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게 재수 없는 날

<문학회 글> 더럽게 재수 없는 날

유난히 바람이 분다. 나는 약속 시각에 늦어 허겁지겁 달리다 지갑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지폐를 고정하던 클립이 부러지자 여지없이 이들을 낚아채갔다. 평소 운전 하며 건너던 다리를 오늘은 왜 두 발로 건너갈 생각을 했나.

이미 강으로 향하는 (정확히) 서른 두 장의 종이 쪼가리는 내가 더는 자신들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몸소 확인시켜준다. 주위를 둘러보니, 열심히 속도를 내며 차를 몰고 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눈에 들어온다. 열의 아홈은 공중에서 갈 곳 잃은 종이들에 멈춰있다가 놓치고 싶지 않은 듯 나를 힐끗 쳐다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여름 해 질 녘의 햇살은 너무 강렬해서 지폐의 두께쯤은 쉽게 뚫고 나온다. 그 힘이 만들어낸 투명한 녹색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고운 빛깔이다. 그렇게 작별인사와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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