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뒤집히면 마라톤 경기에서 어떻게 될까?

<과학교육 칼럼 1> 속도가 뒤집히면 마라톤 경기에서 어떻게 될까?

권성기 (UVic 연구교수, 대구교대 과학교육과 교수 kwonsgi@gmail.com)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송선생 교육칼럼을 대신해 몇 회에 걸쳐 권성기 교수의 과학교육에 대한 흥미로운 칼럼을 연재한다.
UVic 연구교수, 대구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권성기 박사는 대구교육대학교 교육정보원장, 미국 UNLV 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 과학교육학회 이사, 초등과학교육학회 이사, 한국 물리학회 회원, 국제과학철학사교육 학회(IHPST)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 박사는 물리 오개념 지도, 초등교사를 위한 과학교육, 과학교육: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역할, 인간 구성주의 과학수업을 출판했고, 초등 과학교사 교육에 대한 논문을 다수 발표한 바 있다. <편집자 주>

마라톤은 속도이다

(마라톤 경기는 여러 곳에서 열리는데, 한국의 대구에서도 국제 규모의 마라톤 대회가 열린적 있다. 그 때 필자가 쓴 칼럼을 수정해서, 금차 UVic 연구 교수로 재직하면서 관심있게 읽은 빅토리아 투데이의 ‘송선생 교육 칼럼란’에 게재하게 되었고, 빅토리아에 머무는 동안 몇 차례 더 칼럼을 쓰고자 한다.)

달리기의 기본이 되는 마라톤(Marathon)의 유래는 그리스 아테네의 북동쪽의 마라톤 광야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리스 군대가 페르시아 군의 침략을 받고 격파했을 때 그리스 군대의 한 병사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42km를 달려와서 ‘우리는 이겼노라’고 승리를 알리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져 숨졌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기념하는 경주가 마라톤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 병사는 얼마의 속력으로 달린 것일까? 쉽게 계산할 수 있을까? 우선 쉽게 계산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을 잴 수 있는 시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마라톤의 최고 기록이 2시간 7분 근처라고 하니까 육상 선수의 기록으로 마라톤 경기를 했다고 생각합시다. 육상 선수가 마라톤에서 골인 지점까지 2시간에 달려왔다면 얼마의 속력인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속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면 되기 때문에 42km/2hour = 21 km/h가 되고 시속 21킬로가 됩니다.

조금 어렵게 설명을 해보면, 과학 용어 중에 속력 velocity와 속도 speed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용어는 개념이 서로 다르다고 과학 시간이나 물리 선생님에게 배운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은 두 가지를 분리해서 배울 필요는 그다지 없고, 일반적으로 속력보다 속도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빠를 ‘속(速)’과 정도를 의미하는 ‘도(度)’가 합해진 말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벡터와 스칼라를 구별해서, 속도는 크기와 방향을 가지는 벡터이고 속력은 크기만을 말한다고 물리 선생님이 수업에서 가르쳐 주지만, 이 정도 단계가 되면, 우리는 과학을 어렵다고 느끼면서 흔히 외워 버리기 십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속도에 대한 물리 공식으로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는 공식을 외우지 않고 속도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속도의 공식이라는 편견에 너무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 속도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떻게 될까요?

마라톤의 속도를 거꾸로 뒤집자

속도 공식을 거리/시간으로 외운 것을 만약 거꾸로 뒤집어서 기억한다면, 즉 ‘시간/거리’로 잘못 기억해서 계산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잘못 계산한 것이니까 과학 선생님이 틀렸다고 할 것이고 점수는 0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창의적인 생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라톤의 경우로 다시 계산하면 2시간/42킬로미터가 되고, 숫자는 0.047이라는 값이 나올 것입니다. 이 것이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마라톤의 기록과 비교해 보면 조금 쉬워질 것입니다. 만약, 4시간의 마라톤 기록을 갖고 있다면, 아테네까지 마라톤을 했던 병사보다 빠를까 아니면 느릴까라고 비교해서 생각해 봅시다.

위 식의 나눗셈을 계산하면, 분모에 시간(=4시간)이 들어가고 분자에 거리(=42km)를 대입할 것입니다. 즉 4h / 42 km = 0.095를 쉽게 얻을 것입니다. 이 숫자는 2시간에 42km를 달린 사람에서 얻었던 값 0.047과 비교하면 더 큰 숫자가 나왔을 것이고, 이게 뭐지, 왜 그럴까를 고민할 것입니다. 숫자를 읽어보면 이 고민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숫자가 크면 그만큼 느린다는 뜻입니다.

