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목적과 형태의 새로운 패러다임

<송선생 교육칼럼 100> 조기유학 목적과 형태의 새로운 패러다임

글/사진 제공: 송시혁 <송학원 원장seahsong@gmail.com>

어떤 이민자 자녀가 대학에 입학을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입학을 축하해주기 보다는 ‘입학 보다는 졸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는 ‘졸업 후 취업을 할 수 있는지가 걱정이다’라는 말을 더 많이 들으면서 서운해 했다. 물론, 축하를 먼저 해주어야 할 자리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불안한 기우만을 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캐나다나 미국 대학의 경우, 입학보다는 졸업이 어렵고, 졸업을 해도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유학 측면에서도, 미국 대학 학위만 가지면 한국에서 특혜를 누리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유학의 목적과 형태의 변화

한인들의 유학의 목적과 형태는, 한국 현대사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 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해 왔다. 우선, 한인 유학생들의 변천과정을 짧게 훓어보고, 현재와 가까운 장래의 유학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하자.

1) 70년대까지 유학: 그 당시에도 조기 유학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박사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유학을 왔다. 박사 학위를 따면, 한국에 귀국해서 존경 받는 대학교수나 좋은 대우를 받으며 기업체 연구원으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2) 80년대 유학: 학부부터 유학을 가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학문이나 공학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려는 유학생이 많았지만, 국내 기업과 경제 규모의 성장으로 MBA와 같은 실용적인 전문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한국에 귀국하여 활동하려는 유학이 시작됐다. 또한, 부모의 유학에 동반하여 미국에서 초등학교 등을 보낸 학생들의 영어회화 능력은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영어실력과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 주는 시기이기도 하다.

3) 90년대 유학: 해외 여행과 유학 자유화가 자리잡으면서, 조기 유학이 본격화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조기 유학을 온 학생들은 미국이나 캐나다 대학에서 학위만 받은 것이 아니라, 중.고교의 어린 시절에 유학을 가서 뛰어난 영어회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므로, 국내 기업에서 출중한 인재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해외 MBA 학위가 여전히 좋은 대우를 받으며 특히, IMF를 겪으면서, 국제적인 비지니스 감각을 지닌 ‘해외 MBA + 해외 경력’이 최고의 대우를 받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박사 학위 취득자들의 공급은 대학 교수 수요에 비해 많아지면서, 해외 박사학위로도 대학 교직을 얻기가 쉽지 않은 시기가 되었다.

4) 2000년대 유학: 2000대 중반까지 조기 유학이 증가하다, 그 이후 정체되는 시기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이나 캐나다 대학 입학이 어렵지 않았고, 한국 대학에서는 국제학부나 해외체류자의 특례 입학이 활성화되면서 한국 대학 입학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나 미국 대학 출신들이 이미 한국에서 취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해외 대학 출신들 중에는 한국 기업과 조직 문화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자, 해외 유학파의 인기가 급 하강 했다. 따라서, 국내 명문대학 동문 네트워크를 가지기 위해서, 캐나다나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급증했다.

5) 2010대 유학: 미국이나 캐나다 대학 입학 경쟁률이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북미의 명문 대학에 많은 중국 출신 학생들이 입학이 급 증가하고 있어서, 국제(특히, 아시아계) 학생들간의 미국 명문대 입학이 훨씬 더 어려워 졌다. 한국의 고용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북미 대학을 졸업해도 귀국 후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북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조기 유학생들이나 해외 주재원 자녀를 위한 한국 대학 특례 입학 제도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12년 줄곧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에게만 주어지므로, 국제학부 이외 한국 대학 입학은 더욱 힘들다.

현재까지의 유학의 변천에 대한 교훈

어떤 경우든지, 앞으로의 방향과 방안을 생각해 보려면, 우선 과거의 추세를 대략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조기 유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유학의 목적과 형태의 변천과정을 분석해보면, 결국 한국의 경제 상황, 특히 고용시장에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일단은 70년대까지의 유학은 선진 학문을 받아들이는 것에 집중하여, 유학생들이 귀국 후, 대학이나 국가(지원)기관의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지만, 80년대부터 98년 IMF 전까지는 한국의 대기업 및 금융기관 등의 민간 연구소와 경영활동에 해외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해외파’들의 참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였다.

따라서, 보다 실용적인 학위, 즉 공학박사, 경영학 석사, 영어회화에 능통한 학사 출신들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98년 IMF 원조 직후에는, 국가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된, 한국의 낙후된 금융기법을 개선하여 금융시장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시급했고, 자본력과 규모만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 장악의 한국 경제 체질을 벗어나고, 선진 금융과 벤처기업들을 활성화하고, 비효율적인 기업들을 리모델링하고자, 해외에서 M&A와 투자 금융을 공부하고 경험한 유학파들을 크게 환영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는 한국의 경제의 저성장 시대가 굳어가고, 고용시장이 줄어들고, 해외 유학파 인력 공급이 늘어나면서 서서히 해외 유학생들에 대한 기업의 선호도가 떨어져갔다. 결국, 2010년대부터는, 한국에서는 조직과 비지니스 활동에서 국내 대학의 인맥, 즉 학연(學緣)을 갖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퇴행된 경향까지 보이게 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남보다 뒤처진 방향으로 따라가다 보면, 그 길은 곧 정체되기 마련이다. 최선두 그룹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약간은 앞서가야 경쟁사회에서 기회를 쟁취할 수 있다.

