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더리에서 상큼한 사과주 한 잔?

사이더리에서 상큼한 사과주 한 잔?

과수원의 사과나무 마다 붉게 물든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밴쿠버섬 10배 즐기기 37> Cidery

올 여름 유난히 찬란했던 햇볕을 듬뿍 받고 잘 자란 과일이 한창 익어가는 계절이다.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에 과일이 영글어 가는 풍경은 보는 사람의 마음도 풍성하게 해준다. 이럴 때, 송이송이 포도가 익어가는 포도밭도 운치가 있지만 빠알간 사과가 탐스러운 사과농장은 어떨까.

그래서 이번엔 밴쿠버섬의 대표적인 와인 메카 카위천 지역의 코블 힐(Cobble Hill)에 있는 사이더리(Cidery)를 찾아가 봤다.

사이더리라 하면 생소하게 들릴 지 몰라도, 와인을 제조하는 곳을 와이너리라 하듯 사이더를 만드는 곳을 사이더리라 부른다. 사이더(cider)는 한국에서 마시던 사이다와는 전혀 다르다. 여러가지 과일로 만드는 발효주를 말하는데, 주로 사과로 만들어 ‘애플 와인’이라고도 불린다.

카위천은 원주민 말로 ‘warmland’라는 뜻이며, 이름 그대로 캐나다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 연중 평균 기온이 캐나다에서 제일 높고 겨울에도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는 와인 재배에 적합해 15곳의 포도밭과 와이너리가 이곳에 모여 있다. 매년 9월이면 이곳에서 와인과 음식 페스티벌이 열린다.

빅토리아에서 하이웨이 1번을 타고 북쪽으로 40분 정도 가서 밀베이 4거리 다음 신호등에서 좌회전 해 Shawnigan-Mill Bay Rd로 진입한 뒤 조금 후 와인루트 사인을 따라 우회전하면 사과주 양조장 메리데일 사이더리(Merridale Cidery) 사인이 보인다.

과수원에 들어서니 사과 나무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나무마다 빠알간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나무에 매달린 사과를 보니 일부 사과나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과 알이 보통 우리가 먹는 것보다 굉장히 작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사과는 일반 사과와는 종류가 다른, 전통 사이더 재배 지역인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재배해 온 양조용 사과라 크기도 작고 맛도 쓰고 떫다.

메리데일 사이더리는 BC주 최초의 사이더리로, 1987년 메쵸슨의 사이더 제조자였던 알버트 피고트 씨가 사과 재배에 최적인 코블힐 지역으로 옮겨 농장을 시작한 곳이다.

“이 지역은 영국의 서머셋이나 프랑스 노르망디, 브리트니 등 유럽의 전통 사이더 농장 지역과비슷한 지중해성 기후와 풍부한 토양으로 세계적 수준의 사이더를 제조하고 있다” 는 것이 안내자의 설명. 과수원은 20에이커에 이르며 각 사과 나무는 최장 50년 동안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방문객들은 양조장 건물안에 들어가 사이더 제조 과정을 들러보거나 테이스팅룸에서 사이더를 시음해 본 후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

제조된 사이더를 저장해둔 오크통들
제조된 사이더를 저장해둔 오크통들

테이스팅 담당자 마갈리 헤들리 씨는 “이곳에 서 제조하는 술은 7종류의 사이더, 브랜디를 섞어 만든 3종류의 디저트 와인 등이 있다”며 각 종류의 사이더 시음을 권했다. 알코올 도수는 6% 의 약한 것에서부터 디저트 와인의 경우 17~20%로 와인보다도 훨씬 강하다.

여섯 가지의 사이더를 시음해 보니 아무래도 오래 숙성시킨 와인보다는 깊은 맛이 덜해 약간 가벼운 느낌이 나는 듯하나, 과일향이 살짝 맴도는 상큼한 맛이 독특한 느낌을 풍긴다.

바로 옆의 햇살이 잘 드는 비스트로에서는 사과 나무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는 목가적인 농장 분위기를 즐기며 점심 식사를 하기에 좋다. 건물 안에는 베이커리와 스파까지 갖추었으며 자그마한 호숫가 옆에는 야외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장소도 마련돼 있다.

농장을 한 바퀴 도는 오솔길을 걸으면서 과수원의 정취에 흠뻑 빠져 본다면 사과 농장 투어의 멋진 마무리가 될 것이다.

빅토리아투데이 2012년 10월5일

Copyrights ⓒ 빅토리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