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에 대해서

<송선생 교육칼럼 23> 영어 공부에 대해서

중고등학교에서 주요 과목이라면, 국영수(國英數)를 손꼽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어, 영어, 수학은 거의 모든 전공 과목의 background 학문이며, 단순한 지식을 배우기보다는 사고하는 방법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습득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법학을 전공하려는 경우, 역사나 지리, 문화 등 어떤 특정적 사회 지식보다는, 언어적 논리력과 이해력이 강해야 하며, 공학이나 과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경우, 수리력(數理力, Mathematical Reasoning)은 물론, 수학적 기호 언어에도 능숙해야 한다.

물론, 경제학처럼, 학부에서는 특별한 언어적 추리력이나 수학에 깊은 이해가 없더라도 전공을 공부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지 몰라도, 일단 대학원에 입학해서, 최근의 수학적 학문 추세에 따른 깊이 있는 공부를 하거나, 리더로서 사회 경제적인 흐름을 읽고 분석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언어능력 및 수리적 추리 능력이 강해야 한다. 경영학처럼 종합적인 방법론을 공부하고자 하는 경우도, 우선, 언어적 논리력과 수리적 분석 및 판단력부터 갖추는 것이 더 요구된다.

그런데, 이러한 언어와 수리적 능력은 대게 대학1학년까지는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야 하며, 그 이상부터는 별도로 이런 능력을 발전시킬 만한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고등학교에 가장 중요한 공부가 바로 국어, 영어, 수학이라는 것은 당연하며,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사회적 또는 과학적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기 보다는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국어, 영어, 수학을 잘 할 것인가?

우리세대와 다른 영어 공부 방법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한 유학생이, 캐나다에만 가면 영어가 일취월장(日就月將)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처음 Air Canada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기대했던 미모는 아니지만, 어째든 파란 눈에 금발의 이국적인 스튜어디스가 오더니, 무엇인가 물어봤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너무 긴장된 탓에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고, 배운 대로 “Pardon?”이라고 되묻자, 스튜어디스는 약간 어색한 미소와 함께, 눈을 더 크게 뜨고 약간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물어봤다.

“WHAT would you like to drink?”
불행하게도 그 유학생은 너무 떨려서 다시 한번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했지만, 대답을 안 할 수 없고, 무엇인가 본인에게 나쁜 일을 제안하는 것 같지 않아, 그냥 “Yes!”라고 대답했다.

그 후, 캐나다에서 약 6개월 정도 영어 공부를 하고, 잠시 한국에 다녀오려고 비행기를 탔다. 전에 기내에서 봤던, 거의 비슷한 ‘아줌마’가 나타나서, 또 묻는다. “WHAT would you like to drink?”

그 동안 그 학생은 나름 영어를 많이 배웠고, 특히, 어느 정도 현지 영어를 배웠던 터라, 자신 있는 목소리로 보란 듯이 대답한다. “Yup!”

위의 에피소드는 비록 사실이 아니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이민과 유학을 동시에 준비할 때 들은 Joke로, 공감이 가던 얘기이다. 그만큼, 캐나다에 와서도 영어 회화를 능숙하게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조기 유학을 오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캐나다에 와서 2~3개월 정도 캐네디언 선생님과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새 귀가 틔고 말문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적어도 캐나다 빅토리아에 사는 어린 학생들은 생활 속에서 배우는 영어 회화를 더 이상 영어 공부라고 말 할 수 없다. 이제 캐나다에 와있는 그들은 오히려 아카데믹한 영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필자의 세대들이 열심히 공부하던 ‘성O 종합 영어’를 어린 조기 유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세대의 영어 공부 즉, 문법, 어휘, 숙어와 표현법 등에 집중하는 ‘번역 위주의 일본식 영어 공부’가 캐나다에 온지 얼마 안 되는 고등학생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기초적인 문법을 공부하고, 가능한 정확한 표현법을 익히는 것은 외국인인 우리의 어린 자녀들도 한번쯤은 공부해야 할 부분이다. 어학에서 어휘 (Vocabulary) 공부의 중요성과 외국인으로서 어느 정도 의도적인 암기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문장을 읽을 때마다 암호를 풀듯이 문법으로 분석하고, 영어 단어를 단순히 한 개의 한국어 단어 의미로만 단순 암기를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독해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한국어로 번역을 하는 것도, 통번역의 특정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정말 불필요한 과정 중에 하나이다. 즉, 들을 때 문법적 분석, 어휘의 뜻, 한글로의 번역 등을 하나 하나 생각할수록, 더 많은 것을 놓치는 것이 당연 하듯이, 읽을 때도 한 문장씩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분석해 나간다면, 영어 공부는 더 이상 고도의 논리적, 추론적 언어 기능을 배우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세대들의 영어 학습법만을 답습하면, 우리 자녀들 세대에게도 영어는 항상 외국어로서만 머물러있게 된다.

