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동백

<문학회 시 > 붉은 동백

어느 날 깨달았다
나는 향기가 없는꽃을 사랑한다는 걸
물론 장미와 라벤더, 목련과 라일락도 사랑하지만
그래도 한가지쯤 부족함이 있는 꽃을 좋아하더라

붉은 동백을 사랑하여 뜰에 심었다
핏빛으로 피어나 주저없이 핏빛으로 지는
그 정열이 좋더라
그 처절한 패배가 좋더라

화려한 시간이 끝날 때면
미련없이 제 몸을 떨구어 땅위에 뉘인채
아름다운 붉음을 털고
처연히 흙과 하나가 되어가는 순응이 엄숙하더라

자연의 질서를 따라 태양을 향할 때가 오면
너는 흙속에서 다시
몸을 틀면서 줄기를 타고 하늘을 향해 오를 것이니
농익은 붉음, 어여쁜 얼굴로 나를 유혹할 것을

나는 기꺼이
너의 붉음에 미쳐서 가슴을 치며 외치리라
난 널 사랑한다고, 네 붉음을 사랑한다고,
너의 순응을 사랑한다고…

다시 너의 붉음이 떨어지면
나는 네 곁에 누어서 눈을 감으리

이승원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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