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소머즈’ 수학 선생님

추억의 ‘소머즈’ 수학 선생님

글/사진 제공: 송시혁 <송학원 원장, 캐나다 빅토리아>

<송선생 교육 칼럼 121>

수학 선생님은 A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과목은 다 만점인데, 수학은 80점대에 머물고 있는 A 때문에, 곧 교감이 될지도 모르는 A의 담임 선생님한테 뼈있는 농담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반 A가 수학만 잘 했으면, 전교 1등도 할텐데, 수학 때문에 전교 등수를 놓치고 있으니, 선생님이 좀 더 잘 가르쳐 주세요… 웬만큼 머리가 있는 애들한테 중학교 1학년 수학을 가르치는 것 쯤은 별로 어렵지도 않을텐데….부탁합니다. 하하…’

중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날 때까지, 필자는 수학에 늘 자신이 없었다. 더욱이, 필자의 담임으로 부터 자주 핀잔을 듣는다는 수학 선생님의 불만스러운 표정과 압박은 가뜩이나 흥미가 없는 수학 공부를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지게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학원에 새로운 수학 선생님이 오셨다. 당시에 인기 있는 미국 드라마의 여주인공, 소머즈 (Lindsay Wagner)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생머리를 휘날리는 젊은 여자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나서,수학 공부가 갑자기 좋아지게 되었다. 선생님의 외모때문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 보다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 덕분에, 수학은 더 이상 계산이 아니고, 논리적 사고력, 추리력, 창의력과 상상력까지 동원하는, 명쾌하고 흥미 진진한 공부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즉, 칠판에 그냥 문제를 술술 풀어주는 강의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발견할 기회를 주고, 필요하면 학생들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유도하는 ‘소머즈’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서, 필자뿐만 아니라 그 학원의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천성적으로 수학적 DNA를 가진 아시아계 학생들?

아래 표는 (고등학생)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대회에 참가한 국가 단체팀의 2010년 이후 순위이다.

표에서 보듯이, 2017년과 2012년 대회에서 종합 우승한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2010년대 통산 평균 3위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리고, 상위 15위권내 8개국이 아시아 국가이며, 미국과 캐나다 대표중에도 아시아계 학생들이 다수인 점(약 60~70%이상)을 감안할 때, 역시 아시아계 학생들이 수학에 강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수학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스라엘(33위)이나, 프랑스(34위), 인도(35위) 등은 모두 30위권 밖에 있다.)

이런 결과만 보면, ‘천성적’으로 아시아계 학생들이 수학에 강한 DNA를 가지고 있지 않을 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필즈(Fields)상 수상자들

고등학교 레벨 세계 수학 경시 대회(IMO)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필즈(fields) 상 수상자들의 국적을 보면, 아직까지는 아시아계 수학자들의 학문적 기여도는 낮은 것 같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접하는 ‘수학(Mathematics)’은 서구 문화에 속한 학문 체계이다. 따라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은 19세기와 20세기 중반까지 많은 사회, 정치, 경제적 혼란기를 겪은 후, 1960년대에서야 그나마 서구 학문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멀지 않은 장래에는, IMO대회 결과에서 이미 보여주었듯이, 많은 아시아계 수학자들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IMO 대회에서 호주팀 대표로 86년 (당시 10살, 역대 최연소자 수상기록) 동메달, 87년 은메달, 88년 금메달 수상 경력이 있는, UCLA 교수 Terence Tao는2006년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는 ‘호주 태생 미국 국적자’이지만, University of Hong Kong에서 공부한 부모(어머니가 고등학교 수학교사)의 영향을 받은 홍콩 중국계 교포 2세이다. 이외에도 베트남계 프랑스 수학자, 일본계 미국인 수학자들이 필즈상 수상자에 포함되어 있다.

