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운명을 논하다

<송선생 교육칼럼 115>수학-운명을 논하다

글/사진 제공: 송시혁 <송학원 원장, 캐나다 빅토리아> seahsong@gmail.com www.song-academy.com

이야기로 풀어보는 단원별 12학년 수학 예습 – 마지막 회, Chapter 7 Combinatorics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God doesn’t play dice)” – Albert Einstein

1. 카지노에서 확률이나 신을 믿는 것은 폭망(爆亡)의 지름길이다?

도박의 천국 Las Vagas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는 화려한 네온사인 거리에 웅장한 고급호텔이 즐비한 베가스(Las Vegas)….. 카지노(Casino) 사업의 엄청난 수익은 뜨겁고 메마른 사막의 열기 위에, 휘황 찬란한 지옥을 천국과 같은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적어도 겉모습 만큼은…

환호와 탄식의 카지노에서, ‘룰렛 (roulette)’은 가장 인기있는 도박 게임 중 하나이다. 0, 00(two zeros), 1, 2, …., 35, 36번의 38개의 숫자가 휠(wheel, 둥근판) 가장 자리에 동일한 간격의 슬롯(slot, or pocket)에 적혀있다.돌고 있는 휠에 작은 구슬이 던져지면, 갬블러(gambler)들은 구슬이 들어갈 슬롯의 번호(들)에 배팅(betting)을 한다. 그리고, 어떤 번호에 $100을 걸고 이겼다면, (즉, 그 번호의 슬롯에 구슬이 들어가면,) 배팅한 돈과 35배의 상금을 합쳐서, 거금 $3,600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지게되면, 배팅한 돈 $100은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 도박은 이겼을 때 베팅한 금액의35배를 상으로 주니까 (어설픈) 갬블러들은 확률의 기초 지식이라도 짜서 머리를 쓰게 마련이다.. 즉, 전광판에 보이는 최근에 당첨된 숫자들의 기록을 보고, 가장 적게 나온 숫자에 ‘확률적’인 기대를 걸고, 배팅을 하게 된다. 한번 찍은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않을수록, 다음에는 나올 확률이 더 커졌다는 생각을 가지고 점점 더 많은 돈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전혀 돈을 따는데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결국 큰 돈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평균적으로 약 38번중 1번은 어떤 한 번호를 맞춰야겠지만, 지금까지 특정 번호가 나오지 않은 기록(횟수)과는 ‘전혀 무관’하게도, 매번 시행할 때마다, ‘구슬과 휠은 그런 확률을 보기 좋게 무시하고 제멋대로 돌아 갈 뿐이다.

좀 더 단순한 게임의 예를 들어보자. (룰렛 게임의) 짝수/홀수를 맞추는 베팅에서,짝수가연달아 백번이 나왔더라도, 백 한(101)번째 게임에서 홀수가 나올 확률은 전혀 높아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각각의 시행(trial)은 서로 독립적(independent)이기 때문이다. 수학에서는 이것을 ‘독립 시행(independent trials)의 법칙’ 이라고 하며, 이를 무시하고 고집을 부리면 도박에서 폭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신(운명)은 확률에 맞춰서 구슬을 슬롯에 넣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인쉬타인(Einstein)의 말대로, 신은 주사위(확률) 놀이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 보인다.

2. 신(神)은 정말로 확률을 무시하는가?

신은 진실로 (상식적인) 확률을 무시하는 걸까? 답은 ‘Yes’쪽에 가깝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사위를 100번 던져서 모두 짝수가 나왔다고 해서, 101번째부터는 신(神)이 홀수를 더 많이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사실, 현대의 엄밀한 수학도, 신의 이런 뜻을, 즉 확신할 수 없는 확률의 문제를,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즈음에서, 좀 더 엄밀한 수학의 체계를 논할 수 밖에 없다. ‘A가 발생할 확률 P(A)’의 수학적 정의(定義, definition)를 면밀히 살펴 보자. ‘어떤 시행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가 n가지이고, 사건 A가 일어날 경우의 수가 r이라고 할 때, P(A) = r/n이다.’ 하지만, 이 정의는 아직 완성된 (엄밀한) 것은 아니다. 이 정의는 다음과 같은 가정이 있어야만 한다; ‘1) n개의 각 경우는 어느 것도 동시에는 발생하지 않으며 (mutually exclusive), 2) n개의 각 경우가 발생할 정도는 같다 (equally likely).’ 여기까지가 ‘고전적 확률 (Classical Probability)’의 정의이다.

