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공부에 필요한 사고력

<송선생 교육칼럼 60> 수학 공부에 필요한 사고력

문제) 어떤 곰이 한 지점(=A점)으로부터 출발하여 정남(正南, due south)으로 X 마일 간 후, 왼쪽으로 돌아 정동(정동, due east)으로 같은 거리(X마일)를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 정북(正北, due north)으로 X 마일 걸어 갔더니, 자기가 처음 출발한 A 지점에 정확히 도착하였다. 그 곰의 색깔은 무엇인가?

풀이) 그 곰은 흰색곰(북극곰, a polar bear)이고, 처음 출발한 A 지점은 북극(the Arctic)이다. 지구를 정확한 구 모양으로 가정하자. 곰이 처음 서 있던 곳이 북극점이면, 사실, 어느 방향으로 가던, 정남향으로 향하게 된다. 그 다음, 90도 좌회전하면 정동향으로 향하게 되며, 다시 좌회전하면 정북향, 즉 A지점(북극)으로 다시 향하게 된다.

수학적 논리=연역법(演繹法, deductive reasoning)

과학적 결론은 ‘여러’ 사례의 실험결과로 사실을 증명하는 ‘귀납적(歸納的, inductive)’ 논리에 근거하는 반면, 수학적 결론은 ‘모든’ 경우에 필연적으로 합당해야만 하는 ‘연역적(演繹的)’ 논리에 따라 엄밀한 ‘증명(證明)’을 요구한다. (‘수학적 귀납법’은, 사실은, 분명히 ‘연역법’에 속한다.)

다른 과학과 달리, 수학은 모든 경우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의 문제도, 곰이 남쪽으로 걸어가서 지구의 북반구, 적도, 또는 남반구에 도달하는 경우와 심지어 남극에 도달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아래의 문제에 대한 해설 (1)~(5) 는,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그냥 넘어가도 좋다.)

(1) 북극점에서 출발하여, 북반구내에서만 걸어다닌 일이라면, 정답은 설명한 바와 같이, ‘북극에 있는 백곰’이다. (2) 만약에 훨씬 먼 남쪽으로 적도를 넘어 X 마일을 가면, 남반구에 이르게 된다. 거기서, 왼쪽, 즉 동쪽으로 같은 X 거리만큼 걸어가려면, 지구는 둥그니까 지나갔던 길을 중복해서 걸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지만, (지나간 길을 다시 걸어가는 것이 허용된다면,) 어째든, 다시 왼쪽으로 돌아 북쪽으로 X 거리를 걸어갈 때, 출발한 북극점에 도달할 수 있다. (3) 북극점에서 남극까지 걸어갔다면, 남극점(Antarctic, South pole)에서는 어느 쪽으로 움직이던 북쪽이 되므로, 왼쪽으로 돌아 동쪽으로 갈 수가 없고, 문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4) X의 거리가, 지구 원주의 반보다 긴 경우, 북극점에서 출발해서 남극점을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방향이 북쪽을 향하게 되므로 문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5)만약, 남극에서 출발했다면, 남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문제가 성립이 되지 않으므로, 남극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참고로, 남극에는 곰이 살지 않는다.) (6) 만약, 북극과 남극이 아닌 지점에서 출발했다면, 90도 좌회전을 두 번 했을 때, 출발점과 도착점은 일치할 수가 없다.

