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표범

킬리만자로의 표범

<문학회 글> 5895m Kilimanzaro 산을 오르다 1

글/사진: 한상영
(소설가, 평론가/빅토리아문학회 회원)

첫째 날

아침 일찍 Kilimanzaro Climbing Company의 Deo가 사파리 차 지붕에 짐을 가득 싣고 가이드 Jacob과 몇 명의 Porter들을 데리고 나를 데리러 온다. 4시간을 달려 마랑구 Main Gate 에서 입산 신고를 한다. 그 사이 나는 휴게소에서 게시물로 된 Information 을 읽어 본다. 처음 이 산을 올랐던 사람 소개, 또 단기간 등산 기록자 들 명단, 생태 동물과 식물 소개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눈에 확 띄는 대목 하나가 있다. 바로 1926년 표범 한 마리가 눈이 덮인 산 정상에서 얼어 죽은 것을 발견했는데 왜 열대 동물인 표범이 추운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죽었을까 하는 Mistery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전설이 내 눈에 띈 이유는 그 대목이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의 테마이기 때문이다. 가이드 Jacob이 입산허가서를 받아 나와 거기서 Rongai Gate까지 차로 1시간 가는 동안 헤밍웨이가 찾은 그 이유가 내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게는 또 다른 이유가 있고 이번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중간에서 자동차가 고장이 난다. 무슨 내게 닥쳐올 불운인가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그런데 큰 고장이 아니었는지 간단히 고치고 다시 출발한다

Rongai Gate 에서 기다리고 있던 3명을 합해 전부 8명의 Porter와 Jacob 9명이 이번 등산에 동행하게 된 멤버들. 짐을 골고루 나눠지기 위해 몇 번이고 짐이 이리저리 오고 간다. 처음은 완만한 경사인데도 나는 올라가는 처음부터 숨이 찬다. 비행기 표를 사 놓고도 떠나기 전 빅토리아에서 등산 연습을 전혀 하지 못하고 온 탓이다. 중간에서 자동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한 30분 정도 지체한 것도 있어서 늦게 출발했기에 우리 일행 뒤에는 등산객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오르는 코스는 Forest 지역이기 때문에 주로 그늘로 가는데도 나는 땀을 뻘뻘 흘린다. 그러나 Jacob 은 저에게 필요한 것들을 몽땅 지고 또 내 짐까지 얹어 졌는데도 전혀 힘을 안 들이고 가뿐가뿐 걷는다. Jacob이 물을 마시라고 물통을 내게 건넨다. 그러나 나는 호텔을 나오기 전에 캐나다에서 부터 가지고 온 보온 물통에 미리 준비한 끓인 물이 있어서 사양한다. 물을 조심하지 않으면 설사나 콜레라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꼭 끓인 물만 마셔야겠다고 작정했기에 Jacob은 연신 맹물을 마셔 대는데도 나는 조금만 마신다. Porter들은 미리 가서 Tent를 치고 저녁식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벌써 앞으로 가 버렸고 Jacob 은 나와 보조를 맞추며 천천히 간다. 이번 등산에서 나를 안전하게 정상까지 안내하고 내려오도록 하는 것이 그가 할 일이다. 그런데 그늘 진 길인데도 왜 그렇게 먼지가 폴싹폴싹 나는지 탄자니아의 특징인 가루 먼지가 나를 괴롭힌다. 수건으로 코를 가리고 걸으니 얼마 안 있어 먼지로 수건이 벌겋게 변한다.

