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 간직한 해변, 226년 전통의 RV 리조트

비경 간직한 해변, 226년 전통의 RV 리조트

<탐방: Weir’s Beach RV Resort>

빅토리아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30분 거리의 메초슨(Metchosin) 지역 끝자락에 자리한 위어스비치(Weir’s Beach)는 빅토리아 일대에서 보기 드물게 희고 고운 모래사장을 자랑하는 해변이지만, 외딴 데 위치한 때문인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곳이다. 여기에 캐나다 역사 보다 더 긴 역사를 지닌, 226년 전통의 RV 리조트가 자리잡고 있다.

8월 하순 여름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던 날, 이 한적하고 비밀스러운 해변가에 들어서 있는 Weir’s Beach RV Resort를 찾아가 봤다.

리조트 입구에 들어서니, 우선 건물 입구에 세워진 수 십개의 국기가 펄럭이는 것이 보인다. 캐나다 국기와 함께 가장 앞자리에 눈에 띄는 태극기가 리조트의 주인이 한국인임을 알려준다. 200년이 넘는 동안 백인들이 줄곧 운영해 오던 이곳은 지난 2013년 자명 대표가 인수, 새 주인이 됐다. 클럽하우스 안에도 한국의 도자기들과 민속공예품들이 전시돼 있어, 방문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리조트 입구에서 펄럭이는 각국 국기들 가운데 앞자리에서 펄릭이는 태극기가 눈에 띈다.
리조트 입구에서 펄럭이는 각국 국기들 가운데 앞자리의 태극기가 눈에 띈다.

휴식을 위해 찾아온 RV들로 꽉 찬 사이트를 지나 몇 발자국만 가면 바로 백사장으로 연결된다. 리조트 앞에는 햇살에 반짝이는 위어스 비치의 푸른 물결과 흰 눈 덮인 마운트 베이커의 숨막히는 전망이 펼쳐지고, 오른 편에는 울창한 숲, 왼쪽은 철새도래지인 늪으로 둘러싸여 휴식을 취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유서 깊은 이 리조트는 1790년 스페인 항해자들이 처음 정착해 캠프기지로 이용됐고 위어스 씨가 본격적인 캠프사이트로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피크닉 테이블 몇 개와 캠핑시설을 갖춘고 적은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했으나, 1950년대 들어 여가문화가 발달하고 캠핑카 등장과 함께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북미 뿐 아니라 유럽에까지도 이름이 알져지게 됐다.

이곳은 현재 61개 RV사이트로 풀서비스(전기, 수도,하수도, 인터넷, TV, 무료 샤워, 클럽하우스 등)를 제공한다. RV가 없는 사람도 이곳에 설치된 RV를 렌트해 사용할 수 있다. ‘단순히 RV차량이 머무는 RV 팍과 달리 RV 리조트는 RV를 끌고 오지 않은 사람도 숙박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 자명 대표의 설명이다. RV 사이트는 오션, 라군, 가든 사이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특히 전망 좋은 오션 사이트는 2년 후에나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 높다고 한다.

희고 고운 모래사장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휴식을 취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위어스 비치.
희고 고운 모래사장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휴식을 취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위어스 비치.

리조트 비즈니스에 뛰어들기까지는 많은 조사와 공부, 경험을 했다고 자명 대표는 밝혔다.

“본격적인 100세 장수시대를 맞아 은퇴 후에 경제적 준비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소일거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나섰습니다. 은퇴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에 오래 전부터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를 알아보고 공부했고, 선진국 경제의 특징은 80% 정도가 소규모 비즈니스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패밀리 비즈니스로서 지속경영이 가능한 분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중 몇 가지 나름대로 조건을 세웠는데, 고정자산 가치가 투자금의 60%를 넘을 것, 직원 5명 이내 고용, 영업시간이 8시간을 넘지 않는 분야로 기준을 세우고 이 기준에 따라 호텔, 모바일팍 등 관련 업종을 거쳐 RV팍으로 범위를 좁혔다.

“거리에서 RV를 보면 단순히 캠핑카 인가 보다 할 정도의 지식밖에 없었던 내가 이 사업을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요. 어디를 가다가도 RV팍이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이 사업을 하는게 소원인데, 아는 지식이 없어 보러 왔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청하면, 대부분 둘러 보라고 하지만 문전 박대를 당한 곳들도 있었습니다. 한국 분이 경영하는 사업장도 찾아가 현장 감각을 익히고 하나씩 배웠지요”

이렇게 약 150곳을 조사했으며 2년 정도 지나자 자연스레 이 사업의 영업환경과 조건, 수익구조도 알게 됐고 주요 시스템도 이해하게 됐다. 캐나다의 추운 기후로 인해 BC주 이외 지역은 6개월 이상 문을 닫아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됐다.