하지만, 위의 1)은 그렇다고 치고, 2)의 경우는, 각각이 발생할 정도를 확신할 수 있는 사건은 실제로는 많지 않다. 따라서, 시작부터가 불안한 전제를 토대로 출발하는 여러 가지 수리적 확률의 이론을 더 엄밀하게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각 사건의 확률 p는 존재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예측할 수 없고, random하게 <오로지 신의 뜻으로> 발생한다고 전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수학적 확률의 공리(公理)적 정의 (Probability Axioms)’는 위에서 서술한 고전적 확률의 전제에서 2)번의 전제는 버리고, 각 사건은 상호 배반적(mutually exclusive)임만을 전제로 체계화하게 된다.

실제로 어떤 사건을 시행할 때, 매번 신(神)이 선택한 이유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경우, 여러번 동일하게 반복 시행한 결과, 즉 ‘통계적 확률’로 대신한다.

3. 큰 수의 법칙

그런데, 여러 번의 실험이나 왠만큼 큰 표본을 통해서 얻은 결과라 하더라도 정확한 확률값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더 많은 시행과, 샘플의 크기가 더 클 수록, 정확한 확률값에 좀 더 가까와 질 수 있는 경향(확률)이 더 커질 뿐이다. 이론적으로는, 무수히(infinitely) 시행을 반복하거나, 표본의 크기를 무한히 크게하면, 정확한 확률값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수학적 확률값과 통계적 확률값은 동일할 것이다.

위의 도박(룰렛)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룰렛에서 어떤 번호에 걸어서 이겼을 때 배팅한 돈을 포함해서 36배를 주니까 게임을 많이 할수록 갬블러는 점점 손해를 보는 반면, 카지노는 점점 이익을 챙길 것은 불보듯 뻔하다. 왜냐하면, 슬롯의 갯수는 0과 00을 포함하여 36개가 아닌 38개이기 때문이다. 한 게임에서 갬블러가 (100% 이기기 위해서) 모든 번호에 돈을 $1씩, 총 $36을 걸었다면, 받을 수 있는 기대값은, $36 – $38 = -$2, 즉 2불씩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를 응용하면, 매 게임마다 한 번호에 배팅하면, 배팅 금액의 평균 2/38 (약 5.3%)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고, 매번 100불씩 동일 금액을 계속 배팅을 하면, 약 19번 게임마다 결국 100불씩 갬블러의 지갑에서 카지노의 계좌로 이체가 되는 것이다. 또한, 오늘 운이 좋아서 돈을 땄더라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 도박을 하면, 아무리 절실히 기도를 하더라도, ‘큰 수의 법칙’에 따라, 틀림없이 지금까지 배팅한 돈을 거의 다 날리게 되는 것만이 ‘신의 뜻’이라고 말 할 수 있다.

4. 경우의 수, 인생은 곱하기 법칙

수학적 확률을 계산하려면, 모든 경우의 수와 특정 경우의 수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BC주 12학년 수학의 마지막 단원은 ‘경우의 수(Combinatorics)’이다.

단원의 시작은 경우의 수를 세는 기본 원칙(Fundamental Counting Principal) 즉, 곱하기 법칙(Multiplication rule)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은, 조합(Permutations), 순열(Combinations)로 이어져 가며, 마지막으로 이항정리(Binomial Theorems)를 배우게 되고, 대학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인 12학년 수학은 이렇게 끝이 난다.

