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책(Great Books), 고전(古典, Classics) I

<송선생 교육칼럼 104> 위대한 책(Great Books), 고전(古典, Classics) I

글/사진 제공: 송시혁 <송학원 원장seahsong@gmail.com>

어떤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St. John’s College (Annapolis Maryland, US 소재)’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이 대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관심도 많았지만, 많은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해 본 적은 없었다. 그 이유는, 이 대학의 커리큘럼이 일반 대학과는 많이 달라서 학생들에게 권유한다고 해도 실제로 이 대학을 실제로 가겠다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St. John’s 대학의 curriculum은 ‘Great Books Program’으로 불리는데, 간단히 말해서 현재의 대부분 대학들이 쓰는 교과서(교재) 대신에, 대학 4년간 약 100권의 고전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St. John’s 뿐만 아니라, 미국의 몇몇 Liberal Arts 대학들이 Great Books Program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Great Books를 소개하면서, 왜 이런 고전이 현재까지 세계의 사상과 학문의 바탕이 되는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서양고전, Classics, Great Books란 무엇인가?

Great Books란 서양 문학, 철학, 사상, 과학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온 원저(original books or paper)들을 말한다. 저자들은 주로 서양 최고의 사상가들인데, 우리들에게 많이 알려진 몇 사람들만 소개하자면, 호머(Homer), 플라톤(Plato),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유클리드(Euclid),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 토마스 아퀴나스(St. Thomas Aquinas), 캘빈 (John Calvin), 베이컨(Francis Bacon),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갈릴레오(Galileo Galilei), 데카르트(Rene Descartes), 파스칼(Blaise Pascal), 로크(John Locke), 뉴턴(Isaac Newton), 흄(David Hune), 루소(Jean-Jacques Rousseau), 아담 스미스(Adam Smith), 칸트(Immanuel Kant), 괴퇴(Johann Wolfgang Goethe),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밀(John Stuart Mill), 다윈(Charles Darwin),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프로이트(Sigmund Freud), 마르크스(Karl Marx). 러셀(Bertrand Russell),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마틴(Jacques Maritain) 등이다.

위에서 언급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를 포함해서 100여명의 작가가 쓴 150여권의 책을 세계 역사와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위대한 책, 소위 ‘Great Books (위대한 책)’라고 부른다.

이 가운데는 성경의 구약과 신약이 포함되어 있으며, 작자가 미상이거나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Iliad와 Odyssey의 작가로 알려진 호머의 경우처럼, 어떤 경우는 실제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설도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위대한 고전의 내용이 손상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Great Books와 사상가 –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

Great Books를 모두 소개할 수는 없기에 그 중, 몇 권의 책과 저자를 소개하기로 하자.

1) 플라톤(Plato, 그리스)의 국가론(The Republic (Eng), Politeia, (Gr), BC 380년경)

 

철학이 곧 플라톤이다
철학이 곧 플라톤이다

‘폴리테이아(국가론)’는 서양 철학과 정치이론에 폭넓게 영향을 준 고전 중에 고전이다. 정의(正義)의 의미(definition of Justice), 철인 왕(哲人王, philosopher-kings)과 수호자(守護者, guardians)가 다스리는 이상사회(理想社會, Idea), 정의로운 사람이 불의의 사람보다 더 행복한지, 사회에서 철학자와 시의 역할(the roles of the philosopher and of poetry in society), 이데아론, 영혼 불멸성(the immortality of the soul)에 대해서 소크라테스(Socrates, 플라톤의 스승)가 주도하는 문답처럼 쓰여졌다.

세계 최초의 고등교육기관, 아카데미아(Academia, 아카데미란 말의 원류가 됨)를 세운 플라톤은 그리스의 철학자이다.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글을 한 줄도 남기지 않았지만, 플라톤은 자기의 저서에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켜서, 스승의 사상과 가르침을 상당히 인용하고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즉, ‘폴리테이아’는 플라톤만의 독창적인 사상을 정립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플라톤과 그의 저서 ‘국가론’이 얼마나 서양철학에 영향을 끼쳤는지, 왜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근,현대 최고의 사상가들의 말로 정확히 대신할 수 있다.

” All western philosophy consists of footnotes to Plato. (서양의 2000년 철학은 모두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 ” — 수학자, 논리학자, 철학자 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

” Plato is philosophy, and philosophy, Plato. (철학은 플라톤이고, 플라톤은 철학이다)” — 시인, Ralph Waldo Emerson (1803-1882)

2) 유클리드(Euclid, 알렉산드리아)의 원론(Elements, BC300년경)

유클리드의 '원론'
유클리드의 ‘원론’

‘기하학 원본’이라도 불린다. 즉 19세기 말까지는 ‘기하학’이라고 하면, 유클리드의 기하학을 의미했으며, 오늘날도 중학교 교과서의 기하부분은 2000년 전에 쓰여진 유클리드의 ‘원론’을 거의 편집 복사한 정도라고 보면 된다.

