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勿忘草)

<문학회 시>물망초 (勿忘草)

눈 맞은 물망초

곧 눈이 내릴 줄 알면서도
자그마한 물망초를 심었습니다
가슴 시린 계절 견뎌내야
고운 꽃망울 품을 수 있다 기에
안쓰러운 마음 꾹꾹 누른 채
떨리는 손 다잡으며 심었습니다

겨울 화단에 홀로 남겨질 줄 알면서도
가녀린 물망초를 심었습니다
별빛마저 사라진 동면의 밤을 이겨내야
튼실한 뿌리 키워낸다 기에
불안한 생각 꼭꼭 묶어둔 채
부러 더 매정하게 심었습니다

Forget-me-not, Forget-me-not
누구에게나 이별보다 더 두려운 건
잊혀지는 것입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
어떤 이에겐 절망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희망을 품는 일입니다

이 겨울 지나면
눈물처럼 피어나는 아지랑이 좇아
물망초 꽃 흐드러지게 피어날 겁니다
그렇게 거짓말처럼 봄이 오면
이별도 절망도 잊혀질 겁니다

글/사진: 박상현
작가/정원사,빅토리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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