어떤 학생들은 이 단원은 IQ가 좋은 학생이 잘하는 단원이냐고 물어보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그런 학생은, 일일이 경우의 수를 따져서 세워야 하는 단원이라고 오해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경우의 수에서, 조합과 순열도 사실, 곱하기 법칙의 아류(蛾類, subtypes)일 뿐이다. 따라서, 모든 경우의 수는 곱하기 법칙으로 풀수 있고, 그래서 곱하기 법칙을 ‘Fundamental count principle’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읽힌 문제에서 발생할 수있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 위해서 곱하기 법칙만을 고집하면, IQ 150인 학생도, 그 문제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상 소요될 수 있다. 반면에, IQ가 100인 보통 학생이 간단한 수학의 법칙(조합과 순열의 법칙)을 이해하고 공식을 이용하면, 1~2분 내로 같은 문제를 충분히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경우의 수를 세는 기본인 곱하기 법칙은 인생의 법칙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어떤 학생이 조기 유학을 갈 때, 캐나다, 미국, 영국, 호주 중에서 선택을 고심하다가 캐나다를 골랐고, 대학을 UVic, UBC, UT, Waterloo, Harvard, MIT 를 생각하다가 Waterloo에서 공부한 후, 서울, 토론토, 뉴욕,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회사들로부터 Job offer를 받아서 뉴욕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 학생의 인생은, 선택이 주어졌을 때마다 경우(선택)의 수를 모두 곱한 4 x 6 x 4, 즉 96개의 인생항로 중에 한 개를 선택한 것이 된다. 물론, 각 경우의 실행 확률은 같지 않았겠지만…..

5. 포카판 ‘타짜’의 생각

12학년 ‘경우의 수’ 단원에서 가장 복잡한 계산은 포커 게임에서 족보 (high poker hand ranks)의 확률을 계산하기 위한 경우의 수를 세는 것이다. 하지만, 한 때, 인기를 끌었던 한국 영화 ‘타짜’를 이해하면, 포커 게임에 관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영화에서, 타짜(=도박의 사기꾼)가 딜러(dealer)가 되면, 자신은 물론 포커 게임을 하는 상대방에게 어떤 패(poker hands)를 줄 것인지를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타짜가, ‘무슨 카드를 상대방에게 (또는 자신에게) 줄까’를 결정할 때마다, 몇가지 선택이 그에게 놓여있는지를 추적해서 생각해보면 쉽다.

예를 들어서, ‘Full house’- 세 개의 카드는 한 종류(같은 넘버), 그리고 나머지 두 개의 카드는 다른 한 종류의 카드 배합(예를 들어서 7,7,7,A,A)의 경우를 세어보자.

타짜가 풀 하우스 카드를 만들려고 한다면, 우선 세 개의 카드를 한 종류로 골라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어떤 종류(=넘버)로 세 개의 카드를 통일 시킬지 생각할 것이다. 그 때, 그에게는 한 넘버를 결정하기 직전에 13개 (A, 2, … ,10, J, Q, K)의 선택권이 주어진다. 이 중에서 한 번호 (예를 들어서, 7)를 마음으로 결정한 다음, 7이 써있는 4개의 무늬(Suit, 즉, heart, clover, diamond, spade) 카드중 3개 카드를 고르는 선택 (즉, 4C3)을 다시 하게된다. 그 다음, 위에서 선택한 7을 제외한 12개의 번호 중에서, 예를 들어서, A가 써있는 두 개의 카드(예, heart와 spade)를 선택 (즉 4C2) 했다면, Full house는 13 x 4C3 x 12 x 4C2 = 3,744가지의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따라서, 1/3744확률의 풀하우스를 100%로 만들어 버리는 ‘타짜’의 사기술이 판치는 도박판에서, 전 재산은 물론 자신의 처자식을 모두 한꺼번에 잃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은, 이제 ‘타짜’라는 사기꾼의 손에 달려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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