모딜리아니가 있었다. 그는 예술적 성취에 대한 초조함, 경제적 불안정, 그리고 선천적으로 허약했던 몸으로 술집을 전전하며 자신의 삶과 예술을 소진해 간다.

그렇게 술과 마약에 탐닉하며 인생을 낭비하던 33살의 모딜리아니가 1917년 봄 19살의 잔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잔느의 부모는 그들의 만남을 반대한다. 부모로서는 당연한 반대다. 그 어느 누가 자기의 귀한 딸을 술과 마약쟁이 가난한 화가와 살게 하고 싶은가. 더구나 종교도 원수같은 앙숙관계인데. 그러나 그들은 같이 동거하면서 생활도 안정되가며 아이도 갖고 열심히 그림도 그린다. 그런데 그들의 뜨거운 사랑에도 불구하고 모딜리아니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다.

1918년 그들은 따뜻한 남부 니스로 갔다가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것을 안 잔느의 부모가 잔느를 데려와 집에 가두다시피 곁에 두지만 그녀는 매일 같이 집을 빠져 나가 그에게 가 그를 돌본다. 결국 만난지 3년도 안된 1920년 1월 24일 밤 모딜리아니는 신장염과 대뇌피질 염증이 겹쳐 세상을 떠난다. 얼음장같이 찬방에서 모딜리아니가 각혈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 잔느가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잔느는 임신 9개월 째였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잔느 에뷔테른느는 부모집 6층에서 투신 자살하여 모딜리아니를 따라간다 ‘ 당신없인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걸요….’
죽기전 모딜리아니가 그녀에게 ‘ 천국에서도 나의 모델이 되어 주오’ 하니까 그녀가 ‘ 천국에서도 당신의 아내가 되어 드릴께요 ‘ 라고 했다 한다. 죽음으로도 갈라 놓지 못한 영원한 사랑이다.

모딜리아니는 역사상 제일 잘 생긴 화가라지요

잔느를 모델로 하여 그린 그의 그림은 긴 목에 긴 얼굴 거기에 때론 눈동자 없는 눈, 우아하고 부드러운 선, 단순한 형태와 색채, 기하학적 예술로서의 세잔느의 영향을 받은 그의 초상화는 모딜리아니의 내면이 투영된 모딜리아니만의 독특한 화풍이다 그렇게 모딜리아니는 잔느를 만나면서 자신의 미술세계를 만든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의 힘으로 모딜리아니는 삶과 예술을 구원 받았다고. 분명 말할 수 있다. 비록 36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예술은 구원 받았노라고. 그리고 사랑의 힘은 대단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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