중간 휴식 장소에서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젊은 프랑스인 가족을 만났는데 학생인 듯한 아이들 3명과 같이 마치 동네 뒷산에 오르는 차림새 들이다. 저들은 나보다 훨씬 먼저 출발한 청년들인데 나중에 출발한 나보다 빨리 걷지 못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그러면 그렇지 아직은 내가 옛날 젊었을 때 직업으로서 높은 산을 가볍게 넘어 다니고 밀림을 헤치고 다니던 그 기력이 아직 남아 있구나 하는 자만심이 슬쩍 올라온다.간에서 2번을 쉬고 4시간을 올라 해발 2670m 인 제 1 Camp Simba Camp에 도착해 보니 먼저 온 많은 Team이 쳐 놓은 Tent들이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Camp가 백두산 높이라는 생각을 하니 내가 아직은 젊은 기백이 살아 있구나 하는 자만심이 나서 스스로 으쓱한 기분에 젖어 들고 이런 정도라면 마지막 산 정상까지도 문제없이 올라 가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거리낌 없이 가져본다. 내 잔 심부름을 책임진 Lucas가 미리 준비한 더운 물을 가져온다. 세수를 하고 발을 씻고 더러워진 수건을 빨아 몸을 닦는다. 식당용 Tent안 접이식 의자와 접이식 탁자에 커피와 Tea를 준비하고 저녁 식사를 차려 놓는다. 나하고 Jacob이 같이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한다. 출발 전에 미리 인도식 카레만 빼고는 어느 음식이든 좋다고 했기에 그들이 차려준 식빵과 닭튀김 그리고 샐러드를 맛있게 먹는다. 저녁 식사 후 깜깜해진 하늘엔 초생달이 뜨고 많은 별들이 반짝이는데 왠지 빅토리아에서 본 별들보다 더 커 보인다. 구름이 없이 맑아 구름 속에서 자는 추위에 고생은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래도 준비해 온 wool 내의를 입고 보온 스탠레스 Jar에 뜨거운 물을 채워 Sleeping Bag안에 넣고 잠을 자니 처음에는 더울 지경이었는데 밤 2시 쯤 깨었을 때는 물이 식어 약간 춥다. 산정에 가까운 3번 Camp부터는 아무래도 2시 쯤 더운 물을 갈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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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일어나 보니 맑은 날씨 북동쪽에서 해가 뜬다. 제 2 Camp로 가는 코스는 숲이 없는 관목지역이고 어제보다 경사가 급하다고 들었는데 덥고 힘들어 고생 하겠구나 은근히 걱정이 든다. 식사 후 8시, 끓인 물을 내 보온 물통에 담고 출발해서 걷는데 길 옆에 고사리가 피어 있는 것이 보인다. 활짝 핀 것도 있지만 따기 알맞은 굵은 줄기가 군데군데 있어 이런데서도 고사리를 보는구나 신기한 마음이 든다. 가는 길이 급한 오름 길이라 힘이 들어 계속 숨을 몰아 쉬며 걷는다. 옆에서 Jacob이 걱정이 되는지 계속 천천히 걸으라고 충고를 한다. 관목이 처음에는 키보다 약간 높았는데 1시간 정도 걸으니 키가 어깨까지 오는 관목으로 바뀌며 별안간 전망이 훤해 진다. 구름 한 점 없는 Kilimanzaro 산 우뚝 선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산 정상에 있는 빙하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사진을 찍고 Video에도 담는다. 산 아래 마을 쪽을 내려다보니 두터운 구름이 띠를 이루고 깔려 있어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운해(雲海) 바로 구름바다다. 현지 말 Swahili 어로 Kilimanzaro의 뜻이 빛나는 산이라 더니 평소에 산 밑에서는 저 운해 때문에 산 정상을 쉽게 볼 수 없는데 어쩌다 맑은 날 보이는 산 정상을 보고 사람들이 그렇게 이름 붙인 이유가 있구나 싶다.

지친 몸을 던지 듯이 1st cave 앞 바위에 내려 놓고 숨을 몰아쉬며 고르느라 나는 정신이 없는데 Jacob이 내 핸드폰을 달래서 기념사진을 찍어 댄다. 내가 뜨거운 물을 한 모금 찔끔 마시자 Jacob이 걱정이 되는지 다시 하루 Cool Water 3 litter 를 마셔서 몸의 온도 Balance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고 내게 충고한다. 그리고 현지에서 생산된 Cookie 를 건네 주는데 방부제가 많이 든 식품을 먹는 것이 꺼려져 사양을 한다. 그는 설탕이 들은 식품을 틈틈히 먹어 주어야 한다고 한마디 한다. 계속 된 급한 오르막 길을 걸어 오르는데 조금씩 두통이 나기 시작한다. 땀을 많이 흘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 땀을 흘린 만큼 소금 보충을 해야 할 것 같아 소금을 꺼내 물 묻힌 손가락에 찍어 입에 넣고 삼킨다. Jacob이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쳐다 본다. 2nd Cave가 있는 점심식사 휴식 장소까지 3시간을 가는 동안 두통이 가시지 않고 숨도 더 몰아 쉬어야 할 정도로 힘이 든다. Jacob은 걱정이 되는지 천천히 걸으라고 충고를 계속한다. 나는 조금 가고 쉬고 조금 가고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게 움직이는데 더 이상 어떻게 천천히 갈 수 있는가 싶어 짜증이 난다. 점심식사 장소에 도착하니 그늘에 접이식 의자를 준비해 놓았다. 끓인 물에 인스탄트 커피를 타는데 속에서 메시꺼움이 울컥 올라온다. 토할 정도는 아닌데 두통도 여전하다. 너무 땀을 많이 흘린 탓이라고 생각을 하고 다시 소금을 찍어 먹는다. 준비해온 음식을 먹는데 식욕은 나지 않지만 오후에도 걸을 것을 생각해 억지로 다 먹는다. 식사 후 바로 앞에 올려다 보이는 산 정상 사진을 찍으려는 데 구름이 산 정상에 모이기 시작하더니 관을 쓰고 있는 모양이 된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까마귀 몇 마리가 음식 찌꺼기를 찾고 있다. 조금 있으니 참새도 날아 온다. 이곳은 높이가 3400m가 되는 곳인데 우리가 살던 낮은 지역에서 흔히 본 새들도 있다는 게 신기하다.