따라서, (1)과 (2)의 경우에만, 곰의 색깔을 흰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의 풀이는 (수학적으로 볼 때, 여전히 논리적 엄밀성에 허점을 내포(內包)하고 있지만,) 수학이 논리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풀이과정을 잘 살펴보면, 북극점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이미 알아챈 후, 답을 증명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일단 수학을 풀기 위해서는 논리력뿐만아니라, 직관력과 창의력이 있어야 됨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수학 공부에 필요한 사고력

수학을 잘 공부하기 위해서는, 특히 기억력, 계산력, 문장 이해력, 논리력, 공간력, 추상력, 창의력, 지구력 등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런 지적 능력도 대학 1~2학년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라면, 보통 사람의 보통 수준으로 충분하며, 설사 일부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학습으로 개발될 수 있다. 만약 타고난 지적 능력이 전적으로 학업 성취도를 좌우 한다면, 대학들이 입시 사정에서 학교 성적이나, 시험 성적, 지원서 등을 평가할 필요 없이, 간단한 IQ test만 체크해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지적 능력은 학습되어 개발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원)는 단지 지식 전달의 역할에서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는 곳이다.

1. 기억력 (Power of Memory):

수학을 꽤 잘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다른 과목보다 별로 외울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수학 선생님들마저도 수학은 기억력을 별로 요구하지 않는 공부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독자들도 이 말에 공감하는 것에 필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필자는 수학에 꼭 필요한 지적 능력 중에 하나가 기억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자칫 이 말을 오해해서, 수학 문제풀이를 무조건 외우기 위해서 기억력이 요구된다는 뜻은 아니다.

수학에서 기억력은 <정의, definition> 및 <정리, theorem>과 특히, <정의의 제약 사항 및 정리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물론, 문제를 많이 풀다 보면, 이런 수학적 개념들이 저절로 외워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방법 보다는 문제를 풀기 전에 정의와 정리를 먼저 이해하고 숙지한 후, 문제를 풀 때, 어떤 정의와 정리를 이용하고 있는지를 학생이 인지(recognition, perception)하면서 풀어나가는 것이 훨씬 더 바람 직하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정도의 정의와 정리를 기억하지 못할 사람이 많겠냐는 의문을 갖는 독자들도 많겠지만, 실제로는 수학 공부를 하는 데 정의와 정리부터 기억하려는 학생들이 많지 않으며, 대신, 곧 바로 패턴별 문제 해법에 따라서 문제를 푸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결국, 이런 패턴별 학습 방법은 창의력(creative thinking ability)을 잃어버리는 결과도 가져온다.

필자는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은, 수학을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수학을 공부하는데 정의와 정리를 이해하고 정확히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수학 공부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수 많은 추상적인(abstract) 정의와 정리를 이해하고 기억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습관을 소홀이 하면, 대학에서 수학, 물리, 수리 경제학 등을 전공할 경우, 고급 수학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계산력 (Computational ability)

수학을 풀기 위해서는 계산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계산력이 약한 학생들은 지금부터라도 최소한 수와 식의 분수(fraction form)계산, 인수분해, 지수와 근호(radical form)의 계산에 능숙해야 한다. 이러한 초등 계산력은 대학 미적분(calculus)을 공부하면서 더 심각히 요구된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경우, 실제 수(number)의 계산은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sigma 등을 이용한 기호(semiotics) 계산에 능해야 한다.

3. 물리적, 추상적, 공간 이해력 (The Perception on Physical and/or Abstract Space)

수학은 공간(space)를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기초적으로는 문제를 읽고 기하학적인 도형을 그리면서 문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프를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다차원(nth-dimensional) 다변수 (multivariable) 그래프나 관계 형태를 집합 (Set theory)으로 추상화하여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필자가 고등학교 때 본, 어떤 유명한 경시 대회에서 요구한 문구가 지금도 생각나서 소개하고자 한다. <유명한 수학자 중에는 맹인(blind)도 많다. 따라서, 풀이 방법은 도형이나 기하학적 그래프로 설명하기 보다는 대수적으로 푸는 것을 강력히 권고 한다.>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은, 간혹 수학의 엄밀성(rigor)을 해치기도 하지만, 문제를 분석하고 가시적(visible)으로 이해하기 위한 좋은 도구(tool)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맹인이 아니더라도 3차원 이상을 다루는 문제를 2차원 지면상에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결국 수학은 4차원, 5차원…. 유한 n차원을 넘어서 무한 차원까지 다루게 되므로 공간 이해를, 우리가 생각하는 시각적인 차원에서 추상적인 논리체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추상적 이해력이 요구된다.