역대 필즈상 수상자 배출 국가 (1936~2014: 현재까지 매 4년마다 총 55명이 수상)

미국(12명), 프랑스(10명), 러시아(8명), 영국(6명), 일본(3명), 벨기에(2명), 독일(이하 각국 1명), 노르웨이, 스웨던, 핀란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이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중국, 베트남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은 한국식 수학교육 시스템

필즈상 수상에서 아시아계 수학자들의 약진이 기대되는 가운데, 필즈상을 받은 한국계 수학자는 현재까지 없다. 수학을 사랑하는 필자는 당연히, 한국계 수학자의 필즈상 수상을 고대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래로 IMO 대회에서 세계 Top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계 수학 학도들의 재능을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수학교육 시스템에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수학교육은 비교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난이도가 높은 문제 풀이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수학적 창의성과 추상적 공간 인지능력을 개발시키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고, 기본적인 논리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이라고 보기에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한국의 유명한 수학 참고서들은 교과서보다 더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지만, 거의 대부분 예제를 중심으로 문제를 패턴화해서, 학생들이 예제의 풀이를 습득한 후, 유제 즉, 비슷한 문제를 풀어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 수학을 가르치고 공부하면,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이 오히려 창의력은 물론, 전반적인 수학적, 논리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한국의 중고등학교 수학교육 수준이 높고, 세계 제일의 평균 IQ를 가졌다는 명성의 이면에,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은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폴리아(G. Polya) – ‘어떻게 (수학) 문제를 풀 것인가’

필자는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수학이란 학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IT와 유통 기획)을 하면서도, 가끔 수학에 관련된 서적들을 읽기를 좋아했다. 그 때 읽은 책 중에 하나가 폴리아(George Polya, 1887-1985)의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 (How to solve it?)’ 라는 책이었다. 순수 수학자이며 동시에 수학교육학자인 폴리아가 자신 스스로 수학적 문제를 푸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려고 시도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책에서 폴리아가 제시한 4단계 문제해결 전략은 문제이해, 계획 세우기, 문제해결, 검토및 반성이다.

매우 평범한 전략같아 보이지만, 이미 학습한 수학적 개념을 적용하여 이미 알고 있는 절차, 즉 패턴화된 문제의 풀이방법에만 의존하여 ’정형(routine) 문제’ (유제)를 푸는 연습에만 초점이 맞춰진 수학 참고서, 학생들의 학습 방법, 그리고 교사들의 수업 방식에 이의가 있는 필자에게 영감을 준 책이다.

‘정형문제 풀이 연습’ 정도로는 각종 수학경시대회 문제를 결코 잘 풀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매년 새로운 형태의 문제가 등장하는 ‘수능시험’ 준비를 위해서도 좋은 공부 방법이 아니다. 폴리아의 ‘How to solve it’은 학생들이 처음 접하는 비정형(non-routine) 문제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자의 경험 – 성공적인 수학 공부 방법 사례

…… 중학교 2학년 때에, 잘 나가던 아버지 사업이 하루아침에 부도를 맞게 되면서 집안이 시끄러워지자, 필자는 공부를 뒷전으로 하게 되었다. 하지만, ‘소머즈’ 선생님한테 배운 수학의 공부 방식 덕분에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공부가 아니고, 오히려 복잡한 잡념을 잊게하는 낙(樂)이 되었다. 정형화된 문제를 푸는 ‘알고리즘’을 연습할 때 보다, 항상 문제를 스스로 이해하고, 그려보고, 상상해보고, 아이디어를 발견해서, 마침내 생소한 문제의 해법을 찾아갈 때 훨씬 더 흥미진진했다.

그러다 보니 중 3초에 이미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혼자서 공부할 수 있었다. 혼자서 공부하다 보니 어려운 참고서 대신, 우선 교과서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 후에, 왜 그렇게 공부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많은 학생들이 보는 참고서의 ‘예제와 유제’는 skip하고, 교과서에서 배운 기본 문제를 바탕으로, 곧바로 참고서 연습문제의 ‘기본문제와 실력문제’를 푸는 식으로 공부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의 정리들도 ‘정의’를 바탕으로 ‘스스로’ 증명하려고 했다. 책에 나오는 증명을 보고 나면, 증명에 도전하는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혼자서 수학을 공부하면서,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전교에서 공부 좀 하는 친구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가져오더라도 손쉽게 풀어 줄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 여전히 수학 성적은 최고 성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중학교 때 만큼 수학 공부에 계속 매진하지 않았던 것이 못 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에 다시 폴리아의 책을 뒤적거리면서, 중학교때 만난 ‘소머즈’ 선생님이 폴리아의 발견학습적 수학지도 방법을 시도했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수학 문제와 세세한 풀이 과정을 읽기에 불편해 할지도 모를 독자들이 있더라도, 다음에는 폴리아의 문제해결 전략과 실제 예시를 소개하는 칼럼을 써봐야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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