앞서 말한 속도를 뒤집어 보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속도에서는 얼마나 빨랐는 가에 관심을 둔 것 뿐이고, 얼마나 느린 가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속도’라는 용어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작정 공식을 외운 것입니다. 이제까지 교과서에 있는 속도 공식을 외우기만 하고 개념을 미처 생각해 보지 않는 학생들이, ‘속도 뒤집기’ 즉, 시간/거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차분하게 계산하고 비교하다 보면, 속도의 반대말인 ‘느린도, slow-ness’도 포용력있게 생각해 보면서, ‘속도’의 개념은 물론, 일의 능률, 기계의 효율 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스포츠인 마라톤에서는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 가를 경쟁하기 때문에 속도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속도를 거리/시간을 뒤집으면 시간/거리가 되고 이것이 느린 정도를 뜻하기 때문에 이렇게 기록을 계산해서 마라톤의 금, 은, 동메달을 준다면 어찌 될까요? 영원히 마라톤 경기가 끝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42.195km의 마라톤은 물론이고 100m 달리기도 언제 끝날 지 결판을 낼 수 없게 되겠죠. 가장 느린 사람에게 금메달을 주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마라톤(달리기)의 기록은 ‘평균’ 속도만을 잰다

장거리인 마라톤은 평지를 달릴 때도 있지만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중간 중간 나타납니다. 하지만, 만약에 평지에서 마라톤을 달린 다고 가정하더라도 달리는 속도가 일정 했을까요? 대부분의 마라톤 선수들은, 처음에는 정지한 상태에서 출발해서, 중간에는 보통의 속도로 달리면서 나중에 혹은 finish line에 가까이 가면서, 막판 스퍼트를 하죠. 이런 과정을 페이스 조절이라고 말하니까 결국 페이스가 속도가 되는 것입니다. 속도 중에는 평균 속도와 순간 속도를 구별하는 것을 물리 시간에 배웠을 겁니다. 조금 수학적 개념도 필요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평균이라는 뜻을 정확하게 이해 한다면, 속도를 이미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평균 속도’를 이해하는 것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앞에서 계산한 것처럼 마라톤의 출발점에서 마지막 라인까지의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것이 속도인데, 평균적으로 일정하다는 의미로 간주하고 계산한 것입니다. 그런데, 평균 속도값이 21km/h라는 의미를 처음 출발할 때도 21km/h, 중간에도 21km/h, 나중에 골인 할 때도 21km/h로 달린 것처럼 생각하자고 학생들에게 강요한다면, 실제로는 일정한 속도로 계속 달린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순간 속도’라는 개념이 필요한 것을 어렴풋이 생각하게 됩니다. 순간 속도는, (어렵게 느끼겠지만,) v = dS/dt 라고 수학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런 공식은 일정한 거리 차이를 작은 시간 차이로 나누고 극한값을 계산한다는 것인데, 말로 풀어 보면 결국, 어느 한 순간이나 혹은 한 지점에서 마라톤 선수의 속도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쉽게 말하면 처음 출발 선상에서 마라톤 선수의 순간 속도는 0km/h에서 점점 빨라져서 10km/h, 20km/h, 30km/h까지 빨라지겠죠. 그러나 순간 속도와 평균 속도의 개념적 구별은 수학의 극한 개념과 연결되기 때문에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물리를 공부하면서 이런 기본적인 개념과 숫자를 계산하는 것만으로 장거리 경기인 마라톤이나 단거리 경주인 100미터 경기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물리를 알면 달리기가 보인다는 말을 과감하게 던져 봅니다. 과학을 알게 되면 결국 경기의 기록을 줄이는데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기에, 과학과 스포츠를 융합하면 서로 이해하고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과학교육을 전공하는 사람이며, 과학의 오(誤)개념, misconception을 연구하고 교육을 통해 오개념을 과학적인 개념으로 바꾸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 강의에서, 학생들(=미래의 교사들)에게 엉뚱하게 질문하는 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마라톤이 힘들까 아니면 속도를 뒤집은 용어을 만드는 것이 힘들까라고 질문합니다. 사실은 앞에서 속도를 ‘거리/시간’으로 쉽게 외울 수 있지만 ‘왜 거리를 시간으로 나눠야 하지?’라고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시간을 거리로 나누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그런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면서 속도라는 말은 그냥 정의한 것이 아니라 ‘빠른 정도’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입니다.

과학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성적이 높은 사람이 아니며, 질문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무엇이든지 질문하십시오. 좋은 질문이든 나쁜 질문이든 질문하지 않는 것보다 좋습니다. 외우기 전에 질문하십시요.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창의적인 과학 개념을 발견하고 고안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너무나 당연한 자연 현상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위대한 과학자 ‘뉴턴’을 만들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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