“1년 내내 영업을 할 수 있는 곳이 밴쿠버 근교와 밴쿠버 섬 지역인데, 생각보다 매물로 나온 것이 많지 않았어요. 우선 관심 있는 지역을 정해놓고 모든 RV팍과 리조트를 찾아본 후 인수하고 싶은 75개 업소 주인들에게 RV팍을 경영해 보고 싶은데, 혹시 팔 계획이 있으면 연락을 해달라는 이메일과 손편지를 보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50여 군데를 방문하고 오퍼도 여러 번 넣었지만 성사가 되지 않던 차에 이곳이 매물로 나온 것을 알고 달려왔다. 자명 대표는 “처음 5월 중순 이 곳에 왔을 떄의 기억이 너무 생생해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그리던 이상향이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하기까지 과정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주인들이 협조를 잘 해주지 않아 리얼터의 인내와 설득 끝에 무려 다섯 번이나 오퍼를 고치는 작업을 거친 후 오퍼에 성공했으나, 더 큰 문제는 은행이었다. 몇 년간 적자를 지속적으로 낸 곳이라 7군데의 은행에서 모두 대출이 거절되자 자명 대표는 수 십 페이지에 달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RV사업의 영업환경과 가치창출 손익분기점, 미래전망과 현재 사업장의 자산가치 그리고 적자를 낸 주된 이유 등과 흑자 계획 근거를 산출, 먼저 한국어로 작성하면 딸과 아들이 영어로 번역해 사업계획서를 완성했습니다. 설령 이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사업계획서를 치밀하게 작성함으로써 정확한 이해를 하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배우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은 속내도 있었지요.”

결국 외환은행과 다른 두 군데 은행에서 연락을 받았고, 8개월간의 노력 끝에 인수에 성공하게 됐다.

인수 후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도, 전기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힘든 과제였다.

“톱질 한 번, 수도꼭지 하나 갈아보지 않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전문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동안 손님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니 참 난감했었지요.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시스템을 하나씩 이해하게 되고 기본원리를 공부하며 직원과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니 이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수 후 꾸준히 리조트 안팎을 손질하고 정원에 꽃과 연못을 가꾸며 새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노력이 고객들로 부터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자명 대표는 “몇 십 년 된 단골 고객들이 찾아와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잘 가꾸어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격려를 해 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내와 아들, 딸 등 가족들이 함께 패밀리 비즈니스로 운영하며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경영방침으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수한 첫 해부터 바로 흑자로 돌아섰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가는 중”이라며 만족해 했다.

RV팍 운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주의할 요인에 대해 자명 대표는 위치와 법적 허가문제를 꼽고 전기나 수도 등 시스템이 설치된 시기를 잘 체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즈니스의 특성상 인수 시에 초기자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지만,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객관리가 편하고 매일 새로운 여행자들을 만나 함께 대화하는 즐거움도 큰 장점이라고 한다.

고객층은 60~70%가 빅토리아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며 나머지는 캐나다와 미국,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로, 다양한 고객들로 부터 캐나다의 새로운 문화들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다.

“매년 5~6차례 이곳을 찾던 한 노부부가 있었는데, 아내가 사망하자 남편이 홀로 찾아와 아내가 좋아하던 자리에 벤치를 만들고 싶다고 요청했지요. 8개월에 걸쳐 벤치를 완성한 후 온 가족들과 친구들이 찾아와 이 벤치에 앉아 아내를 추모하고 쉬다가 돌아가곤 합니다. 또 아프리카에서 양자를 입양한 후 아프리카에서 온 아이에게 따뜻한 곳에서 살게 해주고 싶어서 캐나다에서 가장 기후가 좋은 이곳을 찾아 지내는 마니토바의 교수도 있어요”

한국에서 원래 투자분야 전문가로 활동해온 자명 대표는 M&A 전문가(기업인수합병 및 기업가치 평가), 한국투자운용주식회사 CEO, 헤지사모펀드 운용(CFO)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은퇴한 지금도 지식기부의 일환으로, 한국과 중국 등에서 초청을 받아 100세 시대에 대한 준비, 자산 증식, 기업 살아남기 등이 주제로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월간문학 신인상 공모에 당선(2005년)하며 등단한 문인으로, 평소에 쓴 글과 칼럼 등을 모은 책 ‘내 마음속의 풍경’을 펴낸 바 있다.

자명 대표는 리조트 운영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앞으로 좀 더 큰 규모의 RV리조트나 마리나 운영에도 관심을 가지고 자료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뜻있는 사람들의 투자자본을 모아 펀드를 구성할 계획으로, 우리도 중국인들 처럼 힘을 모은다면 현지인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이런 대규모 비즈니스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사벨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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