4. 창의력 (Creative ability)

실제로 일반적인 중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거의 요구되지는 않는다.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는 경우, 학부 1학년에서 배우는 수학 정도는 창의력이 없어도 수학공부를 잘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입시에서는 기존에 학습된 형태의 문제만 출제되는 것은 아니다. 간단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문제의 형태는 얼마든지 출제될 수가 있다. 이때,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약간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정의와 정리로 시작하여 문제를 푸는 습관을 가지지 않고, 패턴별 학습에 익숙한 학생들이 이런 단순한 신종(a new style) 문제에 의외로 고전한다.

한편, 경시 대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간혹 문제에 나와 있지 않은 보조선(an auxiliary line)을 그린다든지, 문제를 단순화(simplification) 시킨다든지, 문제를 역(reverse)으로 뒤집는다든지, 패턴을 발견한다든지,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수시로 요구되기도 한다.

5. 문제 이해력 (Understanding a question)

수학 문제를 푸는 데는, 사실, 문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요구된다. 중고등 학교 시험에서는 문제를 완전히 이해했다면, 푸는 것은 사실상 시간 문제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장제 문제(word problems)에서는, 일반 언어적 문장이다 보니, 모호한(vague, ambiguous) 표현이나, 심지어 일부 표현이 생략(omit)되어 있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우선 일반 언어를 이해하고 그 것을 ‘수와 식’ 등 수학적 모델로 바꾸어 가는 것이 문장제 응용문제 풀이의 핵심이다.

6. 논리력 (Logical ability)

비단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은 논리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수학에는 연역적(deductive) 논리에 100% 의존한다. 반대로 사회/자연 과학은 귀납적(inductive) 논리에 많이 의존한다. 귀납적 논리란, 여러 사례를 조사하고 실험하고 분석한 후에 전체에 적용하는 소위 ‘과학적’ 사고 방식인데, 장점은 편견을 피하고 실제 실험과 예에 근거한 객관성에 두고 있지만, 한편, 여러 사례라고 하지만, 결국 전체의 일부를 근거로 전체의 결론을 내리는, 논리적으로 피할 수 없는 치명적 결함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학에서도 귀납적 방법을 유사하게 쓰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은 전적으로 연역적 논리에서 한치도 벗어 나지 않는다. 또한, 귀류법(reduction to absurdity, or indirect proof)은 수학에서 너무나 흔하게 쓰는 연역 논리이다. 수학적 귀납법과 귀류법에 대한 내용은, 교육을 주제로한 칼럼 지면에서 세세하게 설명하기에 무리가 있으므로 생략하지만, 수학을 공부하는데 꼭 알아야 하는, 두 가지 중요한 수학적 논리 개념이므로, 수학 경시대회에서 주관식 답을 잘 쓰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필히 익혀두어야 한다.

사실, 일반적인 수학적 논리력이 약한 학생들의 특징을 보면 논리적 전개에 약한 것이라기 보다는, 근거가 없는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여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도형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림만 보고 직각 삼각형이나 이등변 삼각형이라고 간주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경우이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의와 정리로부터, step by step으로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문제를 분석하기도 전에,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가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가며, 풀이 절차를 재생 copy하려는 습관을 가진 학생들이 간혹 있다.

이런 학생들의 잘 못된 습관은 수학을 잘 못하게 하는 사실상 최악의 문제점이다. 하지만, 치유방법은 간단하다. 본인이 풀기 힘든 문제는 풀이 방법 읽어(또는 배워)갈 때, 한 단계, 한 단계마다 항상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유를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
하지만, 이런 모든 지적 능력이나 재능 여부에도 불구하고, 수학 공부에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연습’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송시혁 (송학원 원장)

빅토리아투데이 2014년 2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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