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한인 학생들

<송선생 교육칼럼 58> 방황하는 한인 학생들

<이민과 교육 5>

이번 칼럼에서는 약간은 폭력적인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어떤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에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덮어 두고 외면한다면, 그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캐나다에서, 특히 빅토리아에서, 일반적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글을 읽고, 자녀가 유학을 가거나, 자녀와 함께 이민 온 부모들이 너무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어린 시절 이민 온 자녀의 방황

그 아이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9학년 한인 남학생이다. 공부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학교에서 수시로 싸움을 해서 ‘빅토리아의 골치거리’로 통한다. 그런데, 주로 한국 학생들과 싸움을 벌이고 말썽을 부린다. 그도 한인 학생인데….

그의 만행은 다음과 같다. 학교 식당에서, 먹고있던 샌드위피를 갑자기 다른 한인 학생에게 던지고, 의자를 집어 던지고, 주먹을 날린다. 순식간에 식당이 아수라장이 된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 그 학생이 먼저 자기를 놀렸다고 한다. 물론, 이 학생은 학교를 여러 번 쫓겨나고 옮겨 다녀야만 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영어가 어눌한 8, 9학년 정도의 한인 남학생들은 가끔 못된 캐네디언 학생들(아주 소수이지만)의 표적이 되기 쉽다. 스쳐 지나가면서 들으라고, 나쁜 소리를 하면서, 놀려댄다. 그런데, 그 학생은 꼭 그 못된 캐네디언 학생들에 끼어서, 함께 히히덕 거리며, 더 심한 욕을 해댄다. 해도 너무하다.

어느 날도, 입술이 터지고 눈가에 시퍼런 멍이 들은 채 왔다. 그런데, 얼굴은 어느 때 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또 싸웠냐?” “예…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아요.” “뭐? 좋아? 네가 싸워 이겨서? 쯔쯔…” “아니요. 음….. 선생님, 제가 한국 사람이란 걸 깨달았어요. 전 한국사람이에요….” “갑자기 뭔 얘기여?” 그는 입가에 미소까지 띄면서, 상기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제가 (캐네디언) 친구들과 함께 농구 시합을 하고 있었어요. 주위에는 한국애들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우리 시합을 보고 있었구요. 맨날 그러듯이, 내가 볼을 잡으면, 한국애들이 수군대면서, 은근히 야유를 하고 있었구요. (사실은… ‘있었던 것 같구요.’일 것이다.) 그런데, 상대팀 캐네디언 애가 팔굽치로 내 턱을 심하게 쳤어요. 너무 화가 나서, 나도 쳤지요. 싸움이 벌어지자, 상대팀애들이 한꺼번에 덤빌려고 하더라구요. 그 순간, 내가 뒤를 돌아봤어요. 우리 팀애들(캐네디언 친구들)은 멀리서 지켜만보고 있고… 도와줄 것 같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때 날 야유하던 한국 애들이 농구 코드 안으로 들어와 서는 거예요. 내 바로 뒤에요. 그러더니, 저 쪽 애들이 주춤하고, 결국 싸움이 멈췄지요. 난 한국 사람(Korean)인 것이 확실해요.’ 순간, 나는 코가 찡하고 가슴이 먹먹했다.

이 이민자 학생은, 영어를 못하고 이곳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보이는 한인 (유)학생들이 늘 우스광스러워 보였다. 몇 몇 로컬 캐네디언 학생들이 그들을 놀리는 것을 보면서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캐나다에서 자란 자신을, 영어도 어눌하고 이곳 캐나다 문화에서 어색하기만한 한인 학생과는, 차별화를 하고 선을 긋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본인은 자신을 캐네디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얼굴과 혈통이 같다는 이유로 자기와 문화가 다른 부류(한인 학생)에 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런 한인 학생들한테, 한국어를 모른다고 놀림까지 당하니, 한인 학생들이 미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도, 자기 자신도 한국계 캐네디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었다.

그 학생은, 정체성의 혼란과 오해로, 한인 학생들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한인 학생들에 대한 오해가 풀리면서, 그들에 대한 미움도 사라졌다. (하지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하거나 이해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후에도 한인 친구들을 많이 만들지 못 했다.)

위의 이야기는 몇 년 전 어느 이민자 학생과 상담한 실제 사례이다. 우리 어른들은 사실 어린 한인 자녀들이 이국 땅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위의 경우는, 흔하지는 않지만, 캐나다에서나, 미국에서 충분히 벌어지는 일들이다. (한국에서는 요즘,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 보다 더 심한 경우를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가수다’에서 실력을 발휘한 가수 ‘박정현’씨는 미국 LA 근교에서 자랐다고 한다. 한인들이 거의 없는 시골에서 그녀는 bully를 당하고, 차별을 당했다고 한다. 이유도 없이 침을 뱉는 백인 애들부터, 한인보다 비교적 다수인 타 인종 이민자들의 위협도… 그래도, 다행이 그녀는 공부에 전념하면서 어린 시절 시련을 이겨 나갔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UCLA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를 하였으며, (UCLA를 졸업 전)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debut)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명문 콜롬비아 대학에서 Magna Cum Laude (우등생)로 졸업했다. 콜롬비아 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미국 국가(American National Anthem; ‘The star spangled banner’)를 부르고, 유명 가수로 한국 야구 League 경기에 초청을 받아 애국가를 불렀다. 그녀는 부모님 세대가 부르던 ‘님은 먼 곳에’를 영어로 번안하여 ‘You so far away’를 부르는 등,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 가수들 경연 프로그램에서 가장 실력 있는 가수로 인정 받았다.