이제, 2010년 중반을 지나면서, 현재와 미래의 변화는 무엇일까 독자들도 각자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white collar들의 American dream, New York Manhattan
white collar들의 American dream, New York Manhattan

현재와 가까운 장래의 유학 방향

우선, 2010년대 중반에 직면한 경제적 이슈를 눈 여겨 보자. 국내의 고용시장이 계속 악화되면서, 해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일을 할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취업을 하고 현지에 정착하여 사는 것이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한국의 경제구조가 취약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 캐나다 이민제도의 변화 때문에 투자나 사업 이민은 거의 불가능하고, 취업이민 또는 대학 졸업 후 현지에 취업으로 이민하는 한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캐나다 이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심지어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북미가 아닌 유럽 등 해외에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를 최근에 많이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White Collar (또는 전문/기술직)’로 해외 취업을 하려면, 외국어(주로 영어) 능력뿐만 아니라, 특별한 기술과 재능을 보유해야만 한다. 그래서, 외국인이라도 현지 기업이 꼭 그 사람을 채용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조기 유학생들은 대학의 이름만 보고 대학에 가면 백전백패(百戰百敗)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은 name value가 있는 명문대 경쟁은, 더 치열하기 때문에, 입학 자체가 쉽지 않다. 한편, 현재까지는 한국에서 많은 미국 대학 출신들 중에서 그나마 미국의 명문 대학 출신들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우를 받아 왔지만, 앞으로는 좀 더 내실을 다져야 한다. 즉, 단순히 대학의 이름보다는 산업에서 요구하는 수요와 실력과 재능이 모두 있어야만 한다. 무조건 하버드나 예일을 나왔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산업에서 요구하는 전공 지식과 능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대학을 선택할 때, 대학 이름이나 단순한 대학순위보다, 어떤 대학의 어떤 프로그램(전공)이 이러한 능력을 내게 줄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입학경쟁이 극도로 심한 아이비리그만 남들이 고집할 때, 보다 대학 선택의 폭을 넓혀서 내게 맞는 대학과 프로그램을 찾아야 한다. 이런 대학과 학과는 입학경쟁률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겠지만, 아이비리그 대학보다는 입학하기가 쉬우며, 앞으로 졸업 후 취업은 오히려 더 용이할 것이다.

가까이 있는 University of Victoria의 예를 들어보자. 음악(또는 시각예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학과 컴퓨터 프로그밍에 관심을 가지고 기초를 다진 후, UVic의 Music and Computer Science (또는 Visual art and C.S.)를 전공한다면, 자기의 재능을 보다 실용적이고 상업적으로 유용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쉬울 것이다. 요즘 영화나 미디어 산업의 발달로 이런 인재들은 현지에서나 한국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빅토리아에서 중고등학교를 공부한 학생이 미국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중 음악활동에 참여하다가 학부를 졸업 후, 현재 어떤 아이비리그 대학의 ‘Digital music and computer science’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또, 고등학교 때, 수학 공부를 좋아하는 어떤 학생이 평소에 정치와 사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대학 입학후, 수학과 사회학을 공부한 후, 수학적 game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정치 및 정책학을 대학원에서 전공하여 현재 자기의 흥미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남다른 분야의 전문가로서 일을 하게 되었다.

옛날의 이민자나 유학생들과는 달리, 영어에 문제가 없는 현재의 조기 유학생들은 북미 대학에서 공학분야와 같이 산업에 필요한 전공을 한다면, 북미 현지에서 취업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례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비교적 공부를 잘하던 고등학교 학생이 뒤늦게 (G10에) 유학을 오는 바람에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top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좀 부족했다. 하지만, 북미에서 나름 알아주는 공대에 입학할 수 있었고, 대학을 졸업 후,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네기 멜론 대학의 컴퓨터 공학 석박사 통합과정 졸업을 앞두고, 현재 미국 최고의 IT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새로운 유학 패러다임: 졸업 후 현지에서 취업

요즘, 한국에서는 명문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취업을 해도, 첫 직장이 대기업이 아니면 비젼이 없다고 생각하며, 더군다나 계약직과 정규직의 고용 환경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이 취업에 대한 절망감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서, 캐나다의 경우, 일반적으로 일자리가 많지 않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한국의 고용시장보다는 훨씬 사정이 좋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빅토리아에 이민 또는 조기 유학 온 학생들을 보면, 최근 캐나다다 미국 대학을 졸업 후 나름 좋은 직장을 갖게 됐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예(例)로, 요즘 뉴욕에는, 꽤 많은 빅토리아 출신 청년들이 대학(또는 대학원) 졸업 후 현지에 취업하여 머물러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조기 유학 형태는 졸업 후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 또는 해외에서 전문적인 직업을 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목표를 세워야 함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2020년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기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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