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

<문학회 시> 겨울 비

박상현 작가/정원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연어 낚시 통신> 저자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비가 옵니다
창유리 갈라놓은 블라인드 너머 충혈된
눈 속으로
줄지어 늘어선 시간을 적시며
미몽(迷夢)처럼 뿌옇게

비가 옵니다
째깍거리는 초침 너머 말미잘처럼 갈라진
귓바퀴 속으로
간밤에 매달린 바람 끝을 붙들고
미련(未練)처럼 아프게

비가 옵니다
하얀 입김 내뿜는 굴뚝의 삿갓 너머 텅 빈
머릿속으로
찬찬히 스며들 부엽토를 헤집으며
시원(始原)처럼 낯설게

비가 옵니다
가지런히 정렬된 키보드 너머 간질거리는
열 손가락 위에
따스한 봄볕의 기억을 품은 채
회한(悔恨)처럼 시리게

그렇게 내리다 끝내
하얀 나비로 변태(變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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