캐나다에서 태어나거나 어린 시절에 이주해온 우리의 자녀들은 언어적, 문화적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주류가 아닌 소수 민족으로 겪는 어려움은 물론, 심지어 같은 한인 학생들과의 오해와 갈등도 극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고등학교 유학생이 겪는 방황

중학생 이상이 되어, 유학을 온 학생들도 또 다른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지금 소개하는 학생은 키가 185cm, 체중은 90Kg은 될 것 같다. 막 유학을 온 9학년 때부터, 또래 학생들 보다는 등치가 커서 눈에 띄었다. 당연히, 학교에서 몇명의 힘 자랑하는 캐나다 학생들이 즐기는 길거리 농구 하는 캐네디언 학생들의 눈에 들어 올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는 캐나다나 한국 등,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한국 학교에서 벌어지는 철저한 서열 제도가 존재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며, 다수의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사례도 아닐 것이다.)

이 체격이 좋은 한인 친구에게 은근히 도발하고 싶어서 기회를 보던 캐나다 애들은, 복도에서 만나면 일부러 어깨를 부딪혀 보기도 한다. 결국 싸우게 되면, 힘 좋은 이 친구는, 아직 여물지 않은 캐나다 애들쯤은 상대가 안 되는 것을 여지 없이 입증해 주었다.

11학년이 되자 더욱 덩치가 큰 캐네디언 애가 시비를 걸어와, 큰 싸움이 되었는데, 예전과 달리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 일은 학교에서 알게 되어, 한국에서 유학 온 그 학생은 한국으로 추방당할 위기까지 가다가, 정말 간신히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그 학생은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11학년 말에 또 말썽이 생겼다. 이번에는 정말 한국으로 추방될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정말 억울했다. “선생님, 어떤 놈이 한 번 붙자고 해서, 저는 분명하게 싫다고 말하면서, 이번에는 싸우지 않으려고 몇 번이나 피했어요.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서둘러 학교를 빠져 나오려고 했을 때, 운동장에서 애들이 둘러싸고, 겁쟁이가 아니라면, 당당히 싸우라고 종용했어요. 그러다가 내가 한눈을 파는 사이, 느닷없이 그 놈이 먼저 비겁하게 펀치를 날렸어요. 준비도 없이 얻어 터지고 정신 못 차리고 맞다가 겨우 대응했죠. 근데, 저만 한국으로 추방이고, 그 놈은 학교에 그대로 남기기로 했대요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첨부터 제대로 맞짱을 뜨는건데, 나만 억울하게 됐어요…..”

이후, 교육청과 학교에서, 우여곡절 끝에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알게 되었고, 이 학생은 추방을 면했지만, 두 학생 모두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외로운 자녀들

이역만리 타국에서 자라나는 어린 자녀들이 캐나다에서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 외로움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그 것에 대해 털어 놓고 얘기할 상대가 많지 않다. 칼럼의 시작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와 같은 사례는 유학이나 이민 온 보통 학생들에게 흔히 벌어지는 않겠지만, 어째든 실제 발생하는 일이다. 사실, 내가 경험하고 들은 어린 자녀들의 방황은 이 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부모와의 갈등, 친구가 없는 외로움, 정체성의 혼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이성 문제, 차별, Bullying 등의 문제를 아직은 어린 그들 스스로 해결하기에 힘겨운 일들이 많다.

다행인 것은, multicultural 환경이 존중되는 캐나다는 미국을 비롯한 어떤 나라보다도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인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용하고 작은 빅토리아에서는 거의 비밀이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엄마한테 야단 맞은 자녀가 홧김에 집을 나가도, 10대 청소년들이 갈만한 유흥가가 없으니 길에서 방황할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지나가던 지인(知人)의 눈에 띄어 부모에게 그 집 아이가 왜 거기 서있냐고 알려준다고 한다. 애들간의 벌어지는 문제도 금방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부모가 멀리 있는 경우는 물론, 가까이 있는 경우도, 학업 문제를 포함하여 자녀들의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내적인 아픔은 그들 자신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평화로운 빅토리아에도 남에게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아픔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자녀들에게도….

글 : 송시혁 (송학원 원장)

빅토리아투데이 2013년 12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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