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문학회 수필> 이브

이승원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이브를 가슴에서 느낀다.

봄빛은 비단처럼 하늘거리며 나뭇잎을 스치고 날아가 바다위에 닿는다. 나머지 눈부신 빛은 나뭇잎 사이로 내려와 부드럽게 땅위에 앉는다.

낯선 땅 캐나다에 와서 어느 봄날에 이브를 만났다. 멈추지 않고 내 무릎에 올라와서 품에 안기려 하던 이브는 목에 빨간색 칼러를 걸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굵은 펜으로 ‘ EVE ’ 라고 씌여있었다.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은 이브는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다.

작은 혀로 무엇이든지 핡으면서 품에 안기려는 이브를 난 가만히 품어보았다. 아! 따뜻하고 보드라운 순수였다. 거부함이 없이 모든것을 수용하는 배려의 몸짓이었다. 그와 같은 첫 만남 이후로 나는 다시 이브를 만나러 가곤 했다. 시간이 흘러, 황홀한 봄빛은 멀어져갔고 사색과 침묵의 가을빛이 비스듬히 바다를 향하고 있을즈음, 이브를 더 이상 그곳에서 만날 수 없었다.

가을조차 끝나고 어둡고 음습한 겨울도 갔다. 다시 찬란한 계절 봄이 왔을 때, 나는 내 딸들과 함께 다시 그 곳에 갔다, 이브를 만나기 위해. 거기에는 예외 없이새로 태어난 어린 것들이 가득했다. 그 무리 속에서 나의 눈과 생각은, 빨간 칼라를 목에 두른 이브를 찾았지만… 이브는 없었다. 봄빛은 화려함을 잃고 나무그늘 아래 숨었다. 바다 빛도 찬란함을 잃고는 의욕없이 길게 누웠다.

그 다음 해에도, 그리고 그 후 이 삼 년에 한 번 씩, 나는 내 품에 숨듯이 안겼던 이브를 만나려고 그 곳에 갔다. . . 올 봄에도 그 곳에서 이브를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곳에 가서 햇빛 아래 앉아 있자면, 이브는 내 품에 안겨있는 듯하고, 사랑스런 숨소리가 나의 귀를 황홀하게 만드는 듯하다. 내 년 봄에도 아기 염소 이브는, 틀림없이 나의 천사가 되어 눈부신 봄빛속에서 내 품에 안길 것이다. 오늘도 이브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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