영어식 영어(English as a first language) 공부하기

빅토리아에 있는 어린 조기 유학생과 이민자 자녀들에게 올바른 영어 공부 방향은, 네이티브 학생들의 영어 공부 목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시 말해서, 영어를 외국어(Second language) 공부가 아니고, ‘국어(First language)’ 공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자기나라 말처럼 공부한다는 뜻이, 발음을 네이티브와 똑 같이하라거나, 네이티브들이 즐겨 쓰는 slang이나 informal한 관용어구를 구사하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영어를 공부할 때, 언어적 이해력과 논리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꾸준한 연습과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국어 (國語, First language) 공부의 목적과 사실상 다르지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초적인 문법과 어휘의 이해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수준 높은 ‘독해(Reading)’와 ‘작문(Writing)’ 공부가 궁극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교양 있는 영어를 풍부하게 구사하는 부모들을 둔 네이티브 학생들보다는 우리 자녀들은 여전히 불리한 영어 환경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들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올바른 독해 공부를 짧게 요약해보자. 어떤 long passage를 읽는다면, 단 번에 읽으면서도, 전체 글의 Thesis와 main idea, 글의 순서(Sequence), 각 paragraph 의 주장하는 topics, 주장을 정당화 하기 위해 근거가 된 사례(examples), 이유 (Cause and effect), 비교 (Compare and contrast), 작자의 의도 (Writer’s purpose), 앞으로의 전개 (Prediction)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이야 말로 독해 능력이며 다른 공부도 잘 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다.

이런 분석력과 이해력은 단순한 단어의 지식이나 기계적인 문법 분석으로 길러지는 것은 물론 아니며, 이론이나 기술만 배워서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적인 훈련과 연습을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능력이 완벽한 사람들은 흔하지 않지만, 가끔 보게 된다. 필자가 한국에서 대학원을 준비할 때, 알고 지내던 간호사가 있었는데, 보건학으로 석/박사 과정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친구는 무엇이던지 한 번만 읽으면, 전체를 분석해서 보여주고, 문제의 핵심부터 논리의 정당성과 허구성까지 단번에 말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많은 훈련을 통해서 독해 방법을 익혔다고 하며, 어떤 글이던 읽으면 많은 것을 암기하는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 GRE 시험에서도 99 percentile rank의 최고 점수를 받았다.

필자는 그런 언어 능력은 없지만, 사실은 이런 비슷한 경험을 다른 분야에서 해 보았기에, 그런 천재(?)적인 능력도 훈련과 관심으로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위의 독해 능력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며, 그나마 요즘은 지나간 전설이 된 얘기에 불과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 시절까지만 해도, 수학을 좋아(사랑)해서, 유독 수학 시험을 보고 나면, 시험 문제를 통째로 다 외우게 된다. 대학 입학 (수능)시험 (당시에는 ‘학력고사’)이나 대학 졸업 후 입사 시험(전공자 대학 수학 시험)을 본 후에도, 약 40개 객관식 문제 정도는 문제의 말은 물론 순서와 예까지 거의 그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바둑 대국을 순서대로 복귀하는 대단한 바둑 mania에서부터, 골프 play에서 4명이 18홀 동안 친 play를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들도 꽤 많듯이…. 생각해보면, 이상(理想)적인 독해 능력의 개발도, 관심과, 훈련과, 연습을 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임을 확신한다.

필자는 10년 동안 교육 현장의 실증에서도, 필자 자신의 자녀들은 물론 조기 유학을 온 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확인하고 느꼈다. 그들에게도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면서도, 영어를 배우는 환경이 우리 때와는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많은 경우, 어렵지 않게 북미 전체의 Top 1% 이내의 영어실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언어적 소질이 없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노력하지 않다 보니, Bottom 1%에 속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영문 쓰기

원래 쓰는 것은 읽는 것을 역으로 하면 된다는 것을 모르는 학생은 별로 없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쓰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읽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그 대신, 문법이나 이상한 틀에 맞춘 기계적인 훈련으로 영작문실력을 스스로 묶어버리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 영문쓰기(Writing)의 공부 방법인가? 좋은 Writing 책을 골라보자. 수준 높은 책일수록 쟝르(Genre)별로 좋은 예의 글만 담겨 있을 뿐, 설명은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 작문의 구성의 이해와 skill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한가지 Genre와 고정된 틀에 아이디어를 국한하는 것은 작문 연습이 아니라 작문을 죽이는 극약인 것이다.

참고로, 기본적인 essay의 장르(Genre)를 보면, descriptive, personal, fictional, expository, 그리고 persuasive essays가 있으며, Genre별로 구성과 스킬을 다양하게 배우고, 수준에 맞는 예문들을 읽어보면서 본인 스스로 연습을 하면 좋다.

한편, 평소에 쓰지 않아 스스로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도, 너무 쉬운 단어만 반복해서 쓰는 경우도 모두 피해야 하겠다.

독서

영문 독서가 취미가 되면 영어 실력을 많이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책 내용을 요약하는 정도를 (에세이) 작문(writing) 공부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에세이는 자기 주장과 생각을 독자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므로,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의 의견과 주장, 감동을 전달하려는 독후감을 쓴다면 에세이 writing연습이 될 수 있다.

또한, 책을 읽었는지 아닌지를 check하는 단순 점검 문제는 독해 문제와 구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빠른 속도로 책을 읽는 것과 문단을 논리적인 흐름에서 분석하고 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읽는 proactive한 reading은 구분되어야 한다. 그냥 읽다 보니까, 재미있는 부분이 여기 저기 읽혀지는 것과, 독자가 책과 마음 속으로 대화하면서, interactive하게 읽는 것은 또 다른 것 같다. 즉, 책에서 말하는 바에 동의도 하고 의문도 가지면서, 그 다음에 거론 될 말이 무엇인지도 예측하면서 읽을 수 있으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독서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 독서가 취미와 습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도서관에 가서 부모님이 이거 읽어라, 저거 읽지 마라, 그림이 많다, 내용이 단순하다 등 등의 간섭을 하다 보면,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일부터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하고, 결국 독서 자체가 즐겁지 않은 의무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 송시혁 (송학원 원장)

빅토리아투데이 2011년 3월4일

Copyrights ⓒ 빅토리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