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술문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캐나다 술문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캐나다인들의 음주문화 엿보기

캐나다의 여름은 (비공식적으로) 빅토리아데이 연휴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햇살 따스한 뒷마당이나 페티오에 앉아 가족, 친지들과 한 잔 술을 나누며 담소를 나누기에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

그러면 캐나인들은 무슨 술을 누구와, 언제 얼마나 마실까? 동료들과 술집을 찾아 도수 높은 소주나 위스키를 병째 주문해 마시는 한국의 술문화와 달리 이들은 대체로 잔 술이 일반적이며, 독한 술 대신 맥주와 와인을 즐긴다.

캐나다인들의 음주문화를 살짝 들여다 보자.

15세 이상 80%가 음주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5세 이상의 캐나다인 중 약 80%에 이르는 2,200만 명이 술을 마신다. 평균 수준의 캐나다인들은 월 10차례에 25잔을 마신다. 3일에 한 번 꼴이며, 한 번에 2.5잔 정도를 마신다는 얘기다.

보건당국이 정한 이른바 ‘저위험 음주 기준치(low-risk drinking guideline)’를 넘어 과음하는 주당의 비율은 10년 전 17.6%에서 18.8%로 높아진 상태. 여기서 말하는 저위험 음주수준은 여성의 경우 1회 2잔, 주 10잔, 남성은 1회 3잔, 주 15잔을 넘지 않는 수준을 말하며, 1잔의 표준 양은 40도 짜리 위스키로는 1.5온스, 5% 맥주 12온스, 12도 와인 6온스 등이다.

그러나 많은 주당들이 자신의 음주량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거나, 평소 음주량을 줄여 말하는 이들의 습관으로 봐 실제로는 고위험 수준의 과음자 비율이 40%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겉보기와는 달리 이들 중에도 과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얘기다.

어제 저녁 2차, 3차까지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많이 마셨다며 자신의 주량을 과시하는 한국의 술꾼들과는 달리 캐나다인들은 자신이 술주정뱅이로 인식되는 것을 부끄러워 하며 마신 술의 양을 줄여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BC주중독연구센터(CARBC)에 따르면 캐나다 음주자들이 지난해 마신 술의 양은 1인당 평균 약 8리터 또는 469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989년의 8.8리터, 502잔에 비해서는 10%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1980년대 말을 정점으로 음주량이 줄어든 것은 그 시기에 과음이 건강에 미치는 폐해가 사회적으로 강조된 데다 결정적으로는 1990년대 접어들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

절대 다수는 집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을 찾는 한국의 주당들과 달리 이들은 주로 자신의 집(58%), 친구 집(16%) 등 집에서 마신다. 한국의 술집에 해당하는 바나 클럽, 라운지에서 마시는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뒤를 이어 식당(6%), 호텔이나 파티장(3%) 순. 이들이 마시는 장소로 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우선 돈이 적게 들고 원하는 술을 원하는 시간에 쉽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또 이 같은 현상은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올해 실시된 입소스리드의 조사에 따르면 배우자(29%)나 2~4명의 지인들과 함께(20%), 5명 이상의 여럿이 함께(19%), 친구나 룸메이트와 함께(7%) 등 전체의 80%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마시지만 혼자서 마신다는 나 홀로 음주족도 19.6%나 됐다.

술 마시는 시간은 오후 5~10시

그러면 이들은 어떤 상태에서 술을 마실까? 일을 마치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마신다는 사람들이 2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운동경기를 보면서(21%), 식사 때 반주로(17%), 담소를 나누면서(12%), 특별한 행사 때(9%), 기타(8%) 순이었다.

이들이 술을 마시는 시간을 보면 역시 일과 후인 오후 5시에서 10시 사이(66%)가 가장 많았다. 이어 낮 시간 대인 12시~5시 사이(18%), 밤 10시 이후(14%) 순이고 아침이라는 응답비율(2%)도 적지만 있었다.

또 전체 술 소비량의 60.5%는 주말 이틀 사이 소비되고, 주중(월~금)에 소비되는 술은 39.5%에 그쳐 평일 퇴근 후 술집을 찾는 한국의 술문화와는 사뭇 달랐다.

이들이 즐겨 마시는 술의 종류는 맥주가 5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와인 42%, 위스키 등 스피릿은 32%였다. (복수 응답)

1년 간 205억 달러 어치 팔려

2014년 기준 전국 술가게에서 팔린 주류는 모두 205억 달러 어치. 이는 연봉 5만7천달러를 받는 교사 36만 명의 1년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메트로밴쿠버에서 127만 달러짜리 2층 단독주택 1만6,141채를 살 수 있는 거액의 돈이 술값으로 지출됐다는 얘기다.

1934년 전국 최초의 술집 문 열어

캐나다의 음주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1810년 대에는 근로자들이 한 잔의 커피 대신 오전과 오후 휴식시간(break)에 위스키 한 잔으로 활력을 회복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840년대에는 뉴브런스윅주를 시작으로 금주령이 발동되기 시작해 1910년대에는 퀘벡주를 제외한 전국 모든 주가 금주법을 채택하기도 했다.

온타리오주에서 전국 최초의 리커 스토어가 문을 연 것은 불과 88년 전인 1927년. 이후 1934년에는 ‘beverage room’이라는 다소 애매한 이름으로 캐나다 최초의 술집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당시 사회를 지배하던 금주법으로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고 여성은 아예 출입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이후 13년이 지난 1947년 마침내 음식과 여흥을 곁들인 대중적인 술집이 처음 생겨나고 여성들의 술집 출입도 허용되기 시작했다. 비록 남성이 동반하는 경우라는 조건이 붙어있긴 했지만.

이후 1980년대 후반 캐나다의 술 소비량이 정점을 기록한 이후 1990년대 들어 술소비가 줄곧 줄거나 정체를 보이다가 2010년 들어 다시 조금씩 늘고 있으나, 여전히 1980년대 후반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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