Kilimanzaro 산에는 주 봉우리가 2개 있는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내가 마지막으로 올라야 할 제일 높은 Uhulu Peak이 있는 Kibo 봉우리와 거기서 동쪽으로 10여 Km 떨어져 Mawenzi 봉우리가 있다. 아래쪽에서 보면 Kibo 봉우리는 주둥이가 넓은 사발을 엎어 놓은 형태인데 반해 마웬지 봉우리는 날카로운 이빨 들처럼 침식되어 있어 보기는 좋지만 오르지는 못할 것 같다. 그 마웬지 봉우리도 우리가 계획한 등산 코스의 한 지점으로 점심 식사 후에는 그 쪽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한 경사를 3시간 정도 올라가야 한다. 완만한 경사인데도 두통이 나고 메스꺼운 증상 때문에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비틀거리며 걸으니 Jacob이 자꾸 쉬어 가라고 한다. 바위에 걸터 앉아 쉬는데 앞 쪽 능선을 타고 안개구름이 몰려 올라와 우리의 앞길을 덮어버린다. 써늘한 기운이 몸을 휘감는 구름 속을 걸어 올라 제 2 Camp Kikelelwa Camp에 도착해 씻고 누워 쉰다. 2시간 정도 쉬고 나서 캐나다에서 가져온 에너지 바와 사탕 그리고 Cashew와 커피를 마시고 나니 피로가 풀려 몸이 한결 좋아 졌는데도 두통과 메시꺼움은 가시지 않는다. 그러면서 언뜻 이 증상이 고산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배낭에서 약을 꺼내 읽어보니 산에 오르기 2일 전부터 산을 내려와서도 3일 후까지 하루 2번 식사와 같이 복용하라고 적혀있다. 순간 아이쿠 이거 많이 잘 못 되었구나 후회하는 마음이 생긴다. 고도가 높아 산소 부족을 걱정하는 나에게 Alan이 자기가 킬리만자로를 오를 때 산소가 부족한 것을 전혀 못 느꼈다고 하면서 몇 번이나 너도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한 것이 있어 내가 약 먹는 것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구나 하고 자책한다.

저녁 식사를 하며 처방대로 고산병 약을 먹는다. 이곳 제2 Camp 의 고도는 3700m이지만 내일 올라갈 제 3 Camp는 4300m이니 고산병 증상이 더 할 텐데 도저히 등산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은근히 걱정이 되어 Jacob을 불러 의논해 본다. 첫째 내일 아침 도저히 등산을 못할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둘째 내일 3번째 Camp까지는 갔는데 더 이상 못 갈 경우 어떤 방법이 있는가 셋째 4800m 마지막 Camp에서 내가 쓰러질 경우 무슨 조치를 할 수 있는가 하고 물으니 심각한 표정으로 그가 말한다. 첫째 내일 아침 등산을 못 할 경우 우리는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간다. 둘째 3번째 Camp에서는 바로 마지막 Camp 인 Horombo Camp 로 직접 내려간다. 셋째 등산 중 쓰러졌을 때는 전화로 조난 신고를 하면 헬리콥터가 실으러 올 것이다. 등산 신고할 때 이미 그 비용까지 지불했기 때문에 그런 경우 너는 그런 혜택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내일은 반나절만 오르면 3rd Camp이니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오후엔 고산 적응 훈련을 할 것이니 Don’t Worry하라. 단지 내가 말 한대로 더운 물을 마시지 말고 하루 Cool Water 3 Litter 를 마셔라. 그리고 하루 몇 번은 사탕을 먹고 걸음걸이를 짧게 천천히 걸어라. 이 산은 Holi-place이다. 네가 내 말대로 그 것을 지킨다면 네가 정상까지 올라 갈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 오는 모든 이에게 우리가 들려줄 Kilimanzaro Song이 있는데 마지막에 하꾸나 마타타(hakuna matata)라고 있다. 그게 영어로 Don’t Worry이다 라고 하면서 그가 내게 노래 가사를 적어준다. 탄자니아는 120여 종족이 있어 다 제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데 정부 공식 언어로 Swahili어와 영어를 같이 쓰고 문자는 알파벳을 쓴다고 한다.
그의 말이 진지하다. 어쩌면 내 생각이 잘 못 되었을 수 있다. 땀을 흘린 몸에 더운 물을 마시는 것이 정상일리 없고 Cool Water로 체온 조절을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피로한 몸에 당분은 상식이 아닌가. 비록 고산병과는 무관하겠지만 정상까지 무사히 등반 하려면 그의 충고를 받아 들어야 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눈이 부실 정도로 별이 총총하다. 오늘도 맑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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