‘원론’에는 사실, 유클리드 자신이 새로 발견한 내용은 별로 없고, 유클리드 시대보다 오래 전부터 서양은 물론 동양에도 이미 알려진 내용들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필자의 작고하신 조부께서는 4살 때부터 10년 이상 시골의 한학(漢學)에서만 문학과 역사 그리고 산술을 공부 하셨는데, 필자가 중학교를 다닐 때, 중학교 수학에 나오는 말 문제(word problems)와 기하 문제를 여쭤보면 서당에서 다 배운 내용이라고 하시며, 답을 모두 맞춰서 신기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이 수학사(數學史) 전반에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이 책의 원저를 공부할 경우 수학의 체계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고 하는가? 유클리드의 원론은 총 13권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기하학 뿐만 아니라, 정수론의 내용도 다룬 대작이다. 특히, 자명한 5개의 공리(公理, Axiom)와 5개의 공준(公準, Postulate)으로 465개나 되는 정리(대부분 이미 알려졌지만 증명을 시도하지 않은 명제)들을 유도해냈다. 공리체계에 바탕을 둔 18, 19세기 근대수학의 근원은 바로 ‘원론’의 자명한 공리로부터 이끌어내는 논리적인 전개 방식에 바탕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유클리드 원론의 공리와 공준은 다음과 같다.

<유클리드 5공리>
1. A=B, A=C이면 B=C. 2. A=B이면 A+C=B+C 3. A=B이면 A-C=B-C.
4. 서로 일치하는 것은 서로 같다. 5.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크다.

<유클리드 5공준>
1. 임의의 한 점에서 임의의 다른 한 점으로 직선을 그을 수 있다.
2. 유한한 선분이 있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길게 늘릴 수 있다.
3. 임의의 한 점을 중심으로 하고, 임의의 길이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릴 수 있다.
4. 직각은 모두 같다.
5. 한 선분이 서로 다른 두 직선을 교차할 때, 두 내각의 합이 180도보다 작으면, 이 두 직선을 무한히 연장하면 두 내각의 합이 180도보다 작은 쪽에서 교차한다. (평행선 공준)

원론이 출간된 지 약 2천년 동안 원론에서 다루는 기하학이 아닌 다른 종류의 기하학은 한 번도 생각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의미했다. 하지만, 1829년 러시아의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로바쳅스키(Nikolai Ivanovich Lobachevskii)가 유클리드의 제 5공준을 부인하고도 (평행선을 포함한 모든 두 직선은 한 점에서 만난다고 해도),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는 새로운 기하학을 발표한 후,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적용하기 전까지는 유클리드 기하학은 모든 과학에서 절대적으로 쓰여졌다. 현재는 중력장의 작용으로 휘어진 우주공간이 아닌 한정된 공간에서만 잘 들어맞는 근사적인 이론이지만, 여전히 활용도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훨씬 능가한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 (There is no royal road to learning).’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말이 지만, 이 말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이 유클리드에게 기하학 원론을 배우다가, “기하학을 보다 쉽게 배우는 지름길은 없는가?”라고 묻자, “폐하, 기하학에는 폐하만을 위한 왕도는(王道)는 없사옵니다.”라고 답한대서 비롯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3) 애덤 스미스 (Adam Smith, Scotland)의 국부론 (國富論, The Wealth of Nations, 1776)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개인교사로 다운젠트 공작의 장남과 여행 중에 ‘심심풀이’로 썼다는 국부론은 ‘경제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에 경제학이란 새로운 학문을 세운 고전 경제학의 경전이다.

‘국부론’이 쓰여질 당시 유럽의 시대적 배경은, 기름진 토지를 바탕으로 국가의 경제를 이끈 프랑스(重農主義)와 신대륙의 발견을 바탕으로 금은의 획득과 특산품의 무역으로 국부를 꾀한 스페인(重商主義)이 전통적인 경제 대국이었는데, 산업혁명으로 많은 상품을 대량 생산한 영국이 이 두 나라를 제치고 세계적 부국으로 막 등장하게 되던 시기였다.

영국인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산업혁명의 성공을 분석하고, 분업을 통한 상품의 생산성 향상, 대량 생산, 교환경제의 효율성을 설명하였다.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利己心)이 경제 발전을 가져온다고 전제하고,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자기에게 최선을 추구하여 행동하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고, 다시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는 소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시장(market)을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나 소수의 이익 집단이 임의로 가격을 조절하거나 독과점을 행하는 경우 시장의 역기능을 발생시키므로, 정부는 가능한 시장에 간섭을 자제해야 하지만, 특정 이익 단체의 독과점을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과점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개념은 이미 2000년전에 사마천의 자연지험(自然之驗) 사상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밝힌바 있다. “물건이 싸면 비싸질 징후고, 비싸면 싸질 징후라서 각기 제 업을 좋아하고 제 일을 즐거워한다. 이는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아서 밤낮 쉴 새가 없고, 부르지 않아도 절로 오고, 구하지 않아도 백성이 만들어낸다” 또한, ‘월나라의 경우, 개인의 영리추구와 이기심이 부국강병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설명한 내용도 전혀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개념이 아닌 것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개념을 논리적으로 정립하고 체계를 세운 국부론은 근대 경제학 즉, 고전경제학 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유 무역과 자유시장 가치의 이론적 심화를 제공해왔다.

위대한 사상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1776)’보다 1759년에 저술한 ‘도덕감정론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죽기 바로 전에 자기가 쓴 미발표된 많은 글들을 스스로 폄하하며, 자기가 보는 앞에서 모두 태우도록 했기 때문에, 아쉽게도 위의 단 두 권의 책만 발간하게 되었다.

Great Books는 멀리는 기원전부터 가깝게는 100여 년 전에 쓰여졌지만, 위에서 살펴 본대로 각 학문과 사상에 여전히 근간을 이루는 있다. 한편, 이러한 ‘위대한 책’들도 사실은 저자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만은 아니고, 오히려 당대까지 나온 사상을 정립하고 체제를 갖추어 미래도 널리 발전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칼 막스의 자본론, 뉴턴의 프린키피아,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그리고 셰익스피어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 대학의